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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숟가락 일기 9] 체험 NO! 아무거나 내 멋대로 해라2017-12-07

[숟가락 일기 9] 체험 NO! 아무거나 내 멋대로 해라

체험 NO! 아무거나 내 멋대로 해라



지난 17~18뚝딱뚝딱 공작소라고 쓰여진 간판을 보고 한 아이가 묻는다. “정말 아무거나 만들어도 돼요?” 망치, , 드릴 각종 공구로 각종 재활용 깡통부터 나무까지 뭐든 활용해 아무거나 만들기가 가능한 장이 펼쳐졌다. 같은 날 군청 잔디광장에는 커다란 골조가 들어섰다. 공연장에서나 보던 것이다. 그런데 그 위에 그물과 군데 군데 헤먹도 있다. 아래는 볏짚과 플라스틱 우유박스들이 나뒹군다. 뭘 하는 곳일까? 아이들은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뛰어가 신나게 논다. 그물에 기어 올라가는 아이, 플라스틱 우유박스 안에 들어가고 쌓고 부수고, 둥근 릴선통 위에 서서 균형을 잡느라 애쓴다. 아이들은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새로운 방법을 찾아 도전한다. 누가 가르쳐 준 것도 아닌데 서로 보고 배우며 진화한다.




2016년 전국 시,군 최초로 유니세프 '아동친화도시' 인증을 받았다. 올해 제 1회 아동인권주간을 선포하고 아이들의 권리를 생각해 보는 시간을 마련했다. 그 중에서도 놀권리에 대해 고민하는 숟가락에서 모험 놀이터뚝딱뚝딱 공작소를 제안했다. 생각했던 대로 아이들은 무척이나 신나게 놀았다. 낯선 놀이터와 공작소에 어른들은 불안해했다.

 

각종 어린이 관련 행사에 절반은 체험부스다. 목공소라는 이름에 들어가 보면 이미 다 재단해 둔 나무 조각을 잇고 붙여 필통을 만들라 한다. 제한된 시간과 공간, 안전의 문제까지 아이들은 정해진대로 완성해야 한다. 조금 서툴다 싶으면 지도하는 선생님이나 부모가 나선다. ‘얼른 더 잘 만들 수 있도록어른들의 배려는 끝이 없다. 어른들이 더 바쁘다. 왜 빨리 그것을 완성해야 할까? 아이들은 그 과정을 통해 무엇을 경험하는 걸까?





뚝딱뚝딱 공작소에 중학교 남학생 한명이 이틀 내내 출근했다. 문 열때 와서 정리할때까지 공구를 들고 뭔가 만들고 있다. 마지막 날 자기가 만든 것을 들고 너무 재미있었다고 말하며 돌아갔다. 우리가 보기에 보잘 것 없는 칼과 나무 의자였지만 그 뿌듯한 표정은 잊을 수가 없다. ‘도구 사용법, 기초 이론 강의, 디자인, 제작이라는 순서로 체험 시간표를 짠다. 일은 그렇게 되지 않는다. 이런 모양으로 해 보다가 생각처럼 안 돼 그림을 수정하기도 하고, 망치로 하다가 안 돼 드릴로 바꾸어 본다. 시행착오 과정에서 경험자인 어른의 도움은 꼭 필요하다. 드릴 사용법을 알려달라고 찾아온 아이에게는 조용히해라! 집중해라!” 말이 필요도 없다.


잘 짜여져 계획대로 진행되지 않아도 좋고, 꼭 무엇을 완성하지 않아도 좋다. 충분히 해봐야 내가 뭘 하고 싶은지 알게 되지 않을까? 무엇이든 해 보라고 말만한다. 가르치지 말고 내가 물어보는 것만 가르쳐 줄 그리고 내 마음을 흔들어 놓을 조력자가 필요하다.


아이들은 어른이 짜놓은 계획 대신 자기들 마음대로 뚝딱뚝딱 만들기도 하고 모험놀이터에 뛰어들어가 한바탕 놀기도 했다.



올해는 충분하지도 않았다. 아직도 어른들이 주인이다. 내년의 아동권리주간은 아이들이 나서면 좋겠다. 맘껏 해 보라고 자유롭게 해 보라는 말도 그만하자. 불평과 불만 섞인 말로 어른들은 우리랑 상관없는 뭐 이런 행사를 한담.’ 투덜거려도 좋으니 그런 말이라도 막 내 뱉으며 하고 싶은 대로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장이 열리면 좋겠다.



/이영미 완주공동육아모임 숟가락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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