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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근석의 완주공동체 이야기] 귀뚜라미의 울음2018-09-03

[이근석의 완주공동체 이야기] 귀뚜라미의 울음

[이근석의 완주공동체 이야기] 귀뚜라미의 울음

 


올해의 무더위는 상상을 초월한 온도였습니다. 오늘은 태풍이 지나가고 장마철 같이 종일 장대비가 오락가락하고 있습니다. 이 비가 그치면 바로 가을로 접어들겠지요. 가을이면 먼저 생각나는 것이 귀뚜라미의 청아한 울음소리일 것입니다.


집 안팎의 어디에선지 모르게 청량한 소리를 내어 사람들의 애간장을 녹이게 만드는 소리를 연출합니다. 기후의 변화로 올해 모기가 크게 줄었다고 합니다. 반면에 귀뚜라미들의 울음소리가 진즉에 시작되었는데 이것도 기온의 급작스런 상승에 따른 현상이라고 합니다. 기온이 급상승하니 곤충의 세계에도 혼란이 온 듯싶습니다.


곤충들의 울음소리는 다양한 방법으로 내지만 아무튼 짝을 찾기 위해 행위입니다. 도심의 매미 소리가 농촌지역, 산속 보다 더 우렁찬 것은 도시소음을 이기기 위해 더 크게 울어서 그렇다고 합니다.

 

마을에서의 회의할 때 몇 가지 원칙(?)을 이야기하는데, 그 중의 하나가 큰소리로 말하지 않기입니다. 회의를 하다보면 알게 모르게 자신의 주장을 통과시키기 위해서 등 다양한 이유로 크게 소리를 내게 마련입니다. 이로 인해 다른 사람과 의가 상하게 되거나 상처를 주게 됩니다. 심한 경우에는 이것이 발단이 되어 법정으로 향하는 경우도 종종 발생합니다.


비폭력 대화’ ‘갈등해소-조정등 다양한 기법을 배우기도 하고 이를 통해 다툼을 최소로 하거나, 해결 나가는 과정이 생기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배운다고 모두 실천에 옮겨지는 것은 아닌 것이어서 더욱 어렵습니다.

 

이누이트족의 분쟁해결 이야기를 옮겨봅니다. 이들은 법범자가 생기면 원로의 면담이 먼저 이루어진다고 합니다. 어른의 지혜를 구하는 행위이겠지요.


이런 과정이 통하지 않으면 노래로 결투를 한다고 합니다. 노래결투를 할 때는 상대방이 노래하는 한 끼어들지 않고 참을성 있게 들어야 하며, 모욕적인 가사와 구경꾼이 던지는 조롱에 침착하게 반응해야 한다고 합니다. 또 노래결투는 상대방에 대한 조롱이나 자신의 능력을 자랑하는 등 평소라면 용납되지 않는 방식으로 감정을 표출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고 합니다. 이는 불만의 요소를 표출해서 자신을 다스릴 수 있도록 하는 행위라고 생각됩니다. 폭력사태로 가지 않기 위해 묘안이라고 생각됩니다. 즐겁게 풀어 보자는 것이지요.

 

공동체에서의 가장 중요한 것은 다른 사람의 의견을 차분히 그리고 끝까지 듣고, 그 의견에 반론을 내는 것보다는 자신의 의견을 내놓아 서로의 의견을 비교할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당신은 틀리고 내 의견이 맞다라고 주장하면 상대방의 마음은 상하게 되어 결국은 폭력사태로 발전하게 된다고 봅니다.

 

힘으로 내 의견이 맞다라고 하거나, 목소리를 높여 내 주장을 따르라고 하기 보다는 상대방이 내놓은 의견의 저간을 살펴보고 그것을 이해하려는 마음가짐이 우선 필요하다고 봅니다. 이것이 공동체를 힘으로 결집할 수 있는 근간이라고 봅니다.


귀뚜라미의 청아한 소리에 마음을 다스리는 귀중한 가을이 되길 소망합니다.


/이근석(완주공동체지원센터장)은 귀촌해서 고산 성재리 화전마을에 살고 있다. 전북의제21 사무처장을 거쳐 지금은 완주공동체지원센터장으로 지역사회와 공동체의 지속가능성을 모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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