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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철의 완주이야기 36] '현내면' 나들목 원산(院山)2017-06-07

[이승철의 완주이야기 36] '현내면' 나들목 원산(院山)

'현내면' 나들목 원산(院山)



오르막길(고개)이지만 자동차로 가면 힘들지 않고 훌쩍 넘는다. 어우리에서 고산읍내리를 들어서는 경우 그런 곳이 있다. 바로 율곡리 원산마을고개이다.


옛날에 묘한 곳이다. 한쪽은 산이요, 한편은 낭떠러지로 그 아래는 깊은 물이다. 이곳을 지나지 않고는 고산현()에 한 발도 들어놓지 못했던 외길목이다. 성문이나 다름없는 절묘한 자리이다.


고산 현감서울에서 내려왔다. 명관도 있었지만 아전들과 어울려 백성을 쥐어짜는 탐관오리가 많았다. 썩어빠진 관리라는 뜻이니 백성들을 못살게 했으므로 요새 자주 쓰는 척결(剔抉:살을 긁어냄. 뼈를 발라냄) 대상들이었다.


이랬으니 이리 죽으나 저리 죽으나 죽기는 매한가지라며 일어난 저항운동이 민란이다. 상소하는 길이야 있지만 이는 선비들이나 할 수 있는 방도다. 이런 경우 전라감영과 중앙 해당부처를 거쳐야 임금께 상달됐기에 심히 어려운 일로 시정되리라는 보장도 없었다. 잘 못되면 오히려 보복을 당하기 마련이라 화약을 지고 불에 드는 경우와 같았다. 원님 하나를 갈아치우기가 이처럼 어려웠다. 그렇다고 방법이 아주 없는 건 아니었다. 여자들이 들고 일어서면 원님(사또) 아무리 세어도 꼼짝달싹 못했다. 여인들이 피 묻은 속옷을 동헌마당에 깔고 여럿이 들이닥쳐 사또를 삼태기에 태워 원산밖에 내다 버리면(?) 다시 못 들어왔다. 이런 이 있었다. 그래서 쫓아낸다는 말에 삼태기 태운다.’ ‘삼태기 탔다는 은어가 있었다. 이는 강제로 끌어내린다.’는 말이다.


옛날 이란 지방 관리로 부사, 부윤, 목사, 군수, 현령, 현감들의 총칭 즉 수령을 말했다. 공대말로는 원님이라 했지만 한자로는 ()’자를 썼다. ‘원산마을은 을 담아다 내버리는 (고개)’이라는 뜻이 담겨 있다. 또한 조선 시대의 역원은 출장 중인 관원을 위해 두었던 여관으로 원산이 이런 곳이었다. 치소(治所)밖 여관에 끌어다 버렸으니 역로따라 갈 수밖에 없었다. 당시 여자들의 힘만으로 해결한 최후 멋진(?) 수단이었다. 이래서 고산을 억세다고 했다. 원님(탐관오리)은 사내의 체통으로 더 이상 버틸 수 없어 얼굴을 싸매고 집에 돌아가 부끄러워 입을 열지 못했다고 한다.


지금 원산마을은 여관도, 산태기 태워 원님 버리는 고개도 아닌 아름다운 이름의 탄금바위. 탄건바위로 수문장처럼 서서 자연을 지켜주고 있다. 중요한 사실을 공개한다. 윤재봉 전 면장이 둑과 둑을 잇는 새 길을 내며 이 바위를 떨어 내냐 마냐 고민하다 남겨 놓은 탕건바위이다. 당시 윤재봉 면장은 지방 사람이었기에 원로들의 의견을 들어 유지시켰으니 그 지혜를 알아주어야 한다. 요사이 군민의 사기가 땅바닥에 붙어 있다. 잘 하면 박수를 보내고, 못하면 꾸짖는 인물이 없다. 헛짓을 보고도 입 다물고 있다가 후회하는 군민이 많다.

 


/이승철 국사편찬위원회 사료조사위원-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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