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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다양성 무지개다리] 이선애 경천면 문화이장 2022-11-30

[문화다양성 무지개다리] 이선애 경천면 문화이장



자연에서 배운 삶

환경에서 얻은 가치

문화로 엮다


경천면 이선애 문화이장


도시문화 흉내내기 보다 이곳에서만 할 수 있는 일 찾아 몇년전 수백마리 나비떼-반딧불이 이젠 보기 어려워져 환경문제 절감 꼬리명주나비 다시 돌아올 수 있게 쥐방울덩굴 심기 활동도 계속


경천 오복터널을 지나 굽이진 길을 따라 마을 깊숙하게 들어간 곳. 구재마을 주민들 사이에서 단풍나무 집또는 나비네라고 불리는 집에 닿았다. 파란 대문에 태양과 바람의 나라로라는 문구가 적혀 있는 이곳에 사는 이선애(60) 씨는 2011년 전주에서 이곳으로 귀농했다. 어느덧 완주에 터를 잡은지 11년차 된 선애 씨는 지역에서 환경을 보존하는 일에 관심을 가지고 환경단체 완주자연지킴이와 전북환경운동연합에서 활동 중이기도 하다. 경천면의 청정 자연을 지키는 일을 문화로 연결짓고자 하는 그의 이야기를 들어보기로 했다.


문화는 규격화된 것이 아니라고 말하는 이선애 문화이장


우연이 겹쳐 삶이 되는 과정

전주에서 살다가 2011년 완주로 온 선애 씨는 우연성이 곧 운명이다며 우연한 것들이 삶을 만들어낸다고 얘기한다. 그가 귀농을 결심했을 때 복덕방에서 10여 곳의 집을 보여줬지만 한 순간에 마음이 향했던 집은 바로 이곳뿐이었다. 당시 오랫동안 빈집으로 방치되어 남루한 모습이었지만 이 집은 선애 씨 부부의 마음을 끌어당기는 힘이 있었다.

집을 보고 나서 남편과 함께 신흥계곡을 따라 구룡암까지 산책을 갔다 왔어요. 그때 계곡이 보석처럼 반짝이는 걸 보면서 이걸 매일 볼 수 있는 것만으로도 이 집에 살아도 좋겠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우리가 계획했던 것보다 큰 땅이었고 농사를 염두에 뒀던 것도 아니었지만 자연과 함께 살기로 하면서부터 이 모든 걸 감당하기로 한 거죠.”


신흥계곡 토요걷기 100회기념 하승수 변호사 강연


그는 구재마을과의 인연도 꽤 오래전부터 있었다. 선애 씨의 시어머니와 함께 곶감을 사러 일 년에 한 번씩은 이 마을에 들렀던 기억이 담긴 곳이었다. 그리고 부부는 이사를 온 첫해부터 농사를 짓기 시작했다. 그때 우연히 남편의 지인이 농사 작물로 블루베리를 추천해줬고 그렇게 지금까지 10년간 블루베리 농사를 짓는 중이다.

블루베리 농사를 추천해준 사람한테 여러 조언을 받아서 묘목이랑 준비해서 심기 시작했어요. 그런데 다음해에 완주군농업기술센터 블루베리 작목반에 들어가서 배워보니 제가 짓는 농사가 엉터리였더라고요. 그래서 새로 교정해가면서 농사를 계속 지어왔어요.”

선애 씨 부부가 집 앞 텃밭에 블루베리를 키우기로 결정한 것도 우연에 의한 것이었다. 남편의 제자를 보러 춘천에 갔다가 마침 제자의 친구가 블루베리라는 작물을 예찬했던 것이다. 이렇듯 그는 그에게 찾아온 우연을 인연으로 만들어 일상을 차곡차곡 채워나가고 있다.

 

자연에서 배우는 삶의 가치

도시에서 벗어나 산골 깊숙한 곳에서 살고 있는 선애 씨는 자연과 맞닿기 시작하면서 환경에 대한 관심이 더욱 커졌다. 이전에는 보이지 않았던 것들이 보이기 시작하고, 경험하지 못 했던 일들을 직접 체험했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몇 년 사이에 환경오염으로 인해 집 앞 계곡의 수질이 나빠지고 주변에 있던 야생곤충들이 사라지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이곳에 이사 오고 나서 낮에 현관문을 열고 나갔는데 수백 마리의 나비가 날아드는 걸 본 적이 있었어요. 산책길 길목에 나비들이 카펫처럼 빼곡하게 바닥에 깔려있는 모습도 봤고요. 6, 9월 무렵이 되면 반딧불이 꼬리에 빛을 물고 은하수처럼 흘러 다니는 풍경도 볼 수 있었어요. 저에겐 놀라웠던 장면들이 마을 사람들에겐 흔하게 겪었던 일들이었다고 해요.”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자연이 주는 아름다움을 두 눈으로 경험했던 선애 씨. 하지만 그 광경은 다시 볼 수 없게 되었다. 이로써 환경문제의 심각성을 몸소 느끼게 된 것이다.

도시에서 살 때는 환경이라는 게 막연한 존재였고 깊이 있게 성찰할 기회가 없었던 것 같아요. 주변 사람들이 환경문제에 관심이 있어서 조금은 알았지만 완주에서는 매일 자연과 몸을 맞대며 살다 보니 그 문제가 더 가까이 다가온 것 같아요.”

  

완주지연지킴이 꽃모종 만들기


오래된 미래를 수호하는 역할

지난해부터 완주문화재단 문화이장으로 참여한 선애 씨는 산과 계곡을 품고 있는 경천면 자락에서의 문화 활동을 기존 방식과 다르게 접근하고자 한다. 문화 수혜자가 아니니 문화 주체자로서의 역할을 성찰한 그는 농촌지역에서 도시화된 문화의 잣대를 가지고 다가가는 일을 경계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에 선애 씨는 경천면 지역 주민들과 문화반상회를 열어 서로의 의견을 공유하며 청정 자연을 보존하는 방식으로 문화 활동을 열어가고 있다.


나카네 지에 작가의 책 일본 사회의 인간관계에서 센티로 재는 자로 만든 기모노는 불완전하다는 문장으로 시작해요. 문화는 자처럼 규격화 된 것이 아니라는 거죠. 저는 그 말을 지표삼아 도시문화를 흉내내는 것보다는 이곳에서만 할 수 있는 일들을 꾸려나가고 싶어요.”

선애 씨는 매주 토요일마다 완주자연지킴이 회원들과 함께 계곡 주변을 걷는 행사인 신흥계곡 토요 걷기를 진행하고 있다. 지난 100회 때는 기념행사로 꽃모종을 나누기도 했는데 이때 꽃모종을 마을 어귀에 심어 꽃밭 가꾸기에 동참했다. 이후 경천면 문화반상회 회원들은 희귀종 꼬리명주나비를 마을로 다시 불러들이기 위한 프로젝트를 준비 중에 있다.


과거에는 우리 마을이 나비를 찾아다니는 마니아들도 많이 왔다갔던 곳일 정도로 희귀한 나비가 많았는데 이제는 거의 사라졌거든요. 그래서 다시 불러들이려고 꼬리명주나비가 주로 먹는 쥐방울넝굴을 집 한 켠에 심어놨고 앞으로도 주민들과 함께 더 심어볼 계획이에요.”

이밖에 선애 씨는 환경단체 만경강사랑지킴이활동도 겸하며 손안나 대표와 함께 나무가 들려주는 나무 이야기, 나무가 들려주는 마을 이야기전시회와 책 발간을 기획해 마을의 세월을 함께해 온 노거수, 보호수의 이야기를 담아냈다. 주변 자연환경과 더불어 살아가는 것을 의미 있게 여기고 이를 문화로 해석하는 선애 씨의 미래는 어떨지 궁금했다.


저에게 문화는 과거로부터 켜켜이 쌓여온 지금을 잘 보존하고 가꿔서 미래로 보내는 과정 그 자체인 것 같아요. 과거와 미래를 연결해주는 매개자로서 사람들과 함께 터전을 잘 가꿔보려고 해요. 또 언젠가는 산기슭미술관을 만들어 열린 공간에서 자연과 작품을 함께 향유할 수 있는 날이 오길 바랍니다.”


[완주문화재단 무지개다리 사업]

완주문화재단은 2022년 문화다양성 확산 사업을 통 해 문화다양성과 관련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 한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후 원하는 이 사업은 ‘완주문화다양성발굴단 소수다& 청소년 소수다’, ‘일단 페미니즘’, ‘농인청인문화예 술활동프로그램’, ‘문화다양성 활동사례발굴 및 확 산’, ‘문화다양성 주간행사’ 등을 통해 문화다양성 에 기반한 지역사회의 변화 사례를 발굴하고 확산하 며 문화다양성 생태계를 조성하는데 힘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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