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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다양성 무지개다리] 이정옥 경천면 문화이장2022-10-24

[문화다양성 무지개다리] 이정옥 경천면 문화이장

문화 소외지역에 꽃피운 문화  "함께 문화를 찾고 만들어갑니다"


경천면 이정옥 문화이장  

따뜻한 가을볕이 내리던 지난 13일 오전, 완주 경천면 용복리의 텃밭. 무성하게 자라난 엉겅퀴와 가득 열린 서리태 콩밭 가운데 이정옥(65) 씨를 만났다. 그는 울긋불긋해진 뒷산을 등진 채 본인의 이야기를 풀어나갔다. ‘인간의 삶과 죽음에 대해 질문을 던졌던 사춘기 시절부터 음악, 문학, 철학과 떼놓을 수 없었던 그의 지난 날들이 스쳐 지나갔다. 2013년부터 완주에 정착한 그는 현재 지역에서 주변 이웃들과 문화로 연결되어 더불어 사는 방법을 찾아가는 과정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자연을 찾아 떠나온 완주

일산에서 태어나 서울에서 줄곧 살았던 정옥 씨는 청소년기에 인간의 죽음에 대해 탐구하고 성찰하며 친구들에게 일명 철학자 소크라테스로 불리는 아이였다. 다양한 서양 철학, 동양 철학을 공부하며 그가 내린 결론은 살고 죽는 건 인간이 정할 수 없는 것이니 어떻게 사는 게 중요하다는 것이었다. 이에 정옥 씨는 성인이 되어 홀트아동복지회에서 1년간 일하며 장애 아동에게 사랑을 주는 법을 배웠다. 결혼 이후 아이를 낳고 안양, 평택에서 살다가 1999년 남편의 일로 인해 제주도로 이주했으며 15년간 제주에서의 생활을 마무리했다. 도시 생활을 오래 했지만 자연환경이 더 익숙했던 그는 언젠가 시골에서 농사짓고자 했다. 그렇게 그는 2013년 남편과 함께 완주로 오게 된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식량 자급률이 25% 정도라는 말을 듣고 농사를 지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또 당시에 텔레비전에서 로컬푸드라는 걸 처음 알게 됐는데 국내에서 완주라는 지역이 로컬푸드를 시행하고 있단 걸 알고 더욱 오고 싶은 마음이 커졌던 것 같아요.”

그는 완주군농업기술센터 완주순환농업대학에서 1년간 발효식품을 교육받고 곧 경천면에 터를 잡았다. 농사짓는 일에 열중을 다한 그는 어느 날 협심증을 겪었고 이후로는 건강에 무리하지 않는 선으로만 텃밭을 가꾸고 있으며 현재 엉겅퀴 즙을 로컬푸드 직매장에 납품하고 있다.


처음엔 완주에서 농사지을 생각만 했는데 어느 날 건강이 나빠지고 나서 정신을 차렸죠. 이제라도 내가 하고 싶은 일들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던 거예요. 우리 아이들도 이제 엄마가 해보고 싶은 일들을 해보라며 응원해줘서 힘을 얻었고요.”

그렇게 그는 완주군립중앙도서관 책 읽어주는 문화봉사단을 기점으로 본인이 가진 문화적 역량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당시 고산지역아동센터와 비봉면에 위치한 요양원 빈첸시오의 집에서 아이들과 어르신들에게 책을 읽어주고 독후활동도 함께 했다.

 


 

책읽어주는문화봉사단


더불어 사는 법을 실천하다

정옥 씨의 문화활동에 물꼬가 트인 듯 했다. 그는 책 읽어주는 문화봉사단부터 지금까지 쉬지 않고 꾸준하게 지역에서 문화 기획자이자 연결자로 활동 중에 있다. 2017년도에는 1년간 매주 목요일 점심 시간에 군청음악방송 주민DJ로서 직접 음악을 선곡하고 소개 글까지 작성해 청취자들에게 그의 마음이 담긴 목소리를 들려주었다.

면사무소 직원 분께서 추천해줘서 해보게 된 일인데 하는 동안 정말 즐거웠어요. 원래부터 라디오나 음악을 좋아해서 동요부터 클래식, 가곡, 팝송을 끼고 살았거든요. 그렇게 1년간 주민방송 쎄쎄쎄라는 이름으로 목요일마다 30분이나 1시간 정도 방송을 했어요.”


평소 문학과 음악, 미술 등 다양한 분야에 관심이 있던 정옥 씨가 지역에서 할 수 있는 일은 무궁무진했다. 과거 경기도 의왕시에서 열린 주부 백일장과 한지 그릇 공예전에서도 최우수상을 받은 이력이 있던 그는 완주에서도 이를 발휘해보고자 했다. 그렇게 2019년도부터 완주문화재단에서 주관하는 문화이장 활동을 시작해 경천면에 거주하는 어르신들을 찾아갔다.

제가 밖에서 활동을 하고 돌아와서 보니까 우리 마을 어르신들은 느티나무 아래 모정에 앉아있거나 경로당에서 화투 치는 게 일상의 대부분이셨거든요. 정작 내 주변 사람들은 문화적 혜택을 못 받고 있단 걸 알게 됐고 지역 이웃들과 더불어 문화활동을 하기로 결심했어요.”


화투보다재미난 컬러링북활동


완주군 내 14개 읍면에서 시행되고 있는 문화이장은 각자 활동 지역의 범위나 프로그램들을 자유롭게 기획할 수 있다. 정옥 씨는 최대한 경천 지역 내에서 문화 소외 현상을 줄이기 위해서 그동안 닿지 않았던 곳까지 뻗어 나가려 했다. 이에 그는 경천면에 있는 10개 마을 중 8개 마을(갱금, 오복, 구제, 가천, 원용복, 만수동, 신덕, 석장)을 찾았다. 각 마을을 돌아다니며 문화 반상회를 열었고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는 컬러링북활동을 선보였다. 어르신들은 색연필을 깎아 하얀 종이에 색을 칠하는 내내 웃음을 멈추지 않았다. 한 어르신은 도회지 사람들이나 이런 걸 할 줄 알았는데 우리가 하네라며 웃었고 다른 어르신은 내가 화투치는 걸 제일 좋아하는데 이게 화투보다 더 재밌네라고 말하기도 했다.

 

공동체에서 얻는 가치

20202월 경천에 사는 아이와 엄마, 할머니까지 모두 3세대가 모여 화음을 어우르는 합창단 경천하모니가 생겼다. 가천초등학교에 다니는 초등학생부터 60대까지 연령대가 다양한 경천하모니는 완주문화도시지원센터 메이드인공공준비형 사업으로 선정돼 공동체 운영을 지원받아 피아노를 대여하고 강사를 초빙해 합창을 배웠다. 정옥 씨는 공동체 경천하모니의 대표로 활동하며 지역 주민들과 음악으로 소통하는 중이다.

경천이 원래 문화 오지라고 불릴 만큼 문화로부터 소외된 지역이었는데 공동체도 생기고 주민들이 점점 문화사업에 참여하는 게 늘어나고 있어요. 문화는 누군가로부터 시작돼서 한 사람, 두 사람이 모여 꾸준하게 하다 보면 이뤄질 수 있다고 봐요.”




어느덧 수년간 문화활동과 더불어 공동체를 이뤄온 정옥 씨는 한 번씩 고민에 빠질 때가 있었다. ‘지금 이게 맞는 것일까라는 의문을 던지곤 했던 것이다. 그러던 중 전문가에게서 함께 하는 사람들이 재밌어하고 그게 꾸준히 지속되어야 한다는 자문을 듣고 힘을 얻었다. 문화로 인해 스스로 성장하고 지역을 변화시킨 정옥 씨. 그는 어떤 앞날을 꿈꾸고 있을까.

개인적인 목표는 삶에서 느끼는 감정들을 작품을 통해서 표현해보고 싶어요. 작품 활동이 곧 객관적으로 나를 들여다보는 의미가 되기도 하거든요. 또 공동의 목표는 경천면 사람들과 이 지역에서 함께 재밌게 살아가는 방법을 찾고 만들어가고 싶습니다.”


[완주문화재단 무지개다리 사업]

완주문화재단은 2022년 문화다양성 확산 사업을 통 해 문화다양성과 관련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 한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후 원하는 이 사업은 ‘완주문화다양성발굴단 소수다& 청소년 소수다’, ‘일단 페미니즘’, ‘농인청인문화예 술활동프로그램’, ‘문화다양성 활동사례발굴 및 확 산’, ‘문화다양성 주간행사’ 등을 통해 문화다양성 에 기반한 지역사회의 변화 사례를 발굴하고 확산하 며 문화다양성 생태계를 조성하는데 힘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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