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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고지마을] 농부의 아내가 아닌 어엿한 농부2018-09-03

[모고지마을] 농부의 아내가 아닌 어엿한 농부

[모고지마을농부의 아내가 아닌 어엿한 농부

똑순이 우옌레홍씨

 

이것저것 키우다 기러기까지 손대

미래에는 베트남떡공장 사장님

 

 

828일 오후 2시께 우옌레홍(32)씨는 늦은 점심을 먹으러 집에 들어온 참이었다. 오전 내 밭에서 고추를 따고 온 그녀는 밥을 먹고 다시 밭으로 나갈 생각이다.


요새는 바쁘죠. 최근에 비가 많이 와서 일을 못했잖아요.” 

 

농부의 아내보다 농부라는 수식어가 더 어울리는 우옌레홍씨는 마을에서도 알아주는 부지런한 농사꾼이다. 집 마당에서 기러기 십 여 마리를 키우고, 논농사는 물론이거니와 밭에는 고추와 마늘, , 고구마 등 각종 채소를 심어 놨다.


농사가 재미있다고 말하는 그녀의 얼굴에는 자식 둘 둔 엄마의 표정보다도 호기심 가득한 여학생의 표정이 보인다.


베트남이 고향인 그녀는 10여 년 전 한국으로 시집왔다. 시집온 후 농사를 시작 했는데 하다 보니 농사에 대한 호기심이 생겼고 새로운 작물에 대한 관심도 많아졌다.


한국 고추를 심으면서 베트남 고추도 심어봤어요. 이게 한국 청량고추보다 훨씬 맵고 향도 좋아요. 로컬푸드직매장에도 내놓고 판매해봤는데 반응이 괜찮았어요. 가끔 베트남 고추를 찾는 사람들한테 전화가 올 때도 있어요.”


베트남 가족들이 보내준 모종으로 심은 베트남 고추와 가지는 농사 경력 십여 년 차인 그녀의 손을 거쳐 쑥쑥 자랐다. 한국 가지와 다른 생김새를 가진 베트남 가지의 요리법을 물었다.


장아찌처럼 해먹으면 돼요. 맛있어요. 이것도 잘 키워서 나중에 로컬푸드직매장에 한 번 내어보고 싶어요.”


이 뿐 아니다. 그녀는 집에서 베트남 전통 떡도 만들어 인터넷을 통해 판매한다. 찹쌀, 녹두, , 고기, 바나나, 코코넛 등이 들어가는 떡이다.


떡 만들 때는 밤에 잠도 못 자요. 바나나와 코코넛이 들어가다 보니 살짝 달아요. 저희 시어머니는 단거를 좋아하셔서인지 제가 만든 떡을 좋아하세요. 소화도 잘 되고요. 호불호가 좀 있는데 좋아하는 분들은 다들 맛있게 드시더라고요.”


마을에는 우옌레홍씨 동향 친구들이 몇 명 있어 가끔 만나 고향 이야기도 하면서 시간을 보낼 법도 한데 그녀는 그럴 시간도 없다고 한다.


우리 마을에도 베트남 동생이 있어요. 근데 시간이 없어서 못 만나요. 저 농사지어야 해요.(웃음)”


우옌레홍 씨의 집 앞 마당에는 기러기들이 산다.



집 앞마당을 가득 채운 기러기도 그녀의 제안으로 키우게 됐다. 냄새가 난다며 남편이 말렸지만 그녀의 고집을 꺾을 수 없었다.


베트남에서는 기러기를 많이 키워요. 새끼는 고양이들이 잡아먹어서 지금 집 안에서 키우고 있어요. 기러기들도 사람을 알아보고 낯선 사람이 다가오면 도망가고 그래요. 제가 욕심이 좀 많아요. 하고 싶은 것도 많고요.”


농사를 하면서 가장 기쁠 때는 아무래도 수확을 할 때. 그녀 역시 그렇다. 힘들게 공 들인 농작물을 수확할 때는 세상을 다 가진 것 같다.


아이들이 아직 어려서 농사는 못 도와줘요. 그런데 커도 농사는 안 하고 싶다고 할 거 같아요. 엄마 아빠가 힘들어 보이니까요.”


모고지마을의 똑순이 우옌레홍씨에게 꿈을 물었다. 기다렸다는 듯이 대답한다. 자신만의 떡 공장을 차리는 것이라고.


지금은 집에서 하니까 힘들어요.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떡 공장을 차려서 본격적으로 떡을 만들어 보고 싶어요. 재미있으니까 뭐든 해보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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