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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농인의 집 사람들] 한 지붕 열 가족2017-06-07

[귀농인의 집 사람들] 한 지붕 열 가족

한 지붕 열 가족

'귀농'이란 열매는 뙤약볕에서 익어간다



올해 3월 처음 시행된 완주 체류형 농업창업지원센터는 귀농귀촌 희망자를 대상으로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특히 예비 귀농귀촌인이 10개월간 머무를 수 있는 귀농인의집을 마련해 함께 거주하며 완주에 정착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고산 지역경제순환센터 앞 귀농인의집에 현재 거주하는 10가구는 텃밭가꾸기부터 농가실습, 귀농귀촌 교육 등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가깝게는 전주, 멀게는 중국에서 온 사람들이다. 완주라는 낯선 곳에 새로운 뿌리를 내리는 이들의 일상은 도시에서의 그것보다 바쁘다.


완주 체류형 농업창업지원센터 '귀농인의 집' 입주자들이 공동 텃밭에서 모종을 옮겨 심고 있다.



초보농사꾼들 밭을 일구다

에이~ 형님, 이렇게 심으면 안된다니까! 눕혀서 사이사이 다 넣어줘야지. 어쩐지 빠르더라.”


5월 말, 아침볕이 제법 뜨겁다. 귀농인의집 사람들이 아침부터 공동텃밭에 고구마와 옥수수를 심는다. 누군가 맨발로 쟁기질을 하며 땅을 일군다. 다른 누군가는 막대기로 고구마 줄기를 땅속에 하고 찔러 넣는다.


아직까지는 농촌보다 도시가 익숙한 초보농사꾼들. 하지만 몸은 도시에서보다 자유롭고 마음은 행복하다.


돈을 받고 일하면 스트레스 받을 건데 그게 아니라 제 리듬에 맞춰서 하니 힘들지 않아요. 시골에 내려와 보니 평일주말이 없지만 하고 싶은 일을 하니 좋네요. 운동보다 노동으로 흘리는 땀이 더 가치 있지 않나요?” (김정미·54)


귀농인의집 식구들은 각자 30여평 가량의 개인텃밭을 일구는 동시에 공동텃밭을 가꾼다. 개인텃밭에는 본인이 심고 싶은 작물을 개별적으로 일구지만 공동텃밭은 논의를 거쳐 정한 작물을 비닐을 치지 않는 친환경 농법으로 시도하고 있다. 특히 공동으로 수확한 작물은 지역에서 필요로 하는 곳에 줄 생각이다.


공동텃밭 작물은 다 나누기로 했어요. 멧돼지가 오면 멧돼지도 같이 나눠먹는 거죠.(웃음)”(허수진·41)

 

LS엠트론 기술교육아카데미 현장실습장



농촌 적응기

트랙터 엔진소리가 넓은 공터에 쩌렁쩌렁 울린다. 묵직한 바퀴의 움직임에 매캐한 흙먼지가 날린다. 이곳은 봉동읍 LS엠트론 기술교육아카데미 현장실습장이다. 처음해보는 트랙터 조작이지만 전문가의 교육 아래 천천히 운전하니 크게 어렵지 않다.


자가용을 운전해본 경험이 있어서인지 크게 어렵진 않네요. 어제 받은 이론 수업을 바탕으로 실습을 하니 도움이 되는 거 같아요. 조금 더 숙련되면 쉬울 거 같아요.”(김미애·53)


이들은 3개조를 이뤄 트랙터에 장착된 로더, 쟁기, 로터리를 실습한다. 수업 막간을 이용해 서로 부족한 부분을 알려주기도 한다.


다들 처음 다뤄보는 기계지만 서로 아는 부분은 알려주고 있어요. 저도 오늘 최대한 많이 배워서 가야죠”(김정훈·37)


풀풀 날리는 흙먼지와 뜨거운 여름 햇빛. 도시였더라면 얼굴 찡그리고 피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들은 조금씩 변하고 있다.


농사 지으려면 이정도 먼지쯤은 먹어야죠. 덥긴 하지만 그래도 괜찮아요.”


경천면 갱금마을 마늘밭. 일손이 부족한터라 새벽부터 나와 땀흘리며 일하는 귀농인의집 식구들



날 받아주는 곳, 완주였어요

새벽 6시께 집을 나선 김정훈(37)씨는 경천면 갱금마을을 찾았다. 마늘밭에 일손이 부족하다는 말에 일도 배울 겸해서 나선 것이다. 농가에 직접 와서 일도 배우고 지역 주민과 소통할 수 있어 일석이조다.


저는 오늘 일정이 없어서 하루 종일 마늘밭에서 일 하려구요. 저하고 농가실습은 잘 맞지 않는 것 같아 따로 신청하지 않았어요. 대신 스스로 농가를 찾아가는 방식으로 실습을 하고 있죠.”


이들은 정해진 교육 외 스스로 다른 교육을 찾고 모임을 찾아 활동한다. 김정미씨도 고산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벼농사모임을 시작했다.


도시에서보다 교육이나 모임을 통해 더 많은 사람들을 만나요. 예전에는 하루 종일 혼자 있다 퇴근한 남편하고 이야기하는 게 전부였거든요. 일을 해서인지 잠도 잘 오고 밤에는 별도 보여서 좋아요.”


도시에서 농촌으로 삶의 이정표를 바꾼 이들. 창문으로 벼가 자라는 걸 볼 수 있어 좋고 밤이면 별이 보여 좋다는 소박한 행복. 완주가 나를 받아줘서 기뻤다는 누군가의 얼굴에 미소가 가득이다.


완주 귀농인의집 공고가 떠서 신청했는데 된거에요. 참 기뻤어요. 날 받아주는 곳이 여기인가해서요.”


완주군지역경제순환센터 식구들과 함께한 귀농인의집 환영식




[tip] 완주 체류형 농업창업지원센터란?

완주 체류형 농업창업지원센터는 10개월 동안 선발된 귀농귀촌 희망자를 대상으로 거주 공간과 교육을 제공한다. 모집된 가구는 10가구가 거주할 수 있는 귀농인의집에서 그해 12월까지 머무르며 귀농귀촌 기초과정, 농산물 가공교육, 농기계 교육 등 다양한 교육을 받는다. 귀농인의집은 50.05, 73.97두 면적으로 보증금과 매달 교육비를 지불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신청자격은 완주군으로 이주해 귀농을 희망하는 자로 모집공고일 기준 다른 지역에서 1년 이상 거주하고 있는 자, 상근 고용계약을 체결하지 않은 자이다. 매년 12월에서 다음해 1월 중 접수를 받아 모두 13세대(모집정원 10세대, 예비입교자 3세대)를 면접 등 절차를 통해 선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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