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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닥의 걸어서] 누구에게나 도전과 실패의 권리가 있다 2018-09-03

[바닥의 걸어서]  누구에게나 도전과 실패의 권리가 있다

[바닥의 걸어서] 누구에게나 도전과 실패의 권리가 있다

발달장애인 동생과 함께 보낸 시설 밖 400일의 일상 <어른이 되면> (장혜영 지음)

 

 

작년 이맘때쯤 어른이 되면다큐 프로젝트가 후원금을 모은다는 뉴스를 읽었다. 18년 동안 장애인 시설에서 살아온 중증 발달장애인 여동생을 시설 밖으로 데리고 나와 함께 살아가는 이야기를 기록한다고 했다. 탈시설 장애인이 사회생활에 필요한 공적인 지원을 곧바로 받기가 어려워서 최소한의 수혜 조건인 서울 거주기간 6개월을 채울 때까지 보호자이자 동거인인 언니가 생업을 접고 함께 살아갈 예정이었다. 장애인을 가족으로 둔 누군가가 개인의 생활을 거의 희생하다시피 하는 이야기를 우리는 많이 알고 있다. 이 프로젝트는 그와 비슷해 보이지만 그 이야기를 공적인 자리로 끌어내 많은 이들에게 들려준다는 점에서 다르다.

 

일 년 후 다큐멘터리는 완성되었고 비슷한 시기에 책으로도 묶여 나왔다. 사실 나는 결제를 고민하다가 후원금을 보내지 않았는데 유튜브에 공개된 다큐멘터리를 보고 나서 이 이야기가 더 많이 알려지기를 바라는 마음에 냉큼 책을 샀다. 언젠가 동네에서 공동체상영으로 영화를 함께 봐도 좋겠다. 어느 잠이 오지 않던 밤, 휴대전화의 작은 화면으로 다큐멘터리를 보면서 엉엉 울었고 책이 도착한 날 바로 순식간에 읽고 또 울었다. 그리고 이 지면에 책을 소개하려고 다시 한 번 읽으면서 역시나 울었다. 이렇게 눈물이 흐르는 게 알량한 동정심은 아닌지 경계해야했지만 눈물이 나는 이유는 장애인과 장애인의 가족이 살아가는 모습이 팍팍하고 힘들어 보이고 그들이 불쌍해서가 아니었다. 나와 같은 한 인간이 싸우고 화해하고 때론 주변 사람들에게 신세지면서 살아가는 이야기가 감동적이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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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사람들은 여전히 동생 같은 장애인에게 자립은 너무나 위험하다고 말합니다. 저 역시 오랫동안 자립의 의미에 대해 고민했습니다. 단 한 순간도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는 안전하게 생활할 수 없는 동생에게 자립이란 과연 무엇일까요. ‘자립은 누구의 도움도 없이 혼자서 모든 것을 해닐 수 있게 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사람들의 도움과 보살핌 속에서 세상에 다시 없는 존재로서 자기다움을 위한 여행을 계속하는 것입니다. 수많은 도전과 실패의 과정에서 세상 속의 자기 자리를 찾아 나가는 것이야말로 자립의 참된 의미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우리 사회에서는 장애인을 보기 어렵다. 학교에 다니거나 대중교통이나 공공기관을 이용하는 등의 사회생활은 물론, 사소한 일상을 유지하기도 어렵기 때문에 많은 장애인들이 현실적인 이유로 시설로 보내지거나 전적으로 가족의 보살핌을 받으며 지낸다. 내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존재하지 않는 게 아니라는 사실, 함께 동료 시민으로 살아가야 하며 충분히 가능하다는 사실을 책과 영화로 배웠으니 친구들에게도 이야기하고 싶다. 이 자매의 이야기를 들어봅시다. 그들이 원하고 우리가 원하는 그런 세상을 만들기 위해 일단 이 책 한 권을 사서 봅시다.


/글쓴이 바닥(badac) 이보현은 새내기 귀촌인이자 자급을 지향하는 독립생활자, 무엇이든 만들고 뭐라도 쓰는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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