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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들이 반기는 화원마을] 마을이 정원2019-06-04

[꽃들이 반기는 화원마을] 마을이 정원


꽃들이 반기는 화원마을, 마을이 정원

 

어디에나 꽃이 피네, 갈 봄 여름 없이


김준오(78) 할아버지는 집근처 작은 논에서 괭이질을 하고 있었다흙을 으깨서 논에 흙벽을 만드는 작업. 물이 귀한 논이라 물이 새나가지 않게 하기 위해서다.

모 심으려고. 괭이로 해도 되긴 하는데 그래도 미장삽으로 해야지. 대충하면 되가니."

괭이로 으깬 흙을 낡은 미장삽으로 단단하게 쌓는다. 쉼 없는 노동에 할아버지의 숨소리가 거칠어졌다. 새액새액. 그가 지나온 논바닥에 물길이 생긴다.



김준오 할아버지가 미장삽으로 흙벽을 짓고 있다.


구이면 고덕터널을 지나면 보이는 고덕산 아래 마을. 이름도 어여쁜 화원마을이다. 화원마을 길가 곳곳, 마당 곳곳에 꽃이 선들거린다. 이름처럼 마을이 하나의 정원이다. 서른 한 가구가 사는 제법 큰 마을.

산 아래 있고 마을에 나무가 많다보니 기온이 시내와 다르다. 옆 마을과도 2도 정도 차이난다. 모정 아래 앉아있는데 선득한 기분이 든다.

엊그제 더웠는데 밤에는 추워서 누워있질 못했어요. 이 동네가 전주보다도 온도가 낮아요. 오늘 아침에 서리가 내렸다고 하대요.”(임일빈·60)

농부들은 분주해지고 있다. 평일 한낮 사람들은 논과 밭에서 일을 한다. 누군가는 깨를 심고 어떤 이는 옥수수에 웃거름을 준다.

빨간 옷을 입은 아낙도 밭으로 나갈 준비에 분주했다. 비닐하우스에 들어가서 비료와 이것저것을 챙기고 오토바이를 탄다. 이름을 묻자 유진이 엄마라고 소개한다.

옥수수 거름도 주고 깨도 솎아줘야 해요. 아침에는 고추 세워주고 왔어요. 평소에는 내가 직장을 다니는데 쉬는 날에는 이렇게 밭에 나가요. 오늘은 해가 안 떠서 일하기가 괜찮네요.”

카메라를 들고 수첩을 들고 다니는 우리에게 유진이 엄마가 말한다. 타인에 대한 경계심보다 마을에 대한 애정이 느껴진다.

마을 이야기 쓰신다고요? 우리 마을 예쁘잖아요. 좋은 이야기 많이 써주세요.”



길가에는 발그레한 미니사과나무

왕래 없는 집 뒤뜰에도 꽃무더기




화원마을은 곳곳에 꽃이 피어있다. 아무도 보지 않을 법한 곳에도 꽃이 얼굴을 내밀었다. 위 꽃은 접시꽃과 흰 장미.


마을을 둘러싸고 있는 고덕산이 보인다. 마을 앞은 멀리 경각산이 펼쳐져 있다. 초록으로 덮인 산이 뿜어내는 기운이 상당하다. 마을이 산 안에 안겨있는 기분. 그 산 아래 임채경·권동화(60) 부부는 집을 지었다. 집 마당과 베란다에는 다육식물이 가득이다.

저는 채소보다 나무나 꽃 심는 게 좋더라고요. 심심해서 하나둘 키우다보니 중독 된 거 같아요. 120종류 정도 있어요. 다육이가 의외로 까다로운 식물이에요. 올해는 코스모스 밭을 해보려고 꽃을 심어 놨어요. 우리 뒷집이 형님 집이에요. 우리 동네는 조용하고 공기도 참 맑아요.”

화원마을은 마을 어느 곳에나 꽃이 보인다. 어르신들 집 마당에도 꽃이 있고, 심지어 사람 왕래가 없는 집 뒤뜰에서도 꽃이 얼굴을 내민다. 어디에 핀들 중요하겠는가. 꽃은 그 자체로 아름다운데.



이맘 때 쯤 마을에는 복숭아 농사가 한창이다. 과수원 사람들이 봉지를 감싸는 작업을 하고 있다.


꽃 보면 싫은 사람이 있간. 사람이 예쁜 거 보면 기분이 좋아지잖아. 나는 꽃 이름도 모르고 성도 몰라. 그래도 보면 좋아.”(임금례·83)

어르신들은 나이가 들면서 할 일이 없어지고 하고 싶은 일도 없어진다고 하신다. 하루가 기대되지 않는 나이라고. 금례 할머니도 그렇다. 하지만 꽃을 보고 가꾸는 것이 당신의 유일한 취미라고 말씀하신다. 고마운 꽃 친구들.

마을 길가에는 미니사과나무가 세워져있다. 2019 완주군 주민참여예산사업으로 마을에 꽃길을 조성한 것이다. 아직은 열매도 맺지 않은 작은 나무이지만 이제 곳곳에 발그레한 작은 사과들이 열릴 것이다.

바람이 분다. 일하기 좋은 날씨다. 농부들이 논으로 밭으로 나간다. 목을 축이라며 금례 할머니가 건넨 물 한잔이 시원하고 달다. 이제 곧 진짜 여름이다.

  


[관련] 땅 속에 금부처 전설




 

유연심(88) 할머니가 마을 모정에 앉아 마을의 옛 이야기를 꺼낸다.

 

원래 마을 이름은 큰골이란 뜻을 가진 항골이었다. 백제 말기 650년대 고덕산 경복사 창건 때부터 마을이 조성되었고 풍천 임씨의 집성촌이었다. 마을 뒤로는 고덕산이 있고 앞으로는 경각산이 보인다.

현재는 31가구가 산다. 평균 연령은 65세 이상이며 여자 어르신들이 많다. 과거에는 복숭아 농사를 많이 지어 4월 중순이면 복숭아꽃이 흐드러지게 핀다. 최근에는 몇 가구가 소규모로 논 농사를 짓고 그 외에는 참깨나 배추, 고추 등 밭농사와 복분자 농사를 짓는다.

화원마을과 상하보마을을 잇는 고덕산 능선에는 경복사 터로 추정되는 절터가 있다. 경복사는 고구려의 보덕화상이 국가가 도교를 받들고 불법을 믿지 않아 백제로 옮겨 온 이후에 지어진 사찰로서 조선시대에는 36본사의 하나였다고 전해진다. 임진왜란 이후까지 지속되다가 없어졌는데 그 시기는 알려지지 않았다.

권명자(72) 할머니는 경복사 스님이 계셨는데 매일 꿈자리가 좋지 않아 절에 있던 금부처를 땅에 묻어버렸다고 한다. 그 금부처를 찾으려 했으나 지금까지 못 찾았다고 들었다. 또 마을 입구부터 경복사까지 올라가는 돌계단이 있어 사람들이 버선발로 올라 다녔다고 한다. 절 기둥이 칡나무로 되어있었다고 말했다.

이웃간 사이가 좋다. 2017년부터는 마을에 사는 5가구가 함께 배추농사를 지어 로컬푸드에 납품 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절임배추 1만포기를 납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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