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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가 피어나는 용암마을] 이성구 이장2021-10-13

[문화가 피어나는 용암마을] 이성구 이장



농사가 천직이다 싶다는 성구 씨가 아내와 함께 누렇게 익어가는 논을 배경으로 미소짓는다.


  

자전거로 마을 한 바퀴 도는 게 일과의 시작

 

매 순간 최선 다하고 욕심 비우니 행복

 

하늘에 뜬 구름 한 점 없이 맑고 푸르던 시월의 첫째 날 이장 댁을 찾았다. 객이 왔다는 소식에 바깥에서 일을 보다 자전거를 타고 서둘러 돌아오는 이성구(70) 이장. 숨 고를 새도 없이 오디즙을 맛보라며 건네줬다. 집 안 곳곳에는 그를 꼭 닮은 아이들의 사진과 아내와 단둘이 찍은 사진, 하얀 한복 차림의 할머니와 갓을 쓴 할아버지 사진이 진열돼 있었다.

이성구 이장은 “4대째 용암마을에 살고 있어. 한 사람당 30년씩만 잡아도 120년을 살아온 셈이라며 긴 세월을 살아온 만큼 마을에 관해서는 모르는 이야기가 없다고 말했다.

끄트머리에 있는 버드나무는 내가 태어날 적부터 그만큼 컸어. 원래는 여섯 그루가 있었는데 늙어서 다 넘어갔고 지금 세 그루만 남은 거야. 옛날 어른들 하신 말씀이 용바우가 마을 끝자락까지 쭉 뻗었으면 이 동네가 장군이 나올만한 명당자리가 되었을 건데 조금 짧아서 아쉬운 마음에 기를 받고 이어가라고 나무를 심었다 그러셨어. 한 번은 토지주가 나무를 다 베어버리려고 하던 것을 그분들이 극구 말려서 지금껏 남아있는 거야.”

어르신들께서 지켜주셨다는 나무들은 현재 그 자리에 굳게 뿌리를 내리고 서서 동네 주민들의 쉼터가 되어주고 있다. “예로부터 어른들이 젊은이들을 좋은 쪽으로 잘 이끌어주셔서 마을이 잘 되었지. 그 점을 나도 본받으려 많이 노력했고. 이제는 내가 그 역할을 하려고 해.”


자전거를 타고 마을을 둘러보는 성구 씨.


그는 열여섯 살 무렵부터 객지로 나가 돈을 벌기 시작했다. 먹을 것은 부족하고 식구는 많았던 시절, 어린 나이지만 가족들에게 보탬이 되고 싶어서였다. 그렇게 7년간 서울에서 구두 만드는 기술을 배웠고, 이후 전주로 내려와 양화점을 차려 직접 만든 구두를 팔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 기계가 발달하면서 값싼 기성품 생산량이 늘어났고, 수제화를 찾는 사람들이 점차 줄어들면서 사업은 급속히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했다. 결국 그는 서른한 살이 되던 해 15년간의 객지 생활을 뒤로하고 귀향을 결심했다. 마을로 돌아와서는 가족들 생계를 책임지고 자녀를 교육하기 위해 밤낮으로 쉬지 않고 농사일을 했다. 벼농사, 상추농사, 시설 재배 등 한창 많이 지을 땐 3천 평까지 지었다.

사람들이 농사 참 잘 짓는다, 베테랑 농사꾼이다 그려. 어려서 어머니 아버지가 농사짓는 거 어깨너머로 보고 배운 게 다거든. 지금 생각해 보면 농사가 내 천직이다 싶지.”

그는 올해로 4년째 마을 이장을 맡고 있는데 작은 마을 회관을 35평짜리 큰 회관으로 새로 짓고 지형 특성상 장마 때마다 수해가 잦은 마을을 보호하기 위해 수로 공사를 하는 등 살기 편한 마을을 만들고자 다방면으로 노력하는 중이다.

이 동네 사람들은 이주민들도 텃세 없이 다 안아줘. 이번에 회관을 무사히 지을 수 있었던 것도 원주민이나 이주민 너나 할 거 없이 협조를 많이 해준 덕택이야. 서로 칭찬해 주면서 욕봤다고 할 때 가장 뿌듯하고 보람을 느끼지.”

그는 보통 새벽 6시쯤 일어나서 마을 한 바퀴를 자전거 타고 돌아보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이후 논과 밭에 나가 오전 내 일하고, 오후에 쉬는 것이 보통의 일과이다.

어려서는 다들 못 사니까 그러려니 하다가도. 내가 19살 때 고생이 제일로 많고 심했을 적에는 연탄가스 중독으로 죽다 살아났어. 그 이후로 힘들 때마다 내가 그때 죽었더라면 이 고생을 안 할 텐데하는 생각이 들더라고. 근데 지금은 참 행복해. 아이들은 저마다 사회생활 잘 하고 있고. 나랑 아내도 건강하고. 살아보니 집안에 근심 걱정 없는 것이 제일로 행복이더라고. 앞으로도 그렇게 욕심 안 부리고 살려고 해. 그럼 고민할 게 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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