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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간판에 말을 걸다] 고산 명랑쇼핑2018-02-05

[오래된 간판에 말을 걸다] 고산 명랑쇼핑

고산 명랑쇼핑

가게이름 저작권자는 학창시절 선생님

 

생활통지표서 상호 착안

위기 때도 명랑하게 꿋꿋이 버텨


 

명랑쇼핑 가게 앞에 다양한 옷들이 걸려있다.



가게 이름이요? 제가 명랑하잖아요(웃음). 학창시절 생활통지표에 늘 명랑, 쾌활하다고 쓰여 있었어요. 고산 읍내에서 옷장사한지 벌써 36년이네요.”


고산면 읍내리에 위치한 3층 건물의 옷가게 명랑쇼핑’. 이곳은 주인장 김귀임(61)씨의 성격을 닮은 명랑(?)한 곳으로 입구에 걸린 형형색색 옷들이 가장먼저 손님을 맞는다. 고산 장날을 맞아 손님의 발길도 끊이질 않는다. 가게 문을 열고 들어서면 옷은 물론이고 내복, 신발, 가방, 스카프, 모자, 화장품, 선글라스, 이불 등 없는 물건이 없다. 한마디로 고산의 종합백화점이다.



베게부터 시작해 샴푸, 린스 등 각종 화장품까지 고루 갖추고 있다.



전에 사간 놈 말고 저런 식으로 된 옷 짧은 거 없어? 쪼께 작은 거 있음 살라하는데.”


사이좋게 옷을 보러온 한정님(85)·순례(81) 자매는 명랑쇼핑의 오랜 단골이다. 읍내에 있는 병원에 왔다가 맘에 드는 옷이 있는지 살피러 들른 참이다. 귀임씨는 여러 가지 옷들을 보여주고 손님들의 말동무도 되어준다.


뒤이어 온 손님 강해숙(66)씨도 옷도 구경하고 이야기를 나눌 겸 가게를 찾았다. 명랑쇼핑은 사람들이 모여서 커피도 마시고, 수다를 떠는 동네 사랑방 역할도 하고 있다.


시골에는 마땅히 갈 데가 없잖아요. 가게 와서 옷도 사고, 차도 얻어 마시고 얘기도 하지. 이쪽 3층 건물로 옮겨오기 전부터 자주 왔어요.”


명랑쇼핑의 귀임씨는 고산 토박이로 198274일 고산 장날, 처음 가게 문을 열었다. 주로 서울 동대문에서 옷을 떼와 가게 진열대를 채운다.


“25살 때 처음 옷장사를 시작했어요. 처음에는 지금보다 더 아래쪽에 가게가 있었는데 장사가 잘되니 1년 후에 주인집이 전세금 올려 달라하고, 월세로 쌀 6가마니를 달라고 하대요. 여기 아니면 장사 못하나 싶어서 그냥 나와 버렸어요.”


그렇게 가게를 옮겨 다닌 것이 8. 젊은 패기 하나로 살아남아 다행히 어딜 가나 장사가 잘됐다. 그러다 위기가 찾아오기도 했다. 세 들어 있던 건물이 부도가 나 전세금을 잃는 바람에 친정어머니가 하는 가게로 들어가 한편에서 더부살이로 옷가게를 운영했다. 11개월을 이를 악물고 버텨냈다.


그 때 사진 보면 패잔병 저리가라였어요. 그 해 여름 놀러온 사람이 얼마나 많았는지 고산에 물놀이하는 사람 천지였어요. 그 덕에 지금으로 따지면 5천원 정도하는 바지가 불티나게 팔렸어요. 장사가 얼마나 잘됐던지 서울을 일주일에 2,3번씩 오갔으니까요. 그 코딱지만 한 공간에서 용케 잘 버텼죠.”


오랜세월 가게와 함께 하며 기쁨과 슬픔을 나누었던 부부



위기를 벗어나고 새로운 공간을 찾아 가게는 점차 자리를 잡아갔다. 12년 전 지하가 딸린 지금의 3층 건물을 마련해 이사도 했다. 남편 남권희(61)씨 역시 고산 토박이로 아내 귀임씨와는 중학교 동창지간이다. 처음 옷장사를 시작했을 때부터 함께해 온 든든한 조력자다.


“3,4평에서 시작했지만 고산에 백화점처럼 옷가게를 해보자는 목표가 있었어요. 지금은 따로 사업을 하니 물건 진열정도만 도와줘요. 아내는 타고 났어요. 물건도 잘 고르고 가게에 있는 건 가격을 다 외워버려요.”


건물 1층에는 옷가게, 2층에는 가정집, 3층에는 손님방을 꾸미고 지하에는 귀임씨만의 특별한 가족노래방도 만들었다.


3층에 부부가 함께 꾸민 가족 노래방



아내가 노래를 좋아해요. 아내가 직접 공간을 꾸미고 노래방을 만들었어요. 가게 때문에 어디 갈 시간이 없으니까 가까이 만들어 두고, 가족끼리, 친구끼리 그렇게 스트레스를 풀어요.”


권희씨는 고산 6개면 주민들이 다 이용한다며 아내 자랑에 끝이 없었다. 36년을 쉬지 않고 열심히 달려온 귀임씨. 달려온 시간만큼 손님들의 취향도 척하면 척이다.


젊은 사람보다는 70대 어르신들의 비중이 높아요. 그러다보니 옷가게라고 한 시즌 앞서가는 것이 아니라 추울 때는 추운 옷 팔고, 더울 때는 더운 옷 팔죠.”


그녀는 고산에서 일어난 일이라면 무엇이든 다 아는 역사의 산 증인이기도 하다. 고산 읍내가 한창일 때는 아침에 가게 자리가 나오면 점심에 팔릴 정도로 상권이 좋았다. 수많은 가게가 생겨났다 사라지고, 과거 같은 복작거림은 줄었지만 명랑쇼핑은 30여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제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보통 9시부터 5시까지 영업하고, 쉬는 날은 따로 없어요. 그동안 열심히 했지. 빚도 갚고 사람 여럿 먹여 살렸어요. 어젠 너무 추워서 그냥 하루 쉬었는데 이번 겨울에 여행 다녀오면서부터 앞으로는 놀아가면서 해야겠다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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