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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기러기로 평지마을] 국춘호 어르신2021-05-17

[눈기러기로 평지마을] 국춘호 어르신

 


이제껏 욕심 안 부리고 살았으면 된 거야

 

도로를 따라 평지마을로 가는 길. 버스 정류장에 닿기 전에 좁은 길로 빠져서 들어가다 보면 집이 몇 채 보인다. 그중에서도 제일 안쪽에 오래된 집이 있다. 너른 마당 한쪽에는 아담한 외양간이 있고 장작더미가 쌓여 있는 창고를 가진 집이다. 오랜 세월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이곳에서 국춘호(79) 할아버지가 때마침 어미 소를 살펴보고 있었다.



낯선 객이 불쑥 찾아왔지만 어르신은 자연스럽게 거실로 안내했다. 곁에 있는 쌀강정 몇 개를 꺼내서 일단 이거라도 먹으라며 건네주셨다. 그 말투는 건조했지만 따뜻했다.

마을에서 나고 자란 어르신은 한평생 농사일을 했다. 젊을 적에는 보리농사, 벼농사를 주로 했고 이후로는 양파나 상추 같은 밭농사를 지었다. 지금은 콩 농사를 짓고 있다.

우리 집 마당이 큰 것도 정부에서 벼 수매했을 때 여기서 나락 말리려고 크게 한 거였어요. 그땐 순전히 나락농사만 지었을 때죠. 옛날이나 지금이나 똑같은 땅인데도 그땐 왜 그렇게 못 살았나 몰라요. 그땐 정부에서 나락농사 지으라고 권장했는데 지금은 벼농사 지으면 밑지니까 못 해요. 기계가 없는 집은 품삯 주고 나면 아무것도 남는 게 없거든요.”

벼농사 짓는 게 부담이라 콩 농사를 택한 춘호 어르신. 콩 농사는 비교적 약값도 안 들고 손이 많이 안 가기 때문이었다.

저수지 생기고 나서 하우스가 하나둘씩 생겨났는데 그땐 정부에서도 보조해줬어요. 한때는 여기가 수박단지였는데 하우스 농사는 대간해요(고단해요). 여름엔 숨 막히고 덥거든요.”



세월 따라, 시기마다 짓는 농사도 달라졌다. 농부로서 어르신은 주어진 환경에서 할 수 있는 일을 선택해왔다. 소를 키우게 된 것도 비슷한 이유였다.

소 키우는 게 재밌는 것도 아니고 딱히 예쁜 것도 아니에요. 그냥 농촌에서 생계 유지하고 먹고살려고 하는 거죠. 많이는 안 키워도 그래도 꽤 오랫동안 키웠어요. 지금 사료 한 포대에 2,300원인데 두 마리서 이틀이면 다 먹으니까 쉽진 않죠.”

고향을 떠나지 않고 시골에서 자신만의 방식으로 살아온 춘호 어르신. 지금껏 살아오면서 힘든 적은 없었을지 궁금했다.

촌에서 생활비도 부족한데 아들 딸들 갈치는 게 곤란했죠. 우리는 못 배웠을망정 애들은 백프로 갈쳐야 할 거 아니에요. 그래도 평범하게 욕심 안 부리고 나쁜 짓 안 하고 살았어요. 나이 먹었으니까 이제 건강밖에 바랄 게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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