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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미경의 삶의풍경 · 2020.12.30

자연스러운 농사는 무엇일까

삶과 사람, 일상과 계절을 천천히 기록하는 장미경의 연재를 모았습니다.

등록 2020.12.30 16:49 조회 1,277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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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스러운 농사는 무엇일까 토종벼 재배 농부 송광섭 송광섭 , 전영화씨는 잘 늙은 시골집에 살고 있다 . 주변의 산들처럼 낮고 소박한 집이어서 나는 그 집이 퍽 마음에 드는데 이들은 손사래를 친다 .

자신들은 충분히 살기 좋은 집이지만 아직 어린 아이들에게는 춥고 불편한 집이어서 그저 미안한 마음이 든다고 한다 . 그들의 집을 찾아간 날 , 김장준비로 한창 바쁜 오전이었다 . 먹어보라며 주신 배추를 씹어본다 . 달큰하고 고소하다 . 김장거리들은 다 이집 근처에서 나고 자란 것들이다 .

낫으로 벤 토종벼 이삭에 도리깨질하며 낟알을 받아내고 있다 (2)
낫으로 벤 토종벼 이삭에 도리깨질하며 낟알을 받아내고 있다 (2)

똘똘하게 생긴 돌미나리는 논두렁 옆에서 자생한 아이들이다 . 집 근처 산에서 캔 약초들로 육수를 끓이고 솥단지 한 가득 죽을 쒀놓았는데 토종쌀로 끓인 죽이다 . 맛 좀 볼 테냐고 전영화씨가 묻는다 . 아침을 굶고 온 터라 반색을 하니 토종쌀로 지은 밥도 한 대접 내어 놓으신다 .

입 안에서 오도독 터지더니 진한 단맛과 함께 찰 지게 씹히는 맛이 좋다 . 다 먹고 난 뒤에 단 맛이 입안에 오래도록 남아 있다 . 아 . 참 좋은 밥맛이다 . 다양한 색깔의 쌀알만큼 이들의 이름도 다양하다 . “ 토종벼 중에서 멥쌀 종류는 흰베 , 화도 , 북흑조 , 향미 .

홍미 ( 정미 ) 종류는 자광도 , 백자광 . 찰벼 종류는 긴 꿩꼬리찰벼 ( 자치나 ), 대궐도 , 자주꽃 찰벼 , 녹토미 , 붉은 찬나락을 심었어요 . 토종벼 , 신동진벼 50% 씩 농사지어요 . 처음에는 100% 토종벼로 농사지으려 했는데 아직 기반이 안 되서 반씩 농사짓는 거지 .

씨드림의 지인을 통해서 보관하고 있는 토종벼 종자를 받아서 농사짓기 시작한 게 7~8 년 되었네요 . 키우는 것은 어렵지 않아요 . 그런데 판로가 없으니까 보통사람들은 짓기 힘들어요 . 일반 벼들은 200 평당 다섯 가마 나오는 것을 평균으로 치는데 토종벼는 두 가마 반 나오면 풍년이라고 했어요 .

지금 쌀 수확량의 반절밖에 못 미치죠 . 그러니까 위험수당 무릎 쓰고 보통사람들이 농사짓기는 힘든 거죠 . 그래서 토종벼를 재배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도시농부 , 공동체 , 학교에서 자급자족하거나 교육차원에서 재배하고 있죠 .” 토종벼를 심어놓은 논의 도면도.

처음 토종벼로 농사지었던 해에 열댓 포대를 수확했다 . 하지만 방아 찧는 일이 쉬운 일이 아니었다 . 일반적인 방식으로 방아를 찧으면 현미로는 가능한데 쌀알이 작은 편이라 백미로 깎으면 싸래기로 다 빠져나오곤 했다 .

우여곡절 끝에 토종쌀 도정에 맞는 정미소를 찾았고 , 2 년 전부터 서울 마포구에 있는 동네 정미소에서 ( 우리 토종쌀을 소포장 판매하고 , 다양한 쌀 관련 정보와 문화를 나누는 곳 ) 쌀을 수매해 가기도 했다 .

재작년에는 도정한 쌀 200kg, 작년에는 나락으로 1200kg 을 실어가 숨통이 트였는데 코로나 때문에 그곳 사정도 여의치 않아 올해 거둬들인 쌀은 가족들이 다 먹어치워야 한다며 허탈하게 웃는다 .

송광섭씨 가족이 살고 있는 집 자연을 생각하는 농사 송광섭씨의 논두렁에는 버드나무 , 벚나무 , 온갖 풀들이 자생해서 자라고 있다 . 해마다 원앙들이 날아와 알을 낳고 이곳에서 한철을 지내고 날아가고 또 돌아온다 .

자연농법으로 농사를 짓다보니 나무와 풀이 무성하기 마련인데 그의 논을 일부 사람들은 못마땅해 하곤 한다 . “ 우리가 너무 급진적으로 한 쪽에만 치우쳐 있다고 생각하는데 나는 그렇지 않아요 . 나도 아버지 농사지을 때 따라다니면서 농약 치는 농사를 지어봤지요 .

약치면 또랑의 물고기들이 배 뒤집고 하얗게 죽어 있어요 . 너무 많은 폐해를 봤죠 . 건강이나 자연이 망가지는 것도 봤고 사람들이 변해가는 것도 봤고 단일작물 대량생산으로 돈 버는 모습도 봤고 , 나도 그 과정에 참여를 하며 살았죠 . 돈을 벌어야 하는 현실에 대해 인정은 해요 .

그래도 다시 회복하는 방향으로 바뀌어야 하는 것 아닌가 생각이 들죠 .” 무조건 자연적으로 사는 것이 절대적으로 옳다는 것은 아니다 .

지금까지는 먹고 사는 것이 부족해서 그것을 해결하기 위한 농법으로 살아왔다면 이제는 돈 벌기 위한 농법이 아닌 자연과 사람을 살리고 생명력을 유지할 수 있는 농법을 생각해보고 그 방식으로 서서히 전환해야 할 때이지 않을까 . 수많은 의문과 고민 끝에 송광섭씨는 토종벼로 농사를 짓기 시작했다 .

자연농법으로 농사를 짓는 송광섭씨의 논 주변에는 온갖 풀들이 자생하고 있다. 물가에서 자라고 있는 돌미나리. “ 토종종자 보전하는 의미도 있겠지만 내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외부투입 없이 자연스러운 농사를 지을 수 있는 품종이 토종종자라고 생각했어요 .

옛날 농사는 땅을 갈아엎는 거 말고는 거의 자연 상태에서 농사를 짓는 거잖아요 . 자연에 해를 입히지 않고 농사짓는 것 . 그 조건에 토종벼가 최적이라고 생각을 한 거죠 . 그리고 쌀이 가진 생명력이 좀 다를 거라는 생각을 했어요 .

토종벼들은 자연적인 생명력을 그대로 간직한 종자일 것이다 , 그런 쌀을 사람들이 먹으면서 살면 참 건강할 것이다 , 그런 생각이 들었던 거죠 . 진짜 사람들이 사먹었으면 좋겠어요 .

찾는 사람들이 있기는 한데 현실적으로 버티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죠 .” 우리가 놓치고 살았던 것들 현실과 이상 속에서 여전히 갈등하며 살고 있지만 송광섭씨는 아무리 생각해도 잃어버리는 것이 너무 많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 “ 놓쳤던 것들을 되돌아보고 성찰하는 과정이 필요해요 .

그 동안 얻은 것에 비해 잃을 것이 너무 많아요 . 전체를 다 회복하진 못하더라도 언젠가는 후대가 꺼내 쓸 수 있게 보존하고 유지는 해줘야 된다고 생각해요 . 그래서 뿌리는 살려놔야 해요 . 조금 불편하게 살아도 잃어버리는 것들을 다시 찾는 것이 좀 더 가치 있는 것 아닌가 .

사람들을 다시 회복시켜나가는데 중요한 요소 아닐까 . 나도 이제 시작했으니 잘 몰라요 . 하지만 살아온 경험으로 봤을 때 사회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열쇠가 그 속에서 나오지 않을까 . 누구도 안 해 봤으니까 모르는 일이잖아요 .

나 혼자 하기 힘드니까 함께 하면 더 낫지 않을까 .” 부인 전영화씨와 함께 빨래를 널고 있다. 올해는 완주에서 토종벼로 농사를 지어보겠다고 송광섭씨에게 종자를 얻어 간 사람이 세 사람이다 . 작년까지는 혼자였지만 이제 네 명이 되었다 .

오랜 시간 자연농법으로 농사를 짓고 있는 송광섭씨 안에는 여러 광섭이 존재한다 . 급진적인 광섭이는 자연적인 삶을 생각한다면 굳이 농사를 짓지 말라고 한다 . 그저 주변의 들과 산에서 자생하는 열매와 풀들을 알아보고 먹을 만큼 채취하며 살면 어떨까 . 현실적인 광섭이는 씁쓸하게 웃고 만다 .

송광섭 , 전영화씨가 올 봄 집 근처 가시오가피 새순을 따서 덖어 만든 차를 얻어왔다 . 개운한 쓴맛이 난다 . 얻어온 차를 마시며 얻어먹기만 하며 살아온 마흔 해의 세월을 생각한다 . 농사짓는 지인들을 가끔 돕기는 하나 아직은 고양이 손이다 .

내년 봄에는 바구니 하나 들고 이들 부부가 살고 있는 마을을 기웃거려봐야겠다 . 그저 풀이었던 아이들의 이름을 알고 싶다 . 송광섭씨의 말과 행동은 느리지만 이상하게 계속 맴돈다 . 느리지만 천천히 걸어가서 누군가의 가슴에 가닿을 말들이다 .

/글·사진= 장미경(장미경은 다큐멘터리 감독이자 고산미소시장에서 공동체가 만든 제품을 파는 편집매장 홍홍을 운영한다)

현장 사진

자연스러운 농사는 무엇일까 사진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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