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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숟가락 일기 3] 흙과 함께 놀아요2017-04-03

[숟가락 일기 3] 흙과 함께 놀아요

놀이터가 없어도, 플라스틱 장난감이 없어도 아이들은 즐길 줄 압니다. 

숟가락의 친구인 물, 불, 흙, 공기 두 번째 이야기, 흙과 함께 노는 아이들입니다. 

이모, 삼촌들이 작은 모래동산 하나를 만들었습니다. 옆에는 작은 텃밭도 가꾸었습니다.

작년 가을에 황토 동산을 선물로 받았습니다.






엄마처럼 깨소금도 뿌리고 내가 좋아하는 만두, 찐빵도 만듭니다. 

나뭇잎에 감싸면 쌈밥, 꽃과 풀을 넣으면 비빔밥이 되어 대접도 합니다.

더운 여름엔 물을 섞어 이모, 삼촌들을 위한 커피도 만들어주고요.

냄비에 가득 담아 뒤집으면 그럴싸한 케잌이 됩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것을 맛보다 보면 어느새 나도 모르게 입안으로 들어가 까끌까끌한 느낌을 알게 됩니다.


“퉤!퉤! 으앙~”




 


작은 골을 내어 물길도 만들고 작은 웅덩이를 내어 꼬물꼬물 두발을 모아 나무 흉내를 내기도 합니다.
작은 희망에 초코파이 나무를 심고 심지어 아이들이 좋아하는 하늘아이 선생님도 심고 싶어합니다.





이곳에 오면 내집 마냥 서스럼없이 주저앉습니다.
(하나, 둘, 셋!) 너나 할 것 없이 신발을 벗습니다. “휙~!” 양말도 벗어던집니다.
누군가가 벗어놓은 신발은 트럭이 되어 멋지게 누비기도 합니다.
무심코 던져버리면 본의 아니게 앞 친구의 머리 위나 옷과 입속에 들어가 곤혹을 치르기도 하지요.
 




초여름부터 가을은 매일같이 수많은 모기들에 물려가며 온몸이 울긋불긋하고 부어올라도 모기향 피워가며 놉니다.
더운 여름엔 이불이 되어 시원합니다. 
비온 뒤는 촉촉해져 원하는 것을 더 잘 만들어냅니다.
이내 축축해져 버린 옷에 엄마들의 손길이 분주해질 뿐 아이들은 아랑곳하질 않습니다.





아이들이 놀고 간 자리에는 아무렇게나 던져버린 양말 한짝과 신발들이 남아 더 놀다갑니다.
이곳에선 늘 아이들의 재잘거리는 소리가 전해집니다.
각자의 취향대로 따로 놀다가도 어느 순간 머리를 맞대며 놀기도 합니다.
덕분에 아이들이 시간 가는 줄도 모르며 놀고 또 놉니다.


“예준아~, 주하야~ 이젠 집에 가자~!”


엄마들의 손에 이끌려 아이들이 자리를 뜹니다.


놀이터 말고 흙을 주세요
건강해진다. 더러워진다. 부드러워진다.
바꾸고 깨고
날리고 뿌리고
던지고 모으고
쌓고 다지고
파고 구멍내고
묻고 감추고
찾고 심고
조물조물, 첨벙첨벙, 타닥타닥


2016.11.26

고무신학교 ‘흙과 함께 노는 아이들’에서 발췌


-완주 숟가락 공동육아 달래이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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