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앗이 칼럼

  • 이달 완두콩
  • 품앗이 칼럼
  • 지난 완두콩

품앗이 칼럼

> 시골매거진 > 품앗이 칼럼

[신미연의 시골생활 이야기 17] 입동(立冬)2021-11-15

[신미연의 시골생활 이야기 17] 입동(立冬)



입동(立冬)


어느덧 겨울이 훌쩍 다가왔다. 봄, 여름, 가을을 거치며 경험한 것은 무엇이고 그 속에서 얻게 된 지혜는 무엇일까. 올해는 내게 평생 기억되리만치 소중한 한 해가 된 것 같다. 20대 때부터 차곡차곡 쌓인 경험들이 빛을 보게 된 한해였으니까. 처음 시골에 내려가 살겠다고 가족과 친구들에게 이야기했을 때 얼마나 많은 걱정과 염려를 받았는지 모르겠다. 그리고 그들의 걱정처럼 나는 생각지도 못했던 힘든 시기를 거쳐 왔다. 처음 귀촌했던 곳은 타 지역으로 개인적으로도 그렇고 환경적으로 생활하는 게 쉽지 않았다. 경제적 어려움과 배고팠던 기억, 능력의 부족, 주거지와 교통 등 관계적으로도 어려움이 참 많았다. 자급을 하고, 먹을 것을 스스로 구하고 싶어 농사를 짓겠다고 자발적으로 찾아갔던 농촌에서 라면을 주식으로 먹고 산다는 것은 상상도 못했던 일이었다. 


지금의 짝꿍을 만나 완주로 오게 되면서 나는 일자리와 집을 구할 수 있었고, 가능한 기회가 닿는 대로 일하였다. 완주의 유명 축제와 농사 아르바이트, 삼례 청년공간에서 인턴을 거쳐 림보책방에서 환경 워크숍을 진행하고, 작년부터는 ‘씨앗받는농부’에서 아이들 대상으로 농교육을 하고 있다. 항상 감사하게 느끼는 바이지만, 완주에서 오랫동안 사회적으로나 정책적으로 많은 변화를 시도한 지역 사람들과 공동체의 탄탄한 사회적 기반이 아니었다면 꿈에 그리던 농촌에서의 삶을 뒤로하고 도시로 되돌아가야만 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리고 덕분에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돈도 일도 싫다던 나는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느끼던 괴리감을 뒤로하고 어느 정도 삶의 균형을 찾고 안정감을 갖게 되었다.


나는 작년에 청년이음정책을 통해서 토종씨앗으로 농사를 짓는 ‘씨앗받는농부’ 교육농팀에 합류하게 되었고, 그 인연으로 올해에는 이음지원을 받지 않고도 홀로서기를 할 수 있게 되어 현재는 삼우초등학교와 고산고등학교 두 학교에서 농사를 가르치는 일을 하고 있다. 사실 농사 경험이 부족하고 지식적인 부분도 더욱 쌓아야함에도 불구하고 서로가 서로를 응원하고 지지하는 지역의 문화와 기반 덕분에 여러모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얼마 전까지 씨앗문화예술협동조합에서 완주에 오는 청년들을 만나 내가 책이 되어 나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사람 책’을 했었는데 파노라마처럼 지나가는 인생 사진을 떠올리며 정말이지 감회가 새로웠다. ‘입동’은 한해를 거치며 쌓아온 지혜를 나누는 절기라고 한다. 부족하지만 그동안 받은 만큼 나누는 마음을 기르고 추위에 앞서 사람들과의 정과 온기를 더해가고 싶다.


/ 2018년 완주로 귀촌한 신미연은 작은 텃밭을 일구며 제로웨이스트, 자급자족의 삶을 지향한다.

게시글을 twitter로 보내기 게시글을 facebook으로 보내기 게시글을 구글로 북마크 하기 게시글을 네이버로 북마크 하기
이전글
[농촌별곡]
다음글
[이근석의 완주공동체이야기] 고추잠자리
코멘트 작성 ※ 최대 입력 글자 수 한글 120자 (255 byt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