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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산촌, 다시 마을이 되다] 4대가 모여 사는 이이례 할머니댁 2016-10-31

[고산촌, 다시 마을이 되다] 4대가 모여 사는 이이례 할머니댁



"이런 산골에 온가족 모여 사니 참말로 좋제~"

4대가 모여 사는 이이례 할머니댁

 

 

산천 마을의 가장 큰 어르신 이이례(88) 할머니는 큰 아들 내외와 손주 내외, 그리고 초등학생인 증손주까지 모두 4대가 한집에 산다. 마을의 중심부에 깔끔하게 정돈된 집이 이들의 집이다. 이 마을에서는 이례 할머니 댁이 가장 많은 농사를 짓고 있기도 하다. , 나락, 고추, 마늘, 아로니아, 인삼농사 등.

 

17세에 고산촌으로 시집온 이례 할머니가 이 마을에 사신지가 벌써 70. 그러고 보니 그의 큰아들 김흥덕(69)씨도 이 마을에서 산지 내년이면 70년이 된다. 그는 고산촌에서 나고 자란 마을 토박이다. 그 덕에 흥덕씨는 마을의 옛 모습을 기억으로 간직하고 있는 몇 안 되는 사람 중 한명이다.

여름에는 마을 앞 냇가에서 친구들하고 수영 하고 물고기를 잡던 기억이 나요. 그땐 또래 친구들이 많았지. 겨울에는 친구들이랑 모여앉아서 그때 말로 ’(고스톱) 치고 막걸리 내기하고 놀았어요.(웃음)”

 

23세에 운주 가척마을에서 이 마을로 시집온 흥덕씨의 부인 이정옥(66)씨도 그때 기억이 난다. 지금처럼 감 깎을 철이 되면 ’(일꾼)을 얻어 사람들과 감자칼로 감을 깎았던 시절이다.

나는 천등산 뒤에서 대둔산 앞으로 시집왔어요. 큰집 형님이 우리 친정집 쪽에 살아서 중매로 만났는데 지금 생각하면 참 철부지 나이에 시집왔어. 우리 남편은 나랑 세 살 차이 나는데 그때 방위 근무 하고 있을 때였어요.”

 

정옥씨는 남편을 다정한 사람이라고 표현한다.

우리 남편이야 다정하지요. 여자는 과격한 사람 만나면 안돼. 나 시집오는 날 그땐 다리가 있었간요. 징검다리를 건너는데, 다른 사람한테 업혀서 왔던 기억이 나요.”

 

시집 장가가던 그 날, 서로의 모습이 기억나느냐는 질문에 부부는 미소만 짓는다. 함께 산지 40년이 훌쩍 넘었지만 그때의 철없던시절로 돌아가면 부부는 여전히 수줍다.

 

이들 가족이 사는 집은 이례 할머니의 시부모님 때부터 살았던 집터. 집을 세 번이나 새로 지었다.

왜정 때 불이 나서 새로 짓고 또 새로 짓고 해서 집을 시방 세 번을 지었어. 난 여기서만 살았어. 근디 내가 너무 오래 사는 거 같어.”

 

이이례 할머니 댁에는 4대가 함께 산다. 요즘에는 감을 따고 말리는 작업으로 온 가족이 바쁘다.

 

할머니는 한 해가 다르게 작아지신다. 꼿꼿했던 허리도 언젠가부터 구부러졌고 그래서 아이처럼 더 작아지신다. 대신 할머니의 그 작던 아이는 어느새 할아버지가 됐다. 이 가을에도 할머니는 아들과 함께 나이를 먹어간다.

 

우리 아들은 콩 심은데 콩 나고 팥 심은데 팥 나는 영락없는 사람이여. 성실하고 착하고. 우리 며느리도 그려. 잘해. 서로 금술도 좋고. 아까도 딸한테 전화 왔는데 올케(정옥씨)한테 잘하랴. 올케 욕본다고. 여그저그 혼자 사는 사람이 태반인데 나는 5명이랑 같이 살어. 요새 어디 나처럼 사는 사람이 있간. 가족 같이 사는 사람 나 뿐이여. 고맙지. 건강들만혔음 좋것어. 내 새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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