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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갠 날 모고지마을] 백가지 향기로 가득한 일상2018-09-03

[비 갠 날 모고지마을] 백가지 향기로 가득한 일상

[비 갠 날 모고지마을]윤선웅·이수경 씨 부부

백가지 향기로 가득한 일상

 

10여 년 전 남편 고향으로 귀농

백향과 키우며 가족행복 키워가

 


300년도 더 되었다는 버드나무 열 그루가 마을회관 앞으로 늘어서 있다. 버드나무 길 옆으로는 용이 승천했다는 용시내가 흐른다. 산책길로 안성맞춤인 이 길을 걷다보면 큼직한 비닐하우스 세 동을 만나게 된다. 바로 금슬 좋은 윤선웅(44) · 이수경(42) 부부의 백향과가 자라는 곳이다.


 

선웅 씨네 백향과 밭에서 인터뷰를 진행 중이다.



부부의 온실에는 백가지의 향을 지녔다는 백향과의 새콤달콤한 향이 가득 퍼진다. 부부는 정성들여 키운 백향과를 낯선 객에게 권한다. 시지는 않을까 우려하면서.


나이가 들수록 신 걸 못 먹는대요. 신기한 게 농민회 어르신들도 처음에는 셔서 못 먹겠다고 하는데 몇 번 먹다보니까 먹을만하다고 하세요. ‘땡긴다. 가끔 생각난다고 하시면서(웃음).”



탐스러운 백향과. 백향과를 한 술 떠서 먹어본다.



우리에게 아직 친숙한 과일은 아니지만 점점 알려지고 있는 백향과. 특히 여자에게 좋단다.


에스트로겐 성분이 많아서 폐경오신 언니들 좀 드리면 생리량이 늘어났다고 그래요. 의약품은 아니지만 그 호르몬 성분이 작용을 하나 봐요. 싫다는 분들도 세 번 드시면 자면서도 생각난대요. 이 향이랑 맛이.” 

 

백향과는 단단한 것보다 쪼글쪼글한 게 더 달고 맛있다.


바로 딴 것은 매끈한데 엄청 셔요. 따서 후숙을 하면 좀 쪼글해지지만 달아져요. 그래도 시다고 하면 음료를 해서 드시면 잘 넘어가요.”

 

유기농으로 백향과 농사를 짓는 부부. 유기농 철학이 평범한 듯 비범하다.


유기농이 어렵게 생각하면 어려운데 사실 1960년대만 해도 다 유기농이었잖아요. 농약, 화학약품이 없었으니까. 그런데 1970년대부터 식량 자급률 높인다고 관행농법이란 이름으로 화학비료 쓰다보니까 부작용이 일어난 거죠. 화학비료 쓰면서도 오히려 자급률이 엄청 떨어졌잖아요. 우리 선조들이 5,000년 동안 농사지어온 그 방식으로 하면 되는데. 저는 환경주의자는 아니지만 내 몸 건강하게 하려고 이렇게 (유기농으로) 농사짓고 있어요.”


그렇다. 환경 보전은 대단한 이상에서 출발하지 않는다. 그저 내 몸 건강이라는 작지만 분명한 원칙을 실천할 뿐. 그런 그는 어떻게 이 마을에서 농사를 짓게 된 것일까?

 

이 마을이 고향이에요. 여기서 나고 대학 때까지 여기서 다녔어요. 직장생활만 경기도에서 하다가 내려왔어요. 귀농한 지는 11년 됐고요. 고향으로 오니까 좀 마음이 편해요.”


비빌 언덕이 있으니까요.(웃음)” 수경 씨가 남편의 말에 한 마디 거든다.


제가 어렸을 때는 74가구가 살았어요. 3가구 빼고는 다 윤씨였어요. 우스개로 모고지 윤씨라고 해요. 지금은 50여 가구가 사는데 지금도 거의 윤씨에요. 1년에 한 번씩 파주 윤관장군 묘에 성묘하러 가요.” 별일이 없으면 연 1회 집안성묘행사에 꼬박꼬박 참여한다는 선웅 씨다.


이 사람이 잉어를 안 먹어요. 윤선달 시조님이 잉어를 타고 왔다고 해서요.(웃음)”

 

부부의 일상에는 백향과 그리고 금쪽같은 아들이 있다. 곧 그들의 일상에 앞으로 태어날 아이도 함께 할 터다.


“7살 아들 하나 0.5 하나. (웃음) 우리 아들이 처음에는 남동생이었으면 좋겠대요. 총싸움 같이 하고 싶다고. 근데 제가 그랬어요 여동생도 총싸움, 칼싸움 잘 할 수 있다 했더니 여동생이어도 된대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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