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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조로 읽는 세상 2] 누구나 시인이다!2017-04-03

[시조로 읽는 세상 2] 누구나 시인이다!

밤에는 초겨울 날씨, 낮에는 초여름 날씨가 반복되고 있습니다. 봄이 언제 오나 기다리고 기다렸는데, 어느새 개나리가 노란 꽃망울을 터뜨리고 올라왔습니다. 봄기운을 꽃이 피는 모양을 보고 알아채야 할 만큼 계절의 경계가 불분명해졌습니다. 봄기운을 즐기고 싶지만, 주말마다 비가 오고, 미세먼지가 하늘을 뿌옇게 가려서 봄을 만끽하기 어렵습니다. 나무들이 연한 순을 내어 놓아 산들이 겨울옷을 벗고 봄옷으로 갈아입는 모양이 완연한 봄을 확인시켜 주는 듯합니다.

 

시인은 자연, 계절, 사람, 사랑, 우정, 정의등 일상생활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노래하는 사람입니다. 특히 봄이나 가을이 되면 누구나 시인이 됩니다. 활짝 핀 봄꽃들을 보며 콧노래를 부르거나 보슬보슬 내리는 봄비가 내리는 날이면 빈대떡에 막걸리 한 사발을 곁들이며 노래를 흥얼거리는 모습은 누구에게나 있는 시적 정서가 몸 밖으로 나오는 현상이라 할 수 있습니다. 농사철에 논밭 일을 하면서 노래 한 자락 곁들이던 조상들의 멋이 민요속에 고스란히 들어있습니다. 시나 시조를 직접 지어 노래하거나 남이 만들어 놓은 노래들을 부르거나 우리들 속에 있는 시적 감성이 나타나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누구나 시인이다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 민족은 수 백 년 동안 시조를 지어 가곡이나 시조창으로 노래하였습니다.

 

산길은 길고길고 물길은 멀고멀고

3 4 3(4) 4

어버이 그린 정은 만코만코 하고하고

3 4 3(4) 4

어디서 외기러기는 울고울고 가나니

3 5 4 3

- 고산 윤선도 - 


3·4·3·4(초장) 3·4·3·4(중장) 3·5·4·3(종장) 36구의 틀에 글자수를 맞추어 시조를 지어 즉석에서 시조창으로 노래하던 멋과 풍류가 우리 조상들에게 있었습니다. 글자수에 집중하여 느낌을 표현하다 보면 저절로 음률이 생기고 흥이 돋는 것이 시조의 매력입니다. 초등학교와 중학교 국어 교과서에서 보았던 시조 하나 쯤은 누구나 기억 속에 어렴풋이 남아있을 것입니다.

 

올 봄에는 각자 시조를 한 수씩 지어 노래하는 특별한 봄맞이를 하면 어떨까요? 아니면 좋아하는 봄에 관한 시들을 낭송하며 달콤한 밤공기에 운율을 덧입히는 것도 멋지지 않겠습니까? 먼지 앉은 시집을 꺼내어 큰 소리로 낭송하면서 여러분 마음속에 잠들어 있는 시인의 감성을 깨워낸다면 더할 나위 없이 운치있는 봄날이 되리라 믿습니다. 시인이 되어 봄을 맞이하고 노래하는 색다른 시조세상에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아래의 시조는 고려시대 말 이조년(李兆年, 1269-1343)선생이 쓴 '다정가(多情歌)'입니다. 고즈넉이 읊조리며 봄밤을 음미하시길... ...

 

이화(梨花)에 월백(月白)하고 은한(銀漢)이 삼경(三更)인제

일지춘심(一枝 春心)을 자규(子規)야 알랴마는

다정(多情)도 병()인양하여 잠못들어 하노라

 

하얀 배꽃에 달은 밝고 은하수가 머리위에 있는데

가지 하나에 어려 있는 봄기운을 어찌 소쩍새가 알고 저리 우는 것일까마는

다정다감(多情多感)한 나는 그것이 못내 마음에 걸려 잠을 이루지 못하노라

 

/명륙 안우진(시조시인)



△ 참고

이화(梨花): 배꽃은 청초(淸楚), 결백(潔白), 냉담(冷淡), 애상(哀傷)을 상징함

월백(月白): 달빛이 희고

은한(銀漢): 은하수(銀河水), 천한(天漢)

삼경(三更): 11시에서 1시 사이의 한밤중

일지춘심(一枝 春心): 봄을 사모하여 애상(哀傷)하는 마음이 한 나뭇가지에 어려있음

자규(子規): 소쩍새, 두견(杜鵑)새로 처절(悽絶), 애원(哀願), 고독(孤獨)을 상징함

다정(多情): 그리움

()인양하여: 마치 병든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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