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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들아! 에너지를 부탁해_나무에너지전문가 이승재 2017-01-09

나무들아! 에너지를 부탁해_나무에너지전문가 이승재

나무들아! 에너지를 부탁해

나무에너지전문가 이승재

 

얼마 전 뜻밖의 단기 아르바이트를 했다. 전주의 숙소에서부터 고산휴양림의 바이오매스타운 조성사업장까지 두 사람의 독일인을 10일 동안 아침저녁으로 출퇴근 시키는 일. 전환기술사회적협동조합의 조합원이 되면서 여러 가지 재미있는 경험을 하게 되는데 이 일도 그 재미있는 일들 중의 하나인 셈이다. 크리스토프와 마티야스라는 두 독일인을 출퇴근시키며 산림바이오매스에 대한 이야기를 알게 됐고 나무에너지전문가 이승재씨(48)를 알게 됐다. 이 분야의 문외한인 나로서는 그가 설명하는 내용을 실수 없이 정확하게 전달할 자신은 없다. 다만 그의 생각과 바람을 내가 이해한 만큼 그리고 그의 말을 있는 그대로 옮겨주는 것만으로도 이 글은 충분히 의미 있을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독일과 오스트리아 숲 속을 미친 듯이 헤매고 돌아다녔습니다. 제가 임업을 전공한 것은 아니지만 나무 이름을 다 외우고 있을 정도로 노력을 많이 했어요. 이유는 단 한 가지, 우리나라에도 언젠가는 실현이 되어야 한다는 것 때문이죠. 그리고 그 실현이 눈앞에 있다고 생각하니까 기분이 참 좋습니다.”

    

(위)산림바이오매스타운이 완공되면 관람객들이 우드칩보일리 시설을 직접 볼 수 있다. (중간) 왼쪽부터 이승재 마티야스 크리스토프 (주)한열 김영중대표이사 부부. (아래) 연료가 되는 우드칩.

 

독일은 신재생에너지산업이 가장 발전한 나라다. 우리나라가 전체 에너지의 1% 미만을 신재생에너지로 생산하고 있는데 반해 독일은 30% 가까이를 차지하고 있다. 그가 적정기술과 환경운동 차원의 문제의식을 넘어선 실제적인 나무에너지 시스템을 연구하고 실천할 수 있었던 것은 독일과의 인연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그는 뮌스터대학에서 사회학을 공부하고 2005년부터 산림바이오매스 컨설팅업체인 SWIT GmbH사의 대표로 한국과 독일을 오가며 한국이 산림바이오매스 분야를 개척하고 실험할 수 있도록 여러 방면에서 활동하고 있다.

 

독일을 환경선진국으로만 생각하면 안돼요. 그들은 상술의 선진국이에요. 독일은 신재생에너지를 산업으로 인식했어요. 독일은 철강으로 먹고 사는 나라인데 철강산업이 죽었거든요. 자동차판매량이 예전 같지 않아졌어요. 이 철강을 어디다 쓰지? 풍력발전소에 쓰는 거지요. 산업은 이념과 논리로만 굴러갈 수 없어요. 어딘가에서 많은 사람들의 일자리를 창출해내야만 산업이라는 것이 굴러가거든요. 그런 측면에서 독일은 일찌감치 자국의 재생에너지기술이 다른 나라에게 영향을 미칠 것을 안 거죠. 그리고 거기에 투자를 한 겁니다. 그런 것 때문에 유럽에서 독일이 최강인거죠.”

 

후쿠시마 원전사고를 겪고 난 후 독일은 2022년을 기점으로 탈원전을 선언했다. 이승재씨가 설명하는 독일의 산림바이오매스 산업에 대한 이야기와 로드맵은 그들의 탈원전 선언을 불가능한 것에 대한 선언적인 의미로 해석되지 않고 가능한 것에 대한 실제적인 계획으로 읽히게 했다. 우리나라도 지난 2014년 에너지기본계획을 통해 원자력에너지와 화석에너지의 비율을 줄이고 신재생에너지를 23%까지 늘리겠다는 발표를 했지만 그것은 가능한 것일까. 적정기술에 대한 관심이 많은 나로서도 그것은 솔직히 쉽지 않아 보였다.

 

독일 사람들이 무슨 환경에 큰 관심이 있어서 우드칩 보일러를 쓰는 게 아닙니다. 원자력이나 석유보다 훨씬 싸니까 집집마다 사용하는 거에요. 편리하고 싸니까요. 그런데 우리나라는 자꾸 이념적으로만 이야기하고 실제적으로는 기술이 뒷받침 되지 못하니까 탄소배출이 더 많아지는 상황이 되는 거죠. 그게 안타까워서 여기에 달려든 거에요. 우리가 아무리 적정기술을 가지고 뭘 하겠다 하더라도 이것을 우리나라에 산업적으로 적용하기 힘들어요. 우리는 세계에서 열다섯 번째로 잘 사는 나라입니다. 아무리 개인의 집에서 전등하나 꺼서 이산화탄소량을 줄인다고 한들 보일러 하나 놓으면 끝이죠. 50KW짜리 우드칩 보일러 하나면 한 마을에서 줄이는 전기량을 다 줄일 수 있어요. 탄소배출 또한 마찬가지구요. 이념과 논리도 중요하지만 실제로 탄소배출을 줄이고 전기사용량을 줄이는 것. 바이오 에너지 마을 에코마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마을이 실제적으로 탄소 배출을 줄일 수 있는 기술과 설비들을 갖추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이승재씨. 

 

그는 신재생에너지의 중요성에 대한 이념적인 주장과 생활 속의 운동도 중요하지만 그것을 실제적인 영역으로 가져오고 관련 기술과 시스템을 갖춰가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말한다. 그리고 그것을 보여줄 수 있는 의미 있는 모델을 완주군 고산휴양림에서 실험하고 있다. 이름 하여 <고산 바이오매스타운 프로젝트>. 2014년부터 시작된 이 프로젝트는 여러 가지 이유로 축소되고 변형됐지만 올 5월이면 완공될 예정이라고 한다.

 

본래 계획은 발전기를 설치해서 전기공급까지 하는 거였는데 중간에 축소 되서 지금은 열난방 시스템만 구축하고 있습니다. 400kw 온수보일러가 하나 있고 비상용을 대비해서 기름보일러가 있구요. 혹시 보일러가 멈추거나 겨울철 열이 더 공급되어야 할 때 비상용으로 기름보일러까지 설치한 거죠. 400kw짜리 보일러면 150가구 정도의 마을하나를 커버할 수 있죠. 우리가 기존에 쓰고 있는 화목난로나 보일러 형식을 보면 필요할 때 보일러가 돌아갑니다. 하지만 이렇게 되면 굉장히 낭비가 심해집니다. 이미 달궈진 물을 저장해 놓고 쓴다면 순환해서 쓰면 되는데 필요할 때마다 에너지 소모가 크죠. 15,000리터급 대형 축열조를 만들었어요. 온수를 저장해 놨다가 85도를 만들어 놓으면 10시간 정도 유지가 되거든요. 그 물을 계속 순환시켜서 쓰는 방식이죠.”

 

이승재씨는 우리나라가 산림바이오매스를 산업화하기 위해선 좀 더 실제적인 것들에 더 많은 관심을 가져야한다고 강조했다. 연통 하나까지도 구조적으로 결함 없는 보일러를 만드는 기술이 필요하다는 것, 더 많은 가공절차가 필요한 펠릿보다는 우드칩 생산과 그 과정에서 의미 있는 부가가치를 만들어 가는 것, 나무에너지를 이용한 마을단위 열공급사업을 통해 지역사회에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어가는 것 등에 대한 더 많은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여기에 다 옮기지 못한 그의 이야기와 생각들은 이제 5월이면 고산휴양림에 들어설 바이오매스타운에서 볼 수 있다. 지면을 빌어 한 가지 제안을 하고 싶다. 농촌 어르신들에게 바이오매스라는 말은 너무 어려운 말이니 좀 쉽고 친숙하게 타운의 이름을 붙여보면 어떨까. <나무야! 에너지를 부탁해>처럼.

 

 

독일우드칩보일러HDG 사진제공- https://www.hdg-bavaria.com/en/home/

이승재 블로그 http://cafe.naver.com/pell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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