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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문안에 사는 사람들] 점심 무렵 경로회관2018-04-03

[대문안에 사는 사람들] 점심 무렵 경로회관


[대문안에 사는 사람들] 점심 무렵 경로회관

혼밥 처지 어르신들의 밥상공동체... 별 반찬 없어도 모이니 풍성




3월의 평일, 시계가 낮 12시를 향해가자 경로당에서 쉬고 있던 어르신들이 약속이라도 한 듯 분주해진다. 시내에서 볼일을 보고 돌아온 이옥실(85) 할머니도 집이 아닌 경로당으로 곧장 발걸음을 향했다. 대문안 마을의 점심식사가 시작된 것이다.


우리 마을 여자들은 이렇게 모여서 점심 같이 먹어. 오늘은 별 반찬 없어. 그냥 김치에다 먹어야지. 근데 자시고 갈거지?”


함께 오손도손 나물을 씼고 있는 김영애 할머니와 이옥실 할머니





된장찌개에 넣을 두부를 썰고 있는 이옥실 할머니의 손길.


누구라고 할 것 없이 손이 빠른 사람이 밥을 하고 찌개를 끓이고 상을 편다. 냉장고에는 누가 가져온 지도 모르는 각종 반찬과 음식 재료들로 가득.


김장하면 각자 한통씩 가져와. 김치(냉장)고에 김치가 겁나. 떨어지면 또 가져오고. 이 된장도 누구껀지 몰러. 그냥 다 같이 먹으니까 나눠 먹는거지.”



어머니의 손맛이 듬뿍 배인 쪽파무침.


별 반찬이 없다지만 살림경력 수십년의 어머니들이 모이니 밥상이 금방 풍성해진다. 된장찌개, 고추장아찌, 파김치, 콩나물무침 등. ‘차린 건 없다는맛 좋은 밥상에서는 오늘의 날씨 이야기부터 반찬, 이웃 이야기 등 대화가 쉴 틈 없이 오간다. 그중에서도 이날의 화두는 김영애 할머니의 손목에 붙인 파스다.


손모가지가 끊어지진 않았나벼. 모욕하다 모욕탕서 자빠졌어. 미끄럽지 비누칠 했응게. 파스나 한번 붙여 볼라고. 우리 같은 사람은 한번 다치면 낫기가 힘들어. 젊은 사람들은 괜찮은디 늙으면 더혀. 힘이 없어.”(김영애·81)


늙으니까 멀쩡한데서 자빠져. 조심해야 혀. 한시름도 마음을 못 놓아. 일상 걱정을 해. 늙어서 이제 아무짓도 못혀.”(송순자·85)


점심을 마친 이후에는 소화를 시키기 위한 화투 놀이가 열린다. 놀이에는 승자도 패자도 없다.


“10원 걸고 하는데, 돈 딴 사람들은 다시 도로 줘. 딸 때도 있고 안 딸 때도 있고. 그게 다 그날 재수여.”(이옥실 할머니)


모여서 밥 먹고 놀면 재미있어. 우리는 맨날 이렇게 놀아. 마을에 혼자 사는 사람들이 많으니까. 겨울에는 잠도 같이 자.”(심산순·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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