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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문안에 사는 사람들] 7년째 이웃 돌보며 노노케어 심산순 할머니2018-04-03

[대문안에 사는 사람들] 7년째 이웃 돌보며 노노케어 심산순 할머니


7년째 이웃 돌보며 노노케어 심산순 할머니

연두색 대문 안에는 맘씨 좋은 심 할머니가 사네




7년째 또래 이웃 돌보며 노노케어

성실함은 오래된 삶의 덕목

 

 

3월 어느 봄날, 심산순(75) 할머니는 명품 샤넬 로고가 찍힌 만 원짜리 빨간색 슬리퍼를 신고 마당 이곳저곳을 쓸고 계셨다. 어찌나 꼼꼼하신지 젊은이도 발견하기 어려운 마당 안 먼지를 잘도 찾아내셨다. 할머니는 7년째 정해진 날에 빠짐없이 노노케어 일을 하고 계신다. 꼼꼼함과 성실은 할머니 삶에 녹아든 덕목들이다.

 

Q. 대문안마을에 사신지 얼마나 되셨어요?

A. 50년 살았어요. 여기 와서 낳은 첫째가 올해 51살이니께 이곳에서 50년은 넘게 살았네.

 

Q. 여기가 댁이세요?

A. 아니 여긴 우리 집 아니에요. 노노(老老)케어라고. 이 일 한 지 7년 정도 됐나. 이웃들 집에서 집안일 좀 도와주고 그런 일해요. 여기는 이웃 할아버지 댁이에요. 몸이 좀 불편하셔. 아휴 사진 찍지 마요. 이게 뭐 자랑스러운 일이라고 부끄럽게.

 

Q. 농사일도 하세요? 노노케어까지 하시면 힘드실 거 같은데.

A. 소일거리로 텃밭에 조금해요. 이거 해서 반찬도 사고 병원도 다니고 그래요. 병원을 다니니까 꾸준히 해서 약값 하려고. 조금이라도 용돈에 보탤라고.

 

Q. 하루 일과가 어떻게 되시나요.

A. 이 일(노노케어)은 월수금 오전에 해요. 마당 청소부터 하죠. 빗자루질하고 잡초도 뽑고 그런 다음에 집안도 쓸고 닦고. 제가 이 일 시작하고 이웃 셋을 도왔어요. 그중 한명이 이 집 할아버지고 나머지 두 사람은 다 돌아가셨어요. 서운하죠. 가족처럼 친하게 지냈는데.

 

Q. 할아버지 댁 동물들이 할머니를 주인으로 알겠어요.

A. 여기는 동물집이에요(웃음). 개 너댓마리에 닭에 고양이까지 열댓마리는 돼요. 개들은 참 똑똑혀요. 나를 알고 안 짖더라고요. 내가 자주 와서 청소하는 거 보니까. 멍청한 사람은 개만도 못 한다 허잖아요. 이집 개들이 요새 티비에 많이 나오는 사람보다 나아요.

 

Q. 바쁘게 일하시니 심심할 틈이 없으시겠어요.

나는 혼자 살아요. 맨날 양로당가서 놀고. 거기 가면 친구 많아요. 여긴 혼자 사는 사람이 많아요. 영감이 일찌감치 돌아가시가꼬. 동네마다 다 그러지.


 포즈 요청에 수줍게 손을 들어보이는 심산순 할머니. 



할머니는 대화 도중에도 결코 쉬지 않으셨다. 쓱쓱 비질에 매캐한 흙먼지가 한바탕 일어나더니 마당이 깨끗해졌다. “이 일도 마음이 없으면 못해요. 이런 곳도 사람 손을 타야해.” 할머니집 마당에는 철쭉 몇 그루가 있다. 거름 포함 그루당 2만이 들어간 놈들이다. 할머니의 봄은 철쭉꽃과 함께 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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