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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문안에 사는 사람들] 열살 차 친구 김경표, 주경수 씨2018-04-03

[대문안에 사는 사람들] 열살 차 친구 김경표, 주경수 씨

[대문안에 사는 사람들] 열살 차 친구 김경표, 주경수 씨

경자 돌림! 성만 다른 우리는 형제



마을서 형 아우하며 40

태풍 물난리 때도 함께 어려움 해결

 

유행가 유행가 신나는 노래 나도 한번 불러본다~’


신명나는 노랫소리를 따라 문이 활짝 열린 어떤 집으로 조심스레 걸음을 옮겼다. 듬직한 두 남자 어르신들이 마루 앞 작은 수돗가에서 열띤 토론을 벌이고 있었다. 김경표 어르신(70)과 주경수(60) . 둘은 형 아우하며 대문안마을에서 지낸 지 40여년 된 친구다. 지금 막 김경표 어르신 집에서 수도를 손보고 있던 참이다.


“10년 넘게 처박아 놔서 모터를 다시 달았잖아. 지하수 말이여. 수도는 여그 따로 있긴 해도 지하수 가지고 다 할 수 있지. 수도 안 들어올 때 먹고 또 밭에 물도 주고. 수돗물로 나무물주고 하면 돈이 그대로 나오잖아. 지하수로 하면 전기요금 조금 나오지. 원래 여기 수도 오기 전에 지하수였어. 집집마다.”


이야기를 하다말고 경표 어르신께서 잠시 어디를 갔다 오더니 칡즙을 내미신다.


먹어. 사서 먹는 거 비교도 못혀 이거는. 저그 산에서 캤지. 내가 먹을라고. 사촌이 건강원 혀서 맡긴 거여.”


어르신의 칡 자랑은 즙에서 그치지 않았다. 마당 안 작은 비닐하우스로 데려가시더니 말린 칡을 보여주신다.


칡 캐 와서 여기서 말리잖아. 다 말랐네. 한번 먹어봐. 이걸로 칡즙을 만든 거여.”

이게 칡이 달고 맛있어. 이렇게 큰 거 뜯어서 먹어봐. 계속 씹으면 알이 나와. 어느 정도 딱 씹으면 물이 안 나와. 먹다가 퉤 뱉으면 되야.”


처음 먹어본 칡뿌리. 주경수 씨의 말마따나 오늘 경험 제대로했다.

 

이야기를 하는 와중에도 경표 어르신의 라디오에서 나오는 음악은 계속됐다. 노래가 참 즐거웠다. 원래 흥이 많은 성격인가.


아니여 나 심심해서 그런 거여. 혼자 있응게.”

그래서 중간에 내가 왔지.”

경표 아버님, 그러면 경수 아버님이랑 제일 친하세요?”

아유 그럼.”

막걸리 좋아하니께 그려 우리가. 그거 아니면 없어.”


지금은 어떤 농사를 하시냐는 질문에 참 재밌는 대답이 돌아왔다.

막걸리 먹고 화투치고 놀지 뭐. (허허) 지금은 헐 것이 없어. 지금은 놀을 때여. 봄에는 이제 농사지을 준비를 허는 것이여. 뭐 오늘 복숭아나무 소독했고. 5월 달 가면 인자 고추, 생강 같은 거 심제.”


날 따순게 누가 안에 있것어. 돌아 댕겨야지. 경로당가서 화투치고 딴 집 놀라가고. 산에 가서 칡도 캐고. 칡은 내가 먹을라니께.”

 

20039월 태풍 매미가 전국을 강타했다. 온 나라가 물난리로 시름하던 그 때, 이 대문안마을 또한 매미의 재앙을 비껴갈 수 없었다.


태풍 매미 때 이 마을에 물이 엄청나게 찼어. 허리까지 오고 그랬어. 그때 내가 성님 괜찮은가 보러왔지. 아침 일찍 와보니께 저기 마루위에 콘센트까지 물이 찬 거여. 그 때 같이 가구 끄내고 했그든. 우리 엄청 절친해서. 어휴 가구들 다 못쓰고.”


아우 진짜 6.25 난리는 난리도 아니지. 그 뭐시기 똥도 둥둥 뜨고 댕겼어. 개똥에 사람 똥에.”


매미의 피해가 이 마을에서 더 심각했던 이유는 마을 근처의 방죽이 터져버렸기 때문이라고.


여기 앞에 물이 넘쳐서 도랑둑을 넘어 버린 거야. 냇가가 터져가꼬. 저쪽 옛날집이 종이 문이여. 그래서 물이 다 들어와서 터져 부럿지. 문짝 위로 물이 차가꼬 말이여.”

 

몇 년 전의 기억은 더 이전의 기억을 불러온다.

저쪽 밑에 논에서 채반에다가 고기 해 놓은 거 같이 먹고 했거든. 사람들 다 불러다가. 그 때 성님 아버지 환갑 때인가?”

그르지. 근디 그때 나는 군대 갔을 때지.”

어우 그때 고기 담은 채반 엎어져가지고 막. 난리도 난리가 아니었어.”

 

그 시절 그 노래 가슴에 와 닿는 당신의 노래. 유행가에서 시작되어 유행가로 맺는 두 사람의 이야기. 앞으로도 계속될 두 사람의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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