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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주행보] 최애사찰 最愛寺刹2018-02-06

[완주행보] 최애사찰 最愛寺刹

24. 최애사찰愛寺刹

내가 사랑하는 완주의 절

 

 

요즘 최애라는 말이 자주 들리길래 젊은이들이 새롭게 쓰는 말인줄 알았더니 사전에도 올라있는 말이었다. ‘가장 사랑함이라는 뜻이다. 드라마나 영화 같은 극중 가장 좋아하는 인물은 최애캐’(최애 캐릭터의 준말)이고 음식이든, 사람이든, 물건이든 좋아하는 것을 최애라고 하더라. 그래서 나도 오늘은 최애 사찰 이야기를 하겠다.

 

얼마 전 눈이 엄청나게 많이 내린 날 동네분들이 경천 화암사에 다녀오셨던데 나도 화암사를 참 좋아한다. 주차장에서 절 입구까지 제법 등산 기분을 내며 올라야 한다. 가끔 절에 사는 검둥개가 내려와 방문객들을 안내하기도 한다. 물이 흐르는 개울도 건너고 우거진 수풀도 지나고 마지막에는 꽤 단이 높은 철계단도 좀 올라야 한다. 숲길을 한참 걸어 절에 닿으면 소박하지만 기품 있는 화암사를 만나게 된다.

 

고산 안수사는 본격 등산을 할 각오를 하고 올라야 하는 작은 절이다. 깊은 산 속에 있는 거 아니니 가벼운 마음으로 갈 수 있겠지 하고 나섰다가 처음부터 너무 가파른 산세에 깜짝 놀라 5분도 못 가 돌아온 적도 있다. 이 길이 아닐 거야, 신도들이 매주 올라간다는데 이렇게 험할 리가 없지. 내가 길을 잘못 들었나보다 싶었다. 나중에 안수사 신도들과 함께 올라보니 험한 대신 총 길이는 짧았다. 체력이 좋은 사람은 10, 보통 체력은 15분이면 절에 닿는다. 절 마당에서 고산면이 한눈에 들어온다.

 

사실 최애사찰 이야기는 위봉사 자랑을 하고 싶어서 쓰기 시작했다. 완주에 산 지 2년이 넘어가도록 절이라고는 연꽃 피는 송광사와 어느 시인이 좋아했다는 화암사 밖에 몰랐다. 위봉사에 가보라는 지인의 추천을 받아 지난 가을 처음 갔었다. 절 입구까지 찻길이 나 있어서 구불구불 산길을 운전해서 갔다. 때마침 나무마다 단풍이 들어 참말 고왔다. 조금 더 멀리, 조금 더 깊이 오면 훨씬 아름다운 풍경을 만날 수 있구나 다음부터 더 자주 와야지 생각했더랬다. 그리고 차에서 내려 일주문을 지나는 순간, 뭐가 다른지 정확히 설명할 수는 없지만 어떻게 이렇게 절이 정갈하고 단정하지? 나는 평생 이렇게 아름다운 절을 본 적이 없는데 하는 이상한 기분에 사로잡혔다. 마당 가운데는 나무 한그루가, 부처를 모신 보광명전 앞엔 꽃나무 화분이 놓여 있었다. 다른 절들도 신비롭고 귀한 느낌을 주지만 위봉사는 오랫동안 시간과 정성을 들여 조심스럽게 돌본 절이었다. 그 뒤로 친구들이 오면 언제나 위봉사에 간다. 곱디 고운 자태. (비구니 사찰이어서 그런 걸까? 세상의 큰 일, 중요한 일은 역시 여자가 다 한다는 평소 내 지론에 무게를 실어준다)

 

위봉사의 아름다움을 극찬했더니 절을 추천해준 지인은 안심사에도 가보라고 하셨다. 그래서 가봤다. , 여기도 아름답다. 절을 안고 있는 산세가, 산과 어울려 다정하게 자리한 절이 빛난다. 그날따라 둘레에 아무도 없었고 사그락사그락 땅을 밟으며 이리저리 걸었다. 그러다 하늘과 산과 절을 바라보니 고요하고 평화롭고 너무 아름다워서, 이렇게 좋은 기운으로 가득한 순간을 마주하게 된 게 감격스러워서 한참을 움직이지 못했다.

 

절을 한 바퀴 빙 돌고나서 조용히 앉아있으면 고단한 마음이 눈물과 같이 녹아내리기도 하더라. 겨울은 겨울대로, 봄이 오면 봄대로 고마운 산에 아름다운 것들을 보러 가자. 나는 신성하고 아름다운 종교 건축물과 종교 의식을 좋아한다. 천주교 신자도 아니면서 서울에 갈 때마다 명동성당 새벽미사에 갈 정도다. 고산성당, 삼례성당도 좋아한다. 신부님 말씀을 듣다보면 또 눈물이 또르르. 주위 사람들과 평화를 나누며 인사하는 의식도 좋고 입 밖으로 소리 내어 약속의 말을 꺼내는 것도 좋다. 형식이 내용을 결정하기도 하는 법이다. 그런데 저 이러는 거 해당 종교를 믿는 분들께는 실례인가요? 사실은 고상성당 일요일 미사에도, 안수사 법회에도 갔었는데...


/바닥(badac) 이보현(귀촌인. 자급을 지향하는 독립생활자. 무엇이든 만들고 뭐라도 쓰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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