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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유산 봉동생강] 햇생강 수확 현장2021-11-11

[농업유산 봉동생강] 햇생강 수확 현장



흙밭 가득 퍼지는 달싸~한 향, 역시 천년의 유산

 

봉동 생강밭 현장에서

요리법, 보관법 이야기꽃 피었네


청명한 가을 하늘 아래, 봉동초등학교 뒤편 밭에서 사람들이 모여 햇생강을 수확하고 있었다. 밭고랑 위로는 생강이 가지런히 줄 맞춰 놓여있었다. 생강 하나를 집어 뿌리와 줄기를 뜯어서 다듬고, 흙을 탈탈 털어내니 통통하고 뽀얀 속살이 드러난다. 손질한 생강은 약으로 쓰일 것과 차나 편강 등으로 가공될 것으로 분류되어 자루에 담긴다.

 

생강 수확으로 여념 없는 봉동읍 장기리 일대

지난 1029일 오전 10시경. 봉동 장기리에 위치한 생강밭에는 선선한 날씨에도 구슬땀을 흘리는 사람들이 있었다. 완주생강전통농업시스템보존위원회 이용국(67) 운영위원장의 밭이었는데 완주시니어클럽 어르신들을 비롯해서 학교 선후배, 동네 이웃 등 곳곳에서 모인 사람들로 가득했다. 비록 공통분모는 없지만, 분주한 시기에 보탬이 되고자 너나 할 것 없이 밭일을 함께하러 온 것이다. 전주에서 온 이창두(66) 씨는 오전 7시부터 밭에 나와 일하고 있었다. 그는 나흘째 수확하고 있는데 오늘 중으로 마무리할 예정이다. 요즘엔 수입품이 많다 보니 토종생강을 구하기가 더 힘들어졌고 농촌이 점점 고령화되어 생강 농사짓는 분들도 많이 사라졌다며 아쉬워했다. 이어 이번에 밭일도 돕고 생강도 조금 얻어서 타지 사는 가족들에게 보내주고 주변 사람들과 나눠 먹을 것이라며 웃었다.



일손을 보태러 온 이들이 생강을 다듬고 있다. 생강은 약으로 쓰일 것과 차나 편강 등으로 가공될 것으로 나뉘어 포대에 담긴다.


완주시니어클럽 유정순(81) 어르신은 남자 일꾼들이 뽑아놓은 생강을 다듬어서 자루에 담는 일을 하고 있었다. 유 어르신은 생강은 국에도 넣어 먹고 편강으로 만들어 먹기도 하는데 특히 김장할 때 생강 껍질을 넣으면 감칠맛이 일품이다. 또 생강 뿌리에 양파 썰어 넣어서 생채를 해 먹거나 김치와 갈치를 넣고 지져 먹으면 맛있다며 생강을 활용한 요리법을 알려주셨다. 겨울에는 차로 끓여 먹으면 몸이 금세 뜨거워져서 좋다고 말했다.

 

생강을 오랫동안 보관하는 기술

이맘때쯤 봉동 일대에서는 여느 밭에서든지 생강 수확에 분주한 모습을 볼 수 있다. 생강이 온도에 예민해서 추워지기 전에 수확을 마쳐야 하기 때문이다. 이날 3,966면적의 생강밭에서 한 포대 당 40분량 생강을 25포대 수확했다. 갓 따낸 생강은 모두 저장고에 보관된 다음, 수확하지 않는 철에 출하하여 판매한다. 생강밭에서 만난 김순애(72) 어르신은 생강이 온도에 매우 민감해서 얼면 바로 썩기 때문에 수확하고 나서도 적당한 온도로 잘 조절해줘야 한다. 옛날에는 집집마다 구들장 밑에 넣어서 따뜻하게 보관했었다고 말했다.




서두마을 산자락에 위치한 토굴은 1970년도에 생강 저장을 위해 만든 생강굴이다. 이는 사유지로, 마을에서 매달 임대료를 지불하고 사용 중이다. 일꾼들이 곡괭이로 일일이 파내서 만든 생강굴의 깊이는 10m에 달한다. 생강굴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먼저 시야 확보를 위해 조명을 줄에 매달아 굴속으로 내려보내야 한다. 그다음 사다리를 타고 안으로 들어간 뒤, 굴 밖에서 넘겨주는 생강 자루를 차곡차곡 보관하면 된다. 꽤 무거운 생강 자루를 일일이 옮기는 작업이 고되더라도 생강의 좋은 품질을 위해 빼놓을 수 없는 작업이다.



이용국 위원장은 생강굴에 생강을 모두 넣은 다음엔 온도를 유지하기 위해 입구를 막아두고 이산화탄소 저장법을 활용해서 보관하고 있다. 과학적으로 입증된 만큼 우수한 저장방식 덕분에 생강이 썩지 않고 변함없이 오래 보관할 수 있는 것이라며 기술이 발달하지 않았던 때에도 방법을 깨우친 우리 선조들의 지혜가 놀랍다고 말했다.

 

천년의 역사를 간직해온 봉동 생강

우리가 흔히 식탁에서 마주하는 생강은 거의 중국산 종자를 수입해 국내에서 재배한 것이다. 토종생강은 기르는 조건이 까다롭고 질병에 취약해서 1970년부터 중국산 생강이 서서히 시장에 나타나기 시작했다. 토종생강은 중국산 생강과 다르게 생강대가 질기지 않고 연해서 손으로 쉽게 꺾을 수 있다. 중국산 생강은 맵고 쓴 향이 나지만 토종생강은 허브향 같은 맑고 상쾌한 향이 나서 많은 사람들에게 인정받고 있다.



이은님(70) 어르신은 토종생강은 독하게 맵지 않아서 어느 음식에나 조화롭게 잘 어울리는 편이다. 또 수입품과 달리 껍질이 얇아서 따로 벗겨낼 필요도 없다고 말했다. 토종생강은 대부분 봉동지역에서 나고 자라며 천여 년간 이어져 왔다. 이에 지난 2019년에 국가중요농업유산에 지정되는 등 그 위상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 생강이 잘 자라는 토지와 기후를 갖고 있으며 이를 오래 유지하는 기술력 또한 갖추고 있다는 게 그 비결이다.

한편 완주생강전통농업시스템보존위원회에서는 완주토종생강 생산자 직판행사를 개최한다. 오는 1112일부터 15일까지 봉동 마그네다리 끝에 위치한 신성리 121번지에서 토종생강을 만나볼 수 있다. 이는 김장철이 다가오기 이전에 소비자들에게 직접 다가가는 차원에서 기획한 행사다. 봉동에서 키운 토종생강만을 판매하는 장을 열어 본격적으로 토종생강 홍보에 앞장서고 농민들과 소비자들이 직접 소통할 수 있게 된다.

 

 

 

[박스] 하전수 어르신이 들려주는 옛 생강 이야기

 

수확 철만 되면 왜 엿장수가 왔는지 아소?

 


봉동읍 은하마을에서 나고 자란 하전수(71) 어르신은 10대째 마을을 지키고 있다. 줄곧 생강 농사를 지어왔고, 지난 2018년부터는 ()완주생강전통농업시스템보존위원회 이사로서 후대들에게 지역의 토종생강을 남겨주기 위해 보존에 힘쓰고 있다. 오랜 시간 생강과 함께 해온 그에게서 봉동 생강에 얽힌 옛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하 어르신은 옛날에는 제초제가 없다 보니 생강농사를 지금처럼 많이 못 지었다. 일일이 수작업으로 밭을 매고 풀도 덮어야 했고 유독 손이 많이 가는 농사였다. 그래서 부잣집에서나 다섯 마지기 정도 짓고 일반 농가에서는 1마지기 정도 지었다고 말했다.

지금이야 농업 기술 발달로 생강이 보편화되어 음식으로 다양하게 활용해서 먹을 수 있지만 당시에는 대부분 약재로 쓰였다. 때문에 다른 작물에 비해 가치가 높은 편이었고 봉동 사람들은 생강농사로 생업으로 삼았다고 한다.

이어 그는 나 어릴 적에는 수확철이 되면 마을마다 엿장수가 몇 명씩 돌아다녔다. 엿만 파는 게 아니라 오징어랑 화장품 같은 것도 들고 다녀서 아낙들과 생강이랑 교환해가기도 했다햇생강을 조금 떼어내 가락엿이랑 싸 먹으면 독특한 맛이 났다. 알싸한 생강 맛과 달달한 엿의 맛이 의외로 잘 어울렸는데 생강 수확 철에나 맛볼 수 있는 별미였다고 회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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