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농촌 어때?] 법률사무소 접고 온 이만수 씨2021-0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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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사무소 접고 온 이만수 씨
아들에 이어 귀농 결심
7월 2일 오전 10시 무렵, 먹구름이 걷히고 맑게 갠 날이었다. 완주군귀농귀촌지원센터 앞 공동텃밭에는 고추밭 지지대에 끈을 묶어주러 나온 이만수(70) 씨가 있었다. 그는 개인 텃밭을 둘러보며 뿌듯한 미소를 지었다. 만수 씨는 “항상 새벽 다섯 시면 눈이 떠져서 그때 밭을 좀 살펴보다가 지금 또 밭에 나온 것”이라며 웃었다.
그는 지난 2월에 서울에서 이곳으로 왔다. 그가 완주에 오게 된 건 크게 두 가지 이유였다. 일을 그만둔 뒤 조용한 곳으로 떠나고 싶었고, 먼저 완주에 터를 잡고 있는 첫째 아들의 영향 때문이었다.
“아들은 귀농인의 집 4기 교육생인데 지금은 삼례에서 딸기 농사짓고 있어요. 작년부터 아들 때문에 몇 번씩 완주로 왔다 갔다 하면서 지켜봤는데 여기가 살기 좋은 곳 같더라고요. 그래서 저도 한번 살아보려고 온 거예요.”
부산이 고향인 만수 씨는 1967년부터 쭉 서울에서 지냈다. 그는 사법시험을 합격하고 1982년부터 10년간 검사로, 그 다음 30년간은 변호사로 일했다. 그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바쁜 일상을 보냈다.
“정신없이 살았죠. 92년에 한·중 수교 된 이후 중국에서 유학을 마쳤어요. 변호사 하면서 중국 진출하려는 기업 대상으로 법률적인 문제를 해결해 주거나 해외 진출을 돕는 역할을 해왔어요. 아침 7시에 출근해서 밤 12시쯤 집에 돌아오고 그랬어요.”
서울과 중국 베이징에 있는 사무실을 오가면서 일해 온 그는 3년 전부터 일을 정리하기로 마음먹고 오랫동안 운영해왔던 사무실을 마무리했다.
“나이도 있고 이제는 가족들과 시간도 더 보내고 싶어서 일을 정리하기로 결심했어요. 서울에서는 항상 정신없이 시간을 보냈는데 이곳에선 편안하게 지내고 싶어요.(웃음)”
요즘 만수 씨는 텃밭을 가꾸거나 아들이 지어놓은 비닐하우스에 가서 일손을 돕고 있다. 날 좋을 땐 아내와 고산자연휴양림에서 산책하며 여유를 즐기고 있다. 그의 텃밭에는 수박, 참외, 토마토, 고구마, 상추 등이 자라고 있다. 아내 이윤전(64) 씨는 “텃밭에서 난 채소들로 요리를 해 먹곤 하는데 여기 와서 가지가 이렇게 맛있는지 처음 알았다”며 웃었다. 끝으로 만수 씨가 앞으로의 계획을 밝혔다.
“올해가 가기 전에 땅을 구하는 게 일단 목표예요. 이곳에서 집 짓고 텃밭 가꾸면서 살고 싶거든요. 정착하고 나면 지역에 도움 되는 일을 하고 싶은데 특히 아이들한테 좋은 일이 뭐가 있을지 고민해보려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