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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오는 봉동 무관마을] 제내리 무관마을 2022-03-18

[봄이 오는 봉동 무관마을] 제내리 무관마을

숨 가쁜 산업단지 속 작고 유일한 삶의 터전


누가 3월 아니랄까 봐 꽃샘추위가 며칠 이어지더니 금세 따뜻한 기운이 피부에 와닿는다. 무관마을에도 봄기운이 완연했다. 산업단지가 모여 있는 봉동 테크노파크 건너편에 외딴섬 같은 마을이 하나 있는데 이곳이 무관마을이다. 마을 표지석을 지나면 차 한 대 겨우 지나다닐 좁은 도로가 나 있다. 길을 따라 가보면 드문드문 주택들이 있고 그 뒤로 대나무가 숲을 이루고 있다.


잠든 흙을 깨우는 주민들의 손길

 

봄을 맞이하는 주민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분주했는데 하우스를 짓고 씨를 뿌리며 겨우내 쉬고 있던 흙도 차례차례 깨웠다. 봉동 은하리에서 온 송효순(67) 씨는 새로운 터전을 가꾸고 있었다. 그는 주변 지인들이 여기 터가 좋다고 해서 이사왔다. 집은 다 지었고 남동생이 지금 비닐하우스를 만들어주고 있다전에는 주변이 좀 시끄러운 편이어서 조용한 곳에 살고 싶었는데 맘에 든다고 말했다.


새로 이사 온 송효순 씨네 집 앞에 비닐하우스를 설치하고 있다.


마을 끝자락에 놓인 김태식(75) 어르신의 밭에서는 감자 파종을 위한 작업이 한창이었다. 줄을 그어놓은 듯 반듯한 밭 위에 비닐을 꼼꼼하게 덮어씌웠다. 아침 여덟 시에 시작한 작업은 해가 중천을 지나도록 쉴 틈 없이 이어졌다. 동생 태순(55) 씨는 남편 최만용(51) 씨와 함께 부족한 일손을 보태려 충주에서 먼 길을 단숨에 달려왔다.


김태식 어르신 가족들은 밭에 나와 감자 파종으로 분주하다.


태순 씨는 “2월 중순부터 4월 초까지는 감자 심는 기간이다. 딱 이맘때가 볕이 뜨겁지도 않고 그렇다고 춥지도 않아서 일하기 딱 좋다며 웃었다.


마을은 길쭉한 지형 특성상 예부터 논밭이 적었다. 이에 과거 주민들은 자녀들을 학교에 겨우 보낼 만큼 빠듯하게 살았다. 새마을사업 이전 공용 우물이 있었지만, 그것을 식수로 사용했고 농업용으로 사용할 물은 넉넉지 않았기 때문에 늘 하늘을 보며 비가 오기를 기다려야만 했다. 정영호(72) 이장은 밤중에 비라도 내리면 물을 대려고 너도나도 나와서 등불을 꽂아두고 일했다. 그렇게 일을 해야 먹고 살 수 있던 시절이 있었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무관마을은 지금처럼 과거에도 20여 가구 남짓한 작은 마을이었다. 주민 수가 적은 대신에 그만큼 단합이 잘 됐고 결속력이 강했다. 정 이장은 서로 가족같이 가깝게 지내다 보니 마을엔 그 흔한 좀도둑 한 명 없었다고 말했다.


 

봄 맞이에 나선 마을주민.


아담한 규모지만 역사 깊은 마을

  

현재 행정구역상 이곳은 무관마을로 합쳐서 부르지만 주민들 사이에서는 윗마을을 관음’, 아랫마을을 무등이라 나누어 부르고 있다.


서춘식(78) 어르신은 과거에 이 근처에 우주현이 있었고 그 당시 관음사가 있었다. 관음이라는 이름은 관음사라는 절에서 따온 이름이니 마을의 역사가 깊다는 걸 알 수 있다행정에서 무관으로 이름을 합치면서 관음이라는 역사 깊은 이름이 사라져서 아쉽다고 말했다.


예부터 작은 규모였던 무관마을에는 경로당이자 사랑방 역할을 하는 마을회관이 따로 없다. 회관을 짓기 위해서는 누군가가 땅을 내놓거나 군에서 마련해줘야 하는데 그런 과정이 없었던 것이다.

정안순(79) 어르신은 요즘 어딜 가든 마을마다 회관이 있는데 우리 마을만 없는 것 같다. 회관이 있어야 사람들이랑 점심도 같이 먹고 티브이(TV)도 같이 보는데 우린 그런 기회가 아예 없다며 아쉬움을 표했다.


김정자 어르신의 집 앞은 주민들의 간이쉼터이기도 하다.



마을 어귀에 있는 입석, 마을에 궂은 일이 있을 때 이 돌기둥에 제사를 지냈다. 한 쪽 면에 관세음보살이라 새겨놓았다.


또 이곳 마을 길은 폭이 넓지 않아 버스가 들어오지 못해 정류장이 따로 없다. 대선 투표를 앞둔 어르신들은 투표소에 가기 전부터 막막할 뿐이다. 김정자(73) 어르신은 버스 타려면 저기 큰길까지 나가야 하는데 우리 같은 노인들은 쉽지 않다. 다행히 이장이 투표 날에 태워다준다고 해서 마음이 놓였다고 말했다.


점빵 같은 구멍가게도 없어 물건을 사려면 고개를 넘어야 했다. 박부금(83) 어르신은 채소 같은 건 농사지어다 먹고 술이나 과자 같은 거 사 먹으려면 다른 마을로 넘어가서 사와야 했다고 말했다.

마을 뒷산에는 수바위라는 커다란 바위가 있다. 맑은 날에 올라 바라보면 군산 앞바다까지 훤히 보이는 명당이라 꽤 인기 있는 관광 장소였다. 정 이장은 옛날엔 명절마다 수바위를 차지하려고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봉동읍 주민은 물론이고 비봉면에서도 왔었는데 지금은 사람이 줄면서 전처럼 바위를 찾는 사람이 별로 없다고 말했다.

 

 

 무관마을은

무관마을 주변으론 산업단지가 조성되어있다. 현대자동차부터 한솔케미칼, 대한방직 등 다양한 기업들이 입주해있고 곧 대형물류센터, 마트와 1,500세대 규모의 아파트가 건립될 예정이다. 그 건너에 위치한 무관마을에는 현재 약 18가구, 40명의 주민들이 거주하고 있다. 이중 무등부락이 12가구, 관음부락이 6가구 정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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