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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가 피어나는 용암마을] 붉은 벽돌집 이종귀 어르신2021-10-13

[문화가 피어나는 용암마을] 붉은 벽돌집 이종귀 어르신


  

내 삶의 지침은 바른 마음 바른 행동

 

토박이에 공직자로 33

마을 역사 누구보다 잘 알아

 

담장에 그려진 벽화, 자전거를 타고 유유히 논길을 지나가는 사람들. 달달달 트랙터 지나가는 소리. 이렇게 마을 골목을 보고 들으며 걷다 보면 어느덧 마을의 끝자락에 이르게 된다. 그곳에 지어진 붉은 벽돌집. 우리는 이곳에서 이종귀(77) 어르신을 만날 수 있었다. 가는 길에 만난 이웃 주민들은 이 마을의 역사를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 마을 이야기를 술술 꺼내주실 분이라며 그를 칭했다.


종귀 어르신이 용암마을 택지개발 이전 과수원이 있던 자리를 보여주고 있다.


1945년 해방둥이로 태어난 그는 지금껏 여기에 살며 마을의 변화를 가장 가까이서 지켜보았다. 마을 한구석에 서당이 있었던 이야기. 서당이 사라지고 학교가 생긴 이야기. 72년 마이크로 15인승 버스가 운행을 시작했고, 전기가 처음 공급되던 날 등 꼭 어제의 일인 듯 막힘없이 설명해주었다. “나 어릴 때만 해도 마을에 중학교가 없어서 전주까지 걸어서 다녀야 했어. 길도 제대로 안 나 있어서 돌다리를 넘어갔는데 정확히 1시간이 걸리더라고. 여름이면 장맛비로 냇물이 넘치니까 친구들끼리 서로 팔을 엮어서 건너고 그랬지. 학교에 도착할 때쯤이면 온몸이 다 젖어있더라고.”




위) 어르신의 고교시절 모습

아래) 새마을운동 당시 용암마을 주민들 사진


그는 지난 33년간을 공직자로 생활했다. 공무원의 꽃이라 불리는 사무관으로 승진하며 20대 용진면장을 역임했고, 그 뒤 군청 도시과장과 건설과장을 거치며 타고난 봉사 정신을 인정받아 친절 봉사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또 정년이 가까운 나이에 전문대학 사회복지과에 입학하여 학위를 받고, 자격증을 취득하는 등 학구열을 불태우기도 했다. “일이 끝나면 저녁에 학교에 가서 딸과 같은 나이대의 동기들과 강의를 들었지. 그렇게 2년을 빠짐없이 출석해서 60살 되던 해에 졸업했어.”

어르신은 공무원으로서 가족들과 다른 사람들에게 모범이 되고자 욕심을 부리지 말고 청렴결백하게 살자는 뜻으로 바른 마음, 바른 행동이라는 가훈을 세워 그 말 따라 살리라 노력했다. 다짐 덕분인지 기나긴 공직생활 동안 누구에게도 한 점 부끄럼 없었다고 이야기한다. 그는 괜찮은 직장동료, 선배이자 후배로서 피해 주지 않고 부끄러울 행동은 하지 않으려 노력했지. 그래서인지 나와 함께했던 직원들은 지금까지도 연락을 주고받고, 밥 한 끼 먹을 만큼 끈끈해. 내 공직생활 중 가장 뿌듯하고 자랑스러운 점이기도 하고. 오늘도 마침 식사 자리가 있다며 웃었다.

매 순간 본인만의 기준을 세우고 어긋나지 않도록 성실히 살아온 어르신. 앞으로의 삶에 이르고 싶은 소망이 있다면 무엇일지 궁금했다. “지난 7월 심장에 큰 수술을 받았고 지금 회복 중이야. 내 나이에 가족들 떠나보내고 혼자 사는 사람도 더러 있는데, 이렇게 아내와 자식들과 큰 말썽 없이 서로 얼굴 마주 보고 지낼 수 있는 것만으로 행복하고 감사할 따름이지. 이보다 더 바랄 건 없어. 텃밭에 상추랑 들깨랑 심고 돌보며 가족들과 함께 땅과 어우러지며 살아야지.”




[박스] 어르신이 들려주는 용바위 전설

마을 이름을 한자로 풀이하면 용용바위암이다. 마을 끝자락에 있는 바위는 예부터 용암 또는 용바위라고 불려오고 있다. 용바위에는 움푹 파인 용 발자국이 있는데 이에 얽힌 전설이 마을에 구전되어 전해지고 있다. 전설에 따르면, 차가운 물속에서 100년을 살아온 이무기가 용이 되려면 커다란 광음과 폭풍우 속에 입에 여의주를 물고 하늘로 승천해야 한다고 한다. 이때 주변으로부터 어떠한 방해가 없어야 하는데, 그 과정에서 방해를 받아 승천하지 못하면 그 용은 마을과 사람들을 해치는 무서운 악용(惡龍)이 된다. 어느 날 용 바위 옆 용소(龍炤)에 살던 이무기가 여의주를 물고 용이 되어 승천하고 있었는데 지나가던 아이가 이를 보고 깜짝 놀라 소리를 지르게 됐다. 그 바람에 용은 승천하지 못하고 땅으로 추락하고 말았다. 그때 그곳을 지나던 한 용맹한 장수가 바위를 박차고 뛰어올라 추락하던 용을 받아 하늘로 던져 올렸고, 그 용은 무사히 승천할 수 있었다고 한다. 그리하여 지금도 용바위에는 용이 승천할 때의 발자국이 남아있다고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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