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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주행보] 완주여행 시작과 끝은 기차역 <6>2016-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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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찾아온 손님들에게 완주 여행의 시작과 끝은 기차역이다. 나는 봉동 읍내 쪽에 산다. 버스를 타고 전주나 봉동, 삼례, 왕궁 등 여러 장소로 올 수 있지만 아무래도 여행에 기차 타는 재미를 빼면 서운하니 웬만하면 기차여행을 추천한다. 전주역에서 시작해 삼례역으로 끝나는 12일 주말여행 코스를 소개한다. 자가용이 없다면 차를 빌려야 편하다. 아무래도 시골은 도시보다 대중교통이 불편해 버스 시간에 맞춰 움직이려고 하면 제대로 된 관광을 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역에서 오는 길에 용진 아줌마국수나 시골집국수에 들르자. 아줌마국수는 비빔국수와 물국수 단 두 가지 메뉴만 팔고 국물맛이 끝내준다. 건너편 시골집국수에서는 국수 외에 도토리묵밥, 시래기국밥도 판다. 나는 묵밥을 좋아하지만 손님 취향에 따라, 게으름과 배고픔 정도에 따라 선택하면 된다. (시골집국수를 갈 경우에는 길을 건너야하니까)

 

국수집이 완주의 정겨움을 담당한다면 다음은 세련미를 뽐낼 차례. 삼일월 빵집에 들러 건강하고 고급스러운 베이커리를 맛보자. 시골집국수 옆, 아줌마국수 앞 신호등을 건너 바로다. 나는 한번 시작하면 멈출 수 없는 바삭한 과자 러스크나 달콤하고 촉촉한 무화과 호밀빵을 좋아한다. 수줍은듯 조용조용 부산말로 이야기하는 훈남 사장님도 관광포인트. 다른 빵들도 싸고 맛있다.

 

길을 건너는 게 귀찮은 사람들도 걱정 말자. 국수집 선택지가 두 개이듯 젊은 사장님들이 운영하는 반짝이는 가게의 선택지도 둘이다. 경찰서 옆 커피콩 카페에서는 각종 음료와 아이스크림과 디저트를 판다. 이 가게는 웃는 모습이 맑고 예쁜 봉동 출신 여사장님이 운영한다.    

 

용진 로컬푸드 직매장도 관광코스다. 생산자의 이름과 얼굴을 확인하는 믿을 수 있는 먹거리를 소개하면 도시 것들이 신기해한다. 완주군민으로서 지역경제활성화를 위해 기념품이나 선물을 구입하도록 유도하자. 지역에서 제대로 만든 차나 술, 청 등 가공식품은 어쨌든 좋은 선물이다.

 

먼 길 달려오느라 피곤한 친구님들을 모시고 우선 숙소(=내 집)에 체크인을 하자. 짐을 풀고 몸을 누이면 다시 일어서기 싫어질 테니 작정하고 오늘은 집에서 통닭이나 시켜먹으면서 여행의 시작을 기념한다. (비록 오늘이 첫날이자 마지막 날 밤이지만) 꼬꼬치킨, 뽀빠이통닭, 맛꼬방, 비비큐, 교촌, 멕시칸, 피자나라 치킨공주, 디디치킨, BHC 등 자기 집에서 가까운 곳에서 알아서 주문하시길. 방금 국수를 먹고 왔다고 못 먹지 않을까 걱정하지 말자. 치킨은 배부를 때 먹기 시작해야 제 맛. 먹기 전부터 배불러서 언제 멈춰야 할 지 알 수 없는 기분을 맛보는 게 중요하다.

 

둘째날이 밝았다. 여름엔 동상이나 고산 계곡으로 물놀이를 가면 좋겠지만 내년 여름을 기약하기로 하고 가을이 오는 길목에서는 경천 화암사나 상관 편백나무숲에 가보자. 단정한 절에서 고즈넉한 시간을 보내고 싶다면 화암사를, 숲 한 가운데서 충만함을 느끼고 싶다면 상관 편백나무 숲으로 가자. 화암사는 아무래도 산길을 좀 걸어야 한다. 두 군데 다 신선한 공기와 하늘, 산이나 숲의 푸르름을 느끼기에 부족함이 없다. 편백나무 숲에서는 숲속 벤치에 드러누워 늘어지게 낮잠을 잘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산책을 마치고 나서 다음 일정은 식사. 삼례 비비정 농가레스토랑에서 정갈한 밥상을 받고 언덕 위 비비낙안 카페에서 만경강을 바라보며 차를 마시면 여행은 끝난다. 삼례역에서 기차타고 안녕히 돌아가세요. 맛있고, 아름답고, 건강한 12일이었다.

    

* 글쓴이 바닥(badac) 이보현은 새내기 귀촌인이자 완주의 직장인으로 필요한 물건을 만들어(줍거나 얻어) 쓰는 자급생활을 지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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