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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마을 스타를 소개합니다] 자연인 허진숙2018-12-04

[우리마을 스타를 소개합니다] 자연인 허진숙

[우리마을 스타를 소개합니다] 자연인 허진숙

돈 없이도 잘살기



나는 백수다. 앞으로도 돈을 벌 생각은 없다. 난 지금 백수의 전성시대를 누리고 있다.

집 땅 차를 버리니 집 땅 차가 왔다.

지금 난 문패도 번지수도 없는 산속에 산다. 나는 지금 나답게 잘살고 있다.


소비하니 고로 존재한다는 자본주의에서 살아남기를 포기하고 자본 없이도 살 수 있는, 아니 조금만 벌어도 잘 살 수 있다는 삶을 선택했다.


처음 정착한 곳은 전세 500만원의 넓은 텃밭이 딸린 주택이었다. 집주인이 급히 도시로 가는 바람에 저렴했고 살림살이는 버리고 가서 딱히 구입할 것도 없었고 손 볼 곳도 없이 여유롭게 세 아이랑 잘 살았다. 큰 소비가 없으니 마당에서 가족친지나 친구들이 오면 잔치를 하고 서로의 고민도 나누고 가진 것을 서로 나눌 수 있었다.


아이가 크니 학교가 문제가 되었다. 안 보내자니 친구가 없고 하루 종일 나랑 있는 것도 한계가 있을 듯싶어 학교 가까이로 이사를 했다. 동상면 사봉리에 아궁이가 있는 옛날 흙집이 비어 있었다.


난방은 버려진 삭정이나 나무로 하였고. 간혹 친구들이 보내준 옷, 이불, 가방 등등은 이웃과 나누고 작업복으로 쓰기도 했다. 물은 산위에서 내려오는 물을 집안으로 끌어들여 24시간 흐르게 했다.


텃밭 마당 한쪽은 쉽게 쓸 수 있는 파, 부추, 상추, 시금치, 고추 정도로 심었고, 하천 옆이나 동네 버려진 땅에는 콩이나 옥수수, 호박, 들깨, 감자를 재배했다. 음식물 쓰레기는 퇴비나 닭 모이로, 그 나머지는 산이나 들에서 나는 냉이, 달래, 미나리, 고사리를 뜯어서 반찬이나 전이나 묵나물로 사용하니 식비가 줄었다. 콩으로 간장, 된장을 담가 먹었고, 김치는 되도록 많이 담가서 독에 저장하니 일 년 내내 묵은지가 떨어지지 않았다.


화장실은 다시 밭으로 순환하는 방식으로 모아서 발효시켜 땅으로 가게끔 생태화장실을 지금 돌로 만들고 있다.


아이들 교육은 딱히 없었다. 같이 노동을 하는 것, 일기 쓰는 것, 도서관가서 책 빌려 읽는 것 이외는 놀렸다. 건강했고 잘 먹고 잘 놀았다. 지금도 난 아이들에게 사회적으로 원하는 삶을 기준으로 삶지 말고 네가 하고 싶은 삶을 살라고 말한다. 어렸을 때부터 훌륭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압박감을 갖고 성장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





나는 자연인이다. 소비를 줄이고 많이 존재하고 고쳐서 쓰고 버려진 것을 활용하고 그리고 자유롭다. 시간이 많으니 이웃을 돌볼 수 있고 나를 돌볼 수 있다. 그리고 나를 사랑하고 주변을 사랑할 수 있다.

 


/마을기자 허진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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