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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주행보] 청심견심聽心見心 2017-08-08

[완주행보] 청심견심聽心見心


18. 청심견심聽心見心 

듣고 본다 나의 마음. 그러니까 연애운이 어쨌다고요?


 

고산미소시장 주차장 끄트머리에서 매달 마지막주 토요일 고산이야기장이 열린다. 씨앗협동조합에서 판을 벌이고 언저리 주민들이 모여서 물건을 사고 판다. 내게는 쓸모없어졌지만 누군가에게는 환영받을 옷이나 물건, 텃밭채소와 마을기업 빵으로 만드는 샌드위치, 한복을 만들고 남은 고운 자투리천으로 만드는 장신구, 로스팅한 커피와 담금주, 나무로 만든 스피커, 향초 등이 지난달 장에 나온 것들이다.

 

나는 타로카드를 들고 이야기를 팔러 나갔다. 마음이 갈팡질팡 속이 시끄러운 사람이라면 따로 시간을 내어 비밀과 안전이 보장된 곳에서 조용하고 진득하니 이야기를 나눠야겠지만 떠들썩하게 여러사람이 왔다갔다하는 장 한복판에서는 쉽지 않다. 짧고 가볍게 한 달 운세를 본다. 지난달을 어떻게 지냈는지 카드를 뽑아 읽어보면서 고단하고 바쁜 생활을 한 분들이나 아프고 힘든 시간을 보낸 사람들을 위로하고 격려한다. 그리고 맞이할 다음 달의 기운을 읽으며 한 달을 잘 살아내자고 함께 다짐하며 응원한다. 재미삼아 보는 카드의 단골 질문은 연애운일테니 저 언제쯤 연애할 수 있을까요?’ ‘지금 이 연애 계속해도 좋은가요?’에 대해서는 집중적으로 준비를 해야겠다. (연애를 비롯한 여러 가지 상담을 원하시면 제게 연락주세요. 축복의 기운을 가득 담아 모시겠습니다)


타로카드는 불안하고 고민될 때 미래를 알려주거나 대신 선택을 내려주는 신비로운 힘이라기보다는 카드를 통해 내 마음을 들여다보고 핑계삼아 이런 저런 얘기들을 꺼내놓는 도구에 가깝다. 물론 나는 타로리더로서 카드를 뽑는 사람조차도 잘 몰랐던 무의식이나 마음이 뽑은 카드에 의해 드러난다고 믿는다. 듣기에 따라서는 너무나 뻔한, 하나마나한 이야기밖에 못하는 경우도 있다. 카드가 그렇게 나왔으니까. 카드를 뽑은 사람의 마음이 그러하니까. 그렇지만 그것이 더할 것 없는 진실이다. 그 마음을 내가 확인하고나야 비로소 다음으로 옮겨갈 힘이 생긴다. 타로카드는 진실을 바로 볼 계기를 제공하고, 타로리더는 카드의 의미를 읽어주면서 뽑은 사람의 마음으로 함께 걸어들어간다.

 

도시에 살다가 지역으로 옮겨온 후 없는 것들은 직접 만들거나 해보는 데 익숙하다. 파는 데가 없는 도시음식은 직접 만들어 먹고, 놀 거리가 없으면 뭐라도 하면서 놀 거리를 개발한다. 고산면 인근에는 타로리더가 없으니 직접 타로 리더가 되어 내 마음도 읽고 다른 이들의 마음도 들여다본다.

 

글에 덧붙일 타로카드를 그리고 싶어서 카드를 한 장 뽑았더니 조화로운 결말, 결실을 의미하는 21월드카드가 나왔다. 타로를 통해 완주에서 사람들을 만나고, 좋은 기운을 나누며, 함께 어울리는 세계로 나아가게 될 거라는 뜻일 게다. 그런 의미에 나의 희망과 의지를 담아 0길 떠나는 바보카드를 그려보았다. 이 여정이 두렵고 벼랑 끝에 선 것처럼 불안하지만 동시에 앞으로 펼쳐질 일들을 기대하는 사람, 쉽지만은 않겠지만 그럼에도 가겠다는 결심을 한 사람, 귀여운 강아지를 길동무로 맞이해 가볍게 출발하는 사람. 그렇게 완주에서의 나의 타로 인생이 펼쳐질 것이다.

 


 /바닥(badac) 이보현(귀촌인. 자급을 지향하는 독립생활자. 무엇이든 만들고 뭐라도 쓰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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