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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닥의 걸어서] 일 잘 하고 싶은 사람, 일 하기 싫은 사람, 모든 일하는 사람들을 위한 마음의 지도2018-12-04

[바닥의 걸어서] 일 잘 하고 싶은 사람, 일 하기 싫은 사람, 모든 일하는 사람들을 위한 마음의 지도

일 잘 하고 싶은 사람, 일 하기 싫은 사람, 모든 일하는 사람들을 위한 마음의 지도

<일하는 마음> 제현주 지음

 

저는 11월부터 새 일터로 출근합니다. 배차 시간 20, 완주군내에서 아마도 가장 자주 오는 버스인 535번을 타고 30정거장을 지나야 닿을 수 있는 전주 시내 한복판입니다. 당연히 앉아 갈 수 있겠거니 싶었는데 며칠 지나보니 우리 아파트에서 전주로 출근하는 사람들 대부분은 내가 나가는 그 시간에, 그 버스를 타고 다니기 때문에 버스가 정류장에 도착하면 많게는 열 다섯 명까지 우르르 줄을 섭니다. 그래서 저는 지난주부터 한 정거장을 거슬러 올라가 버스를 탑니다. 그리고 최대한 깊숙이 맨 뒤쪽으로 가서 앉습니다.


버스가 전주로 들어서고 나서도 아파트 단지를 지날 때면 도시 출근길의 익숙한 모습을 만납니다. 앞문은 닫히지 않을 정도로 사람이 빡빡히 들어차고 뒤쪽은 조금 헐렁한, 그렇지만 결코 적지 않은 사람이 겨우 실려다니는 그런. 완주로 오기 전 서울에서 아침마다 너무 많은 사람이 타는 지하철에서, 너무 많은 사람이 달리는 환승역에서, 너무 많은 사람이 서로를 밀치는 거리에서 느꼈던 그런 기분을 느끼고야 맙니다.

 

몇 달 전 다음 책을 집중해서 쓰겠다며 카페 일을 그만두고선 생계비를 해결할 뚜렷한 방도가 없어서 조만간 일을 구해야겠다고 생각하던 중이었습니다. 글을 쓰고 강연을 다니면서 돈을 벌어도 충분치 않았고 한국어교육과 성폭력예방교육을 할 수 있는 자격을 얻었어도 전문 강사로 활동하기엔 배짱도 실력도 열정도 그만그만했습니다. 돈을 버는 다른 방법을 모르니 다시 회사에 들어가는 수밖에요. 운 좋게도 일하고 싶은 곳을 만나 바로 일을 시작했습니다.

 

마지막으로 다녔던 여섯 번째 직장을 2년 전에 그만두면서 여전히 나는 일하기 싫어하는 사람이라는 사실을 인정했습니다. 일하기 싫은 자 먹지로 말라는 말을 붙들고, 일을 해야만 돈을 벌 수 있다면 일하기 싫으니 돈을 쓰지 않는 삶을 살기로 결심하고 노력했습니다. 어느 정도 휘둘리는 가짜 욕망을 제거하면 지금까지보다는 덜 쓰며 살 수 있습니다. 그렇다해도 완벽하게 자연에서 자급자족하는 생활이 아니라면 그냥 살기만 하는 데도 돈이 꽤 들기 때문에 전혀 돈을 벌지 않고 살 수는 없다는 결론에 이르게 됩니다.


게다가 돈을 벌기 위해 억지로 하는 일 말고 재미로 친구들과 벌인 일에서 일하는 재미를 알게 되고나선 내가 일하기 싫어하는 사람이 아니었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습니다. 나는 일을 좋아하는 사람이었습니다. 어떻게, 누구와, 어떤 일을 하느냐에 따라 즐겁게 일하고 보람을 느끼며 더 잘하고 싶어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이렇듯 일의 조건을 맞추지 못해 괴롭게 일하고 있을 거란 생각이 듭니다. 나에게 맞는 조건을 아는 것도, 그 조건에 맞는 일을 찾는 것도 어려운 일이고요.

 

돈이 필요해서 일을 하기는 하지만, 일은 사람이 살아가는데 중요한 활동이기도 합니다. 인간은 때론 기필코 무언가를 하는 존재니까요. 그래서 저는 다시 직장인이 되기로 결심하고 어떤 종류의 일이어야, 누구와 함께하는 일이어야 하는지를 따졌습니다. 해보고 싶은 일, 세상에 필요한 일, 만나고 싶은 사람들과 함께 할 수 있고 내가 필요한 만큼의 보수를 주는 곳이었습니다. 힘들 게 뻔하고요. 고민 끝에 이런 다짐을 했습니다. 너무 잘하려고 스스로를 괴롭히지 말 것, 조급한 마음에 나와 같지 않다며 동료를 원망하지 말 것, 균형을 잃지 않고 천천히 갈 것. 그러고도 부족해 좋아하는 작가의 책을 읽으며 다시 마음을 다잡습니다. 제현주 작가의 <일하는 마음>입니다.


 



저자는 남들이 좋다고 하는 일10여년 간 하면서 경력을 쌓고 직장 밖에서 내가 좋아하는 일’, ‘가슴을 뛰게 하는 일6년 정도 경험한 뒤, 본인에게 중요한 조건을 파악하고 직장 안이냐 밖이냐를 따지지 않게 된 때, 다시 직장 안에서도 즐겁게 일할 수 있겠다는 마음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는 저자처럼 아직 어떻게 하면 좋은지 알지 못하는 일에 몸을 던지길 좋아하는 사람은 아니지만 스스로 만족할 만한 성과를 내며 일을 잘하고 싶기는 합니다.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럴 거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이 책을 두 번 읽었는데요, 일에 대한 저자의 관점과 태도에 공감하면서 조금은 울컥한 마음으로 빠르게 한 번, 두 번째에는 마음에 드는 구절들을 옮겨 적었습니다.

 

어려움에 대한 불안, 일의 괴로움, 일의 의미, 일하는 방식, 리듬과 속도, 좋은 일과 나쁜 일, ‘열심히꾸준히’, 일이 먼저냐 사람이 먼저냐 등 일하는 사람들이 숱하게 마주하는 마음들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책을 읽다보면 내 안에 어떤마음이 들겠지요. 바로 그 마음으로 우리는 일하고 있으니까요.

 


/바닥(bacac) 이보현은 귀촌인이자 자급을 지향하는 독립생활자, 글 쓰고 말하기를 좋아하는 사람. 읍내 아파트에 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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