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특집

  • 이달 완두콩
  • 품앗이 칼럼
  • 지난 완두콩

기획특집

> 이달 완두콩 > 기획특집

[신교리 율곡마을] 할머니 삼총사2022-02-03

[신교리 율곡마을] 할머니 삼총사



젊어서도 나이 들어서도 늘 옆에서, 유쾌하게


지난 1월 4일 오후 3시쯤. 율곡마을회관 건넛집에 사는 최명자(73) 어르신이 발길을 옮기고 있었다. 명자 어르신은 “가만히 있으면 심심헌 게 산책 좀 다녀오려고”라며 웃었다. 두 시간쯤 지나서 다시 집을 찾았는데 혼자가 아닌 셋이었다. 명자어르신 옆에 이영순(84), 임점순(83) 어르신이 있었다. 이들은 타지에서 마을로 시집와 남편을 여의고 나서 가족처럼 서로를 챙기며 살고 있다. 이날 뜨끈한 전기장판 위에 둘러앉은 어르신들의 이야기를 엿들을 수 있었다. 현재 마을 어르신들의 집은 코로나19로 닫힌 마을회관을 대신해서 사랑방 역할을 하고 있다.


이날은 명자 어르신 집에 모여 귤을 까먹으며 티브이 프로그램을 보던 참이었다. 세 어르신은 비슷한 나이에 시집 와서 농사짓고 자식 키우며 젊은 날을 함께 보냈다.


점순 어르신은 “열 아홉에 시집와서 낭자머리(쪽머리)하고 비녀 꼽고 살았다. 우리 때는 농사지으랴, 시댁 식구들 챙기랴, 자식들 키우랴 하루 종일 쉴 틈이 없었다. 자식들 결혼하면 목화 농사 지어서 솜 뜯어다 이불 만들어서 예물로 보냈는데 요새는 그런 게 없다”고 말했다. 옛날을 추억해보면 고생했던 기억밖에 없다는 어르신들. 그래도 “젊을 때가 좋았지”라며 미소짓는다. 이어 일제로부터 해방되던 날 ‘해방바람’이 불어 비가 쏟아져 내렸던 기억, 1950년대 한국전쟁으로 인한 아픈 기억들도 꺼냈다.


명자 어르신이 “인공 때 어머니가 나를 낳으셨는데 그때 아버지가 인민군한테서 당해서 돌아가셨다”고 말하자 점순 어르신은 “우리 외삼촌은 해방될 때 일본에서 우리나라로 귀향하다가 돌아가셨다”고 말했다.
요새 어르신들은 모여서 ‘죽음’에 관한 이야기를 많이 한다. 나이가 듦에 따라 죽음은 점점 가까워져 오고 피할 수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 고민에는 자식들에 대한 걱정도 함께한다. 세상을 떠날 때도 자식들이 최대한 덜 힘들기를 바라는 것이다.


세 어르신은 “맨날 우리는 어떻게 가느냐(죽느냐) 이야기뿐이다. 그래도 가까이에 이렇게 만나서 수다 떨 수 있는 친구들이 있어서 다행이다”며 “앞으로도 마을 사람들끼리 서로 안아주고 다 같이 잘 살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 영 순 어르신

떨어져사는 자식들 늘 걱정


“나는 자식들이 외국에 있고 서울에 있고 거의 다 멀리 살아. 자식들하고 떨어져 살다 보니까 요즘 같은 때에는 더 걱정 되지. 새해에도 편안하게 안 아프고 그 자리에서 잘 살아줬으면 좋겠어. 그냥 지금 사는 것처럼만 잘 지내는 게 내 바람이야.”


임 점 순 어르신

오순도순 재미있게


“마을에 나이 든 사람들만 있다가 요새 젊은 사람들이 늘고 있어. 이번에 마을 이장, 부녀회장도 그렇고 젊은 세대가 잘 이끌어줘서 좋아. 코로나가 풀어져야 다 같이 모여서 뭐라도 할 텐데 올해는 좀 나아지면 좋겠어. 예전처럼 오순도순 모여서 건강하게, 재밌게 살고 싶어.”


최 명 자 어르신

오히려 지금이 행복해


“자식들이 다 전주에 살아서 가깝다 보니까 거의 주말마다 봐. 옛날에는 힘들게 살았는데 오히려 지금이 행복한 것 같아. 나이 먹고 바랄 게 뭐 있겠어. 자식들 하는 일 다 잘 되는 거 바라는 거지. 새해에는 아픈 곳 없이 편안하게 지내면 좋겠어.”



게시글을 twitter로 보내기 게시글을 facebook으로 보내기 게시글을 구글로 북마크 하기 게시글을 네이버로 북마크 하기
이전글
[신교리 율곡마을] 노인회장 유평희-최인자 부부
다음글
[신교리 율곡마을] 이원식·양희원 이장 부부
코멘트 작성 ※ 최대 입력 글자 수 한글 120자 (255 byt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