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진강길 110km ... 영준이는 자라고 있었다 아빠와 함께 하는 손수레 여행 <2> 섬진강 섬진강을 따라 걷는다는 것은 생각만으로도 낭만적이다 . 우리는 두 번째 손수레 여행을 위해 섬진강으로 떠나기로 했다 . 출발 전날 짐들을 다 챙기고 페이스북에 동영상을 올렸다 . 반응이 뜨거웠다 .
그들의 기대감 처럼 나와 아들의 기대감 또한 커졌다 . 섬진강 , 끝까지 가볼까 ? 6 월 12 일 나와 아들은 트럭에 손수레와 짐을 싣고 임실로 출발했다 . 섬진강댐 앞에 짐을 내리고 하룻밤을 보냈다 . 아침 6 시 , 선선한 강바람을 맞으며 기분 좋게 섬진강 여행을 시작했다 .
이때만 해도 우리 상태가 참 좋았다. 섬진강 시작부터 끝 지점까지는 총 149km. 우리가 계획한 것은 하루에 20km 씩 5 일을 걸어서 구례까지 약 110km 를 여행하는 코스였다 . 하지만 임실에서 순창을 지나 남원으로 가면서 우리는 욕심이 생겼다 .
이번 여행을 마치면 다시 이런 여행을 하기가 쉽지 않을 것 같았다 . ‘ 이왕 하는 거 끝까지 가볼까 ?’ 아들 영준이도 섬진강 끝이 보고 싶다고 한다 . 결국 우리는 끝까지 가기로 결정했다 . 하루에 30km 이상을 걸어야하는 고된 여행이지만 , 우리는 하기로 했다 .
두 번째 날, 벌써부터 몸이 힘들어지기 시작한다. 여행 두 번째 날 , 발이 아파오기 시작했다 . 순창에서부터는 섬진강 길에 그늘도 사라지기 시작했다 . 본격적인 여름 전 이었지만 한낮의 뜨거운 햇빛은 잔인했다 .
태양을 피하고자 우리는 새벽 5 시에 걷기 시작했고 , 한낮에는 쉴 수 있는 곳을 찾아 휴식을 취했다 . 평소 아침잠이 많은 8 살 영준이는 신기하게도 새벽 5 시에 투정 한번 부리지 않고 눈을 떴다 . 오르막길이 나오면 아빠를 도와 스스로 뒤에서 손수레를 밀었다 .
갈수록 힘들어지는 여정에 많은 생각이 들었다 . ‘ 과연 우리가 끝까지 갈수 있을까 ? 아들과 추억을 만들기 위해 시작한 여행인데 이건 극기 훈련이 아닌가 ? 너무 무리하는 건 아닐까 ? 영준이는 괜찮을까 , 나는 ?’ 이내 고개를 저었다 . 섬진강과 함께하는 여행에 의미를 두고 싶었다 .
섬진강의 처음과 끝을 아들과 함께 보고 싶었다 . 우리가 총 걸은 거리가 약 150km. 영준이는 그중 130km 정도를 걸었다 . 불편하지도 않은지 손수레 위에서 잘도 잔다. 길에서 만난 인연들 우리는 여행에서 많은 사람들을 만났다 .
응원하기 위해 일부러 우리를 찾아와 준 지인도 있었고 , 손수레를 끌고 가는 우리가 신기해 지나가는 길을 멈추고 음료수를 건네주는 분들도 있었다 . 밥을 해먹기 힘들 정도로 지쳐 찾아간 식당에서는 방을 내어주신 아주머니도 계셨다 .
섬진강 길을 많은 사람들이 걷고 , 자전거 타고 , 차를 끌고 하며 지나갔지만 우리처럼 아빠와 아들이 손수레를 끌고 걷는 경우는 없었나 보다 . 아마도 여행 현수막이 없었으면 집 없이 떠도는 불쌍한 아빠와 아들로 보였을지도 모르겠다 . 구레구역장님과 한컷.
TV 와 컴퓨터가 없어 심심할텐데 영준이는 가져간 책을 정독했다 . 읽고 있는 책은 먼나라이웃나라 프랑스 , 이탈리아 , 일본편 . 책 세 권을 정독하고 나더니 장래희망이 역사 선생님으로 바뀌었다 .
임실 , 순창 , 남원 , 곡성 , 구례 , 광양 등 6 개 지역의 섬진강을 따라 걸으며 즐겁기도 했고 , 고되기도 했고 , 절망스럽기도 했고 , 행복하기도 했고 , 뿌듯하기도 했다 .
5 일이라는 길지 않은 시간 우리는 왜 이렇게 힘든 일을 사서하며 섬진강을 따라 걸었을까 여행을 마치고 나서 나는 아들에게 묻지 않았다 . 여행이 어땠는지 , 무엇을 느꼈는지 , 네가 본 것은 무엇인지 . 묻고 확인하지 않아도 이 아이는 모든 것을 보고 자세히 관찰하고 느끼고 있었다 .
어리게만 보였던 아들이 믿음직스럽게 보였다 . 영준이를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벅찬 감동이 생겨났다 . 우리가 아들을 참 잘 키웠구나 , 아니 우리 아들이 잘 자라주고 있구나 . 우리는 세상의 주목을 받기 위해 , 무언가를 보여주기 위해 , 아이가 많은 것을 깨닫기를 바라며 여행을 하는 것이 아니다 .
시간이 많아서 , 삶이 여유로워서는 더더욱 아니다 . 하지만 나는 귀농을 통해 완주라는 새로운 곳에 왔고 , 또 새로운 삶을 꾸려가고 있으며 , 이제는 또 다른 삶을 찾아가고 있다 .
세상의 많은 것에 치여서 목적이 없는 삶을 살기보다는 내 가족과 함께 느끼고 고민하며 좀 더 의미 있는 삶을 살아가고 싶다 . 이번 여행은 그런 우리의 삶 일부분이다 . 앞으로도 우리는 아빠와 아들 , 아니면 우리 가족이 함께 삶의 자유를 만끽할 수 있는 일을 찾아 나설 것이다 .
곶감 농부 , 자연 농부 , 그리고 이제는 여행하는 농부 박용민 . 역사학자 , 영화감독 , 화가를 꿈꾸는 소년 박영준 . 우리는 앞으로도 계속해서 미래를 꿈꾸며 여행을 할 것이다 . 다음은 어디가 될까 ? 섬진강 종착점에 도착 . 다시 힘이 솟는 듯 , 아들과 함께 해냈다는 기쁨에 가슴이 벅찼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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