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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완주에서 도전하다] 1인 출판사 차린 이보현씨2017-03-06

[청년, 완주에서 도전하다] 1인 출판사 차린 이보현씨

나는 쓴다. 고로 존재한다

1인 출판사 차린 이보현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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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 중반의 이보현씨 2년 전 완주로 귀촌했다. 서울이 싫은 보현씨는 완주에서 1년 반 직장을 다녔으나 스스로 결정하고 책임질 일을 하고 싶어서 그만뒀다.


글쓰는 일에 흥미가 있는 보현씨는 다른 사람들의 책을 쓰거나 문서를 만들어주는 일이 자신 있다. 지난해에는 출판사 등록을 했고 올해에는 이웃들과 잘 지낼 작은 사무공간을 꿈꾸고 있다.


완주 정착 3년째를 맞은 방랑자 기질의 청년 보현씨가 하는 일과 하고 싶은 일을 정리해보았다.

 

일과 시간표 (20173월 평일 기준) 

6:00 기상. 커피 내려 마시고 빈둥거리기

7:00 굽고 지지고 볶고 든든한 아침밥

8:00 어제 하루 돌아보고 오늘을 가늠하는 일기 쓰기, 타로 뽑아 점치기

9:00 전주 신시가지로 운동가기 (왕복 2시간, 운동 1시간 반, 30분 샤워)

13:00 낮밥

14:00 출근 (봉동 공공도서관, 용진 중앙도서관, 고산도서관, 내방 책상)

18:00 저녁밥

19:00 야근


 

완주에 언제, 어떻게

20158월에 왔다. 일자리를 구해 면접 보는 날 여행가방 들고 내려왔고 바로 출근했다. 전주 친구 집에 두 달 정도 신세지면서 월세 집을 구해 나왔다.


서울에서 직장 생활 하는 걸 너무 힘들어해서 직장 다니지 않고 돌아다니며 최소로 돈을 쓰는 프로백수로 살았다. 국내를 돌아다니며 4년여를 살다가 해외진출에 실패해 직장을 다시 구했다. 힘든 건 서울과 직장이었으므로, 직장을 다시 다니더라도 서울에서는 살 수 없을 것 같아서 비서울에서 직장이 있는 곳이면 어디든 상관없었고, 때마침 완주에 일자리가 있었고, 몇 년 전 돌아다닐 때 알게 된 친구가 한 명 있었다.

 

앞으로 되고 싶은 사람 : 쓸 사람

직장에 1년 반 다니니 역시 너무 다니기 힘들어져서 201612월 퇴사했다. 하기 싫지만 조직의 일원으로 어쩔 수 없이 해야 하는 일 말고 이제는 온전히 내가 계획하고 책임지는 내 일을 하려고 한다. 피할 수 없는 일의 순서정도는 내 마음대로 정할 수 있을 테니까.


계획을 세우고 순서를 만들고 구성해 조직하는 기획자의 업무를 주로 해왔으니 기획력이 필요한 문서를 쓰는 건 어렵지 않다. 나는 상대적으로 어렵지 않게 할 수 있는 일을 어려워하는 사람들을 대신해 할 수 있지 않을까. 쓸 사람은 여러 뜻이 있다. (로고는 빗자루) 어떻게 써야하나 막막한 문서를 함께 쓸 사람. 그렇지만 앞으로 내 글을 계속 쓸 사람. 여러모로 쓸모 있는 쓸 사람.

 

상반기에는 지금 하고 있는 원고 작업을 마치고 하반기에 봉동 읍내에 월세 10만 원쯤 되는 작은 가게를 구해 작업실 겸 사무실, 서점 겸 커피집 겸 군것질 가게로 운영하면 좋겠다는 아직은 말뿐인 꿈을 꾼다. 가게는 2인용 탁지 2개를 놓는 크기. 단체 손님은 예약으로만 보조의자 2개 놓고 6명까지.

 

우선쓰소

어떤 일 : 기획서, 제안서, 신청서 등 공적 문서들을 쓰는 일이 버거운 사람들이 말하는 내용을 정리해서 문서로 만들어주는 우선쓰소. 지원사업을 신청하고자 하는데 용어에 익숙하지 않은 주민이나 감성이 풍부해 논리적 언어를 사용하지 않으려는 경향이 있는 예술가가 주 고객층. 업무량이 과도한 관공서, 서류업무에 치이는 사무직 회사원들도 숨은 고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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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어서

어떤 곳 : 여성girl들을 위한 출판물과 소품을 판매하는 작은 서점. 만화방에서 라면 팔듯이 커피와 팥빙수. 샌드위치와 떡볶이를 만들어 팔 예정이다. 완주숙녀회의 탄생배경처럼 가족중심 지역사회에서 소속감 느끼기 힘든 젊은 여성, 비혼 여성, 자신의 삶의 속도를 인정하며 사는 사람들을 위한 숨어들기 좋은 작은 가게. 지지와 연대의 토대가 되는 걸어. (판매용 책이나 물건을 걸어서 전시할지도 모르겠다) 타로 카드 상담을 배우는 중인데 동네에 편한 수다방으로 기능할 수도 있겠다.


내 삶의 경험으로 보아 10대부터 30대까지 늘 누군가 함께 들어주고 생각해주면 고마운 질문이 넘쳐났으므로. 내가 좋아하는 게 뭔지, 내가 되고 싶은 게 뭔지, 내가 하고 싶은 게 뭔지, 지금 이 상황이 왜 이리 힘든지, 내가 유별난 건지, 내가 예민한 건지. 도망가고 싶은 마음을 나무라야 하는지 등등.

 

연필농부

어떤 책 : 내가 어떤 사람이냐, 어떤 사람이 되고 싶으냐고 물었을 때 계속 쓸 사람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특별한 사건을 기록하거나 뛰어난 문학작품이 아니더라도 내 사는 이야기를 일기로, 편지로, 노래로 쓴다. 쓰면 책을 묶어내야지. 하고 싶은 이야기들이 많다. 말로 하는 이야기는 흩어지니 글로 붙잡아 책에 가둬두려고 책을 만들거다. 나는 시골로 귀촌한 사람.


쌀농사 못 지으니 글농사 짓는 농부가 되려고 출판사 이름은 연필농부다. 누구라도 자기 삶의 이야기를 기록해 책을 낼 수 있도록. 함께 농사. 편집디자인도 직접 해볼까하고 인디자인프로그램 배우러 가봤는데 디자인감이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서울에서 출판사에 다닌 적이 있어서 책을 잘 만들어 파는 게 얼마나 어려운 지 잘 안다. 그러니 판매가 목적이 아닌 다른 의미의 책을 만들어야 할 텐데 아직 정확하게 어떤 그림인지 모르겠다. 소장용으로 가족 이야기나 자기 이야기를 직접 책으로 만들어보고 싶은 사람들과 함께 만드는 작업이 될지, 글을 같이 써나가는 글쓰기 모임의 모습으로 발전할지는 모르겠다. 다만 출판사 등록의 시작은,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모아내고 싶다는 마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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