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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사 옆 상전벽해 지암마을] 마을 총무 정춘기 어르신 2022-02-16

[청사 옆 상전벽해 지암마을] 마을 총무 정춘기 어르신

일 많고 자식 많아 마을 최고 부자


일곱 남매에 총무일은 10년째


지암마을 최고 부자라고 소문이 자자한 정춘기(75) 어르신을 만났다. 부자라는 별명은 일 많고, 자식도 많아서 사람들이 붙여준 말이다. 마을에서 총무직을 10년째 맡고 있는 어르신은 “총무는 시간을 많이 뺏기는 일이라 마을주민들이 총무를 잘 안 맡으려고 한다. 그만두려 하면 한 해만 더 해달라고 사정을 해서 한 게 어느덧 10년째”라며 웃었다.


마을에서 나고 자란 춘기 어르신은 전주로 고등학교를 진학했다. 3학년 1학기 재학 중에 학교에서 염지공장으로 취업을 권했고 19살 나이에 경남 진주로 떠나 기숙사 생활을 시작했다. “그땐 길도 안 좋고 차편도 많이 없었어. 진주에서 완주까지 오는 완행버스를 타면 꼬박 하루 정도 걸릴 만큼 먼 거리였지. 그래도 돈은 벌어야 하니까 열심히 했지.”


춘기 어르신은 30대 무렵 아버지의 건강악화로 농사를 물려받기 위해 고향으로 돌아왔다. 처음 농사를 시작해 서툴다 보니 하는 족족 썩거나 병이 들었다. 상품성이 떨어지는 바람에 모두 폐기 처분하는 일을 겪기도 했다. 그러던 중 동네에 담배농사를 지도했던 주재기사가 담배농사를 권유했다. 당시 담배농사는 썩어도 수매를 하기 때문에 부담이 적은 편이었다. 이를 계기로 담배농사를 시작했고 17년 동안 이어왔다.
“농촌에서 7남매 자식을 가르치는 게 보통 쉬운 일이 아니야. 어려운 시절이었는데 담배농사는 꽤 잘돼서 자식들 다 대학도 보내고 다행이었지.” 춘기 어르신은 슬하에 7남매를 두고 있는데 딸 여섯, 아들 하나다. 다섯째까지는 모두 딸이고 막내는 이란성 쌍둥이로 남자 하나, 여자 하나다. 현재 살고 있는 집에는 아내와 단 둘이 살고 있지만 딸이 전주에 있어 자주 찾아온다. 요즘 네 살배기 손녀와 숨바꼭질 하며 노는 게 그의 낙이다.


어르신의 일과는 농장에 있는 닭 30마리에게 밥을 주는 것으로 시작한다. 최근에 닭 한 마리가 알을 품어 부화하는지 관찰하는 재미로 자주 오간다. 집 앞마당에는 500평 복숭아밭이 있고 차로 3분 거리 떨어진 곳에는 3천 평의 복숭아, 알밤과수원이 있다.



“이제 나이가 많이 들어서 예전만큼 일을 못 해. 입춘이 지나고 날이 따뜻해져서 밭일을 시작 하는 중인데 복숭아나무 대신 알밤 나무를 절반 심었어.” 복숭아는 꽃이 피고 열매가 맺힐 때 벌레가 들어가지 않게 봉지를 씌우는 일 등 손이 많이 간다. 그에 비해 일이 적은 알밤나무를 절반 심었다. “올해는 1,500만 원을 주고 복숭아 기계를 샀어. 원래는 경운기에 올라타 수확하느라 위험했는데 이제는 좀 안전하고 편하게 할 수 있겠어. 옛날에 시골의 부자라 함은 돈이 많은 사람이 아닌 일을 많이 하는 사람을 부자라고 부르는데 내가 딱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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