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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다양성 소수다] 농인2021-08-11

[문화다양성 소수다] 농인



우리가 하는 말 잘 보아요

 

<나무의 언어>는 농인과 청인이 목공활동을 함께하며 소통하는 프로그램이다. 완주문화재단은 농인의 문화예술활동 기회를 확대하고 농인과 청인이 서로의 시선에서 다른 문화를 경험하며 소통하는 자리를 만들어주기 위해 완주군수어통역센터, 옹이놀이터와 협력해 이달 18일까지 모두 4회에 걸쳐 이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농인과 청인이 함께 목공 수업

지난 84일 오후 2시 완주군청 뒤쪽에 위치한 누에 목공실에서 <나무의 언어> 목공 프로그램이 진행됐다. 입이 보이는 투명한 마스크를 착용한 사람들이 큼직한 이름표를 붙이고 있었다. 이들은 한 명씩 차례로 나와 본인의 이름을 수어로 설명한 뒤 만나서 반갑다는 뜻으로 두 손을 구부려 위아래로 움직인다. 아직 기초적인 수어밖에 배우지 못해 많은 말을 전할 수는 없지만, 그 대신 박수로 서로를 따뜻이 반긴다. 참가자들은 각자 전 시간에 미리 배운 수어 인사말, 화법 등을 토대로 자기소개를 한 후 나무 바구니 만들기를 시작했다. 청인 참가자 오현숙(68) 씨는 농인과 함께 하는 프로그램은 난생처음이라 감개무량하다. 평소 텔레비전을 시청할 때 청각장애인을 위해 통역사가 열심히 손짓하는 모습을 보며 한 번쯤은 말뜻을 이해해보고 싶고, 배워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이런 기회가 생겨서 좋다고 말했다.

완주문화재단의 김희윤(30) 담당자는 일상에서 서로 소통할 기회가 없는데, 이번 프로그램을 통해 소통하는 시간을 갖게 되어 기쁘다. 앞으로도 이런 프로그램을 더욱 많이 기획하고 싶다고 말했다.

     

수어가 제1언어인 사람들, 농인

일반적으로 농인은 말하지 못하는 언어장애가 있는 장애인을 통칭한다. 수어를 제1언어로 사용하는 사람들로, 넓은 의미에서 잘 듣지 못하는 경우(청각장애인)와 언어 구사가 불가능하거나 힘든 경우(언어장애인)를 통틀어 의미하며, 좁은 의미에서는 청각장애로 인해 입으로 말하지 못하는 사람을 의미한다. 청인은 음성언어를 중심으로 의사소통을 하는 사람을 의미한다. 수어를 제1언어로 사용하는 사람들인 농인을 제외한 모든 사람을 청인이라고 볼 수 있는 셈이다.

완주군수어통역센터에 의하면 완주군에 거주하는 청각장애인은 20215월 기준 1,210명이다. 이중 수어 사용자는 100여 명. 수치로 보듯 수어를 사용하는 청각장애인은 적은 편이다. 청각장애인의 수치는 고령으로 인한 난청질환을 가진 이들을 포함하며, 수어를 사용하지 않고 몸의 언어로 사용하는 사람들도 많기 때문이다. 강지현 완주군수어통역센터 사무국장은 나이가 들면서 난청이 온 분들도 청각장애인으로 등록이 되다 보니 수어를 사용하는 농인들의 퍼센트는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다. 난청인은 들리는 사람도 있고 들리지 않는 사람도 있는데 대부분 연세가 있는 편이기 때문에 수어를 배우려고 하는 분들은 많지 않다고 설명했다.

완주군수어통역센터는 모든 청각장애인을 위한 통역서비스를 제공한다. 주로 수어를 사용해 통역을 하지만 필담(筆談) 서비스도 진행한다. 이들이 제공하는 통역서비스는 일반적으로 간단한 일상생활의 통역부터 법률적 문제 등 중요한 사안에도 다양하게 활용된다. 물론 일반적인 사례도 여럿 있다. 일례로 대형마트를 방문한 농인이 계산과정에서 계산원에게 무언가 메시지를 전달받았을 때 이해가 되지 않아 통역사에게 영상통화를 걸어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이다. 강 사무국장은 일상생활에서 간단한 건 크게 문제가 되지 않지만 병원이나 관공서, 법률적 문제들에 있어서는 통역이 반드시 필요하다. 그럴 땐 동행해서 통역서비스를 제공한다고 말했다.


    




김민숙 수어 통역사가 농인과 청인간의 소통을 돕고 있다.

 


마스크 낀 일상, 농인들은 답답해요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마스크를 낀 생활이 일상화가 됐다. 수어 이전에 사람들의 입 모양을 보고 말의 의미를 이해하는 농인의 입장에선 굉장히 불편한 언어 소통의 장벽인 셈이다.

농인 김미정(39) 씨는 마스크가 없는 세상에서는 100% 의사 전달은 아니지만 어느 정도 소통을 할 수 있었는데 지금은 마스크를 써서 입 모양이 안 보이니 답답함이 크다. 코로나19가 종식되어 마스크를 빨리 벗는 날이 오기를 기대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수어를 잘 모르고 대화가 되지 않아 글로 소통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이때도 알아둬야 할 내용이 있다. 농인과 청인 문법의 차이점이다. 강 사무국장은 이런 예를 들었다. ‘우리 남편이 아이스크림 먹어봤는데 진짜 맛있어요. 나도 맛있어요.’ 이 문장은 우리 남편이 아이스크림 먹어봤는데 맛있대요. 나도 먹어보니 맛있어요.’라는 문법과 미묘한 차이가 있다. 이러한 차이가 있다 보니 농인들은 청인들이 사용하는 모든 문장을 알아듣진 못하는 경우가 있다.

강 사무국장은 더불어 필요한 대화 에티켓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농인들이 앞에 있을 때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해 전달하지 않고 지나쳤던 말들에 대해 미안할 때가 있다. 그들을 위한 배려라고 하면 수어를 배워주세요가 아닌 그들을 앞에 두고 귓속말이나 오해가 될 말들을 삼가는 것이라고 당부했다.


    


<나무의 언어> 목공프로그램에 참여한 농인과 청인들이 강사의 설명을 듣고 있다. 오른쪽에선 김민숙 완주군수어통역센터 수어통역사가 통역을 하고 있다.





사회에 뿌려진 이중잣대

농인들은 어쩌면 사회적 편견보다는 이중잣대와 부딪힌다. 보이는 장애가 아니라 말을 걸기까지는 알 수 없는 장애이기 때문이다. 보기에는 생활에 불편이 없다고 생각하지만 취업이나 다른 사회적 진출에 있어서는 제약을 받는다. 강 사무국장은 끊임없는 사회의 인식개선이 과제라고 지적한다. 그는 그래도 예전보다는 장애인을 바라보는 시선이 많이 달라졌다. 그들이 도움을 요청하기 전까지는 먼저 나서지 않는 것이 좋다. 도움 요청의 주체가 그들이 되어야 한다고 당부했다.

최근에는 수어에 관한 관심도 과거보다 높아졌다. 전문 수어 통역사를 목표로 하는 사람도 늘어났다. 강 사무국장은 전문가 수준까지 하려는 욕심보다도 어느 정도 기초적인 수준만 되어도 충분히 상황에 도움을 줄 수 있다. 보다 관심을 보여주고 농인들과의 소통에 한걸음 다가 와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완주문화재단 무지개다리 사업

= 완주문화재단은 2021년 무지개다리사업을 통해 문화다양성과 관련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후원하는 이 사업은 완주문화다양성발굴단 <소수다> 운영, 완주문화다양성 정책 TFT 운영, 문화다양성 캠페인 및 주간행사, 문화예술 프로그램 개발 운영 등을 통해 문화다양성 핵심 활동 주체를 발굴하고 성장시키며 문화다양성 필요성을 인식하는 지역 분위기 확립에 힘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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