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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와 함께 하는 손수레 여행 <2> 섬진강 2016-08-08

아빠와 함께 하는 손수레 여행 &lt2> 섬진강



섬진강길 110km ... 영준이는 자라고 있었다

아빠와 함께 하는 손수레 여행 <2> 섬진강

 

섬진강을 따라 걷는다는 것은 생각만으로도 낭만적이다. 우리는 두 번째 손수레 여행을 위해 섬진강으로 떠나기로 했다출발 전날 짐들을 다 챙기고 페이스북에 동영상을 올렸다. 반응이 뜨거웠다. 그들의 기대감 처럼 나와 아들의 기대감 또한 커졌다.

 

섬진강, 끝까지 가볼까?

612일 나와 아들은 트럭에 손수레와 짐을 싣고 임실로 출발했다. 섬진강댐 앞에 짐을 내리고 하룻밤을 보냈다. 아침 6, 선선한 강바람을 맞으며 기분 좋게 섬진강 여행을 시작했다.

 

 

이때만 해도 우리 상태가 참 좋았다.

 

 

섬진강 시작부터 끝 지점까지는 총 149km. 우리가 계획한 것은 하루에 20km5일을 걸어서 구례까지 약 110km를 여행하는 코스였다. 하지만 임실에서 순창을 지나 남원으로 가면서 우리는 욕심이 생겼다. 이번 여행을 마치면 다시 이런 여행을 하기가 쉽지 않을 것 같았다. ‘이왕 하는 거 끝까지 가볼까?’

아들 영준이도 섬진강 끝이 보고 싶다고 한다. 결국 우리는 끝까지 가기로 결정했다. 하루에 30km 이상을 걸어야하는 고된 여행이지만, 우리는 하기로 했다.

 

 

두 번째 날, 벌써부터 몸이 힘들어지기 시작한다.

 

 

여행 두 번째 날, 발이 아파오기 시작했다. 순창에서부터는 섬진강 길에 그늘도 사라지기 시작했다. 본격적인 여름 전 이었지만 한낮의 뜨거운 햇빛은 잔인했다. 태양을 피하고자 우리는 새벽 5시에 걷기 시작했고, 한낮에는 쉴 수 있는 곳을 찾아 휴식을 취했다.

 

평소 아침잠이 많은 8살 영준이는 신기하게도 새벽 5시에 투정 한번 부리지 않고 눈을 떴다. 오르막길이 나오면 아빠를 도와 스스로 뒤에서 손수레를 밀었다.

 

갈수록 힘들어지는 여정에 많은 생각이 들었다.

과연 우리가 끝까지 갈수 있을까? 아들과 추억을 만들기 위해 시작한 여행인데 이건 극기 훈련이 아닌가? 너무 무리하는 건 아닐까? 영준이는 괜찮을까, 나는?’

 

이내 고개를 저었다. 섬진강과 함께하는 여행에 의미를 두고 싶었다. 섬진강의 처음과 끝을 아들과 함께 보고 싶었다.

 

 

우리가 총 걸은 거리가 약 150km. 영준이는 그중 130km정도를 걸었다. 불편하지도 않은지 손수레 위에서 잘도 잔다.

 

 

길에서 만난 인연들

우리는 여행에서 많은 사람들을 만났다. 응원하기 위해 일부러 우리를 찾아와 준 지인도 있었고, 손수레를 끌고 가는 우리가 신기해 지나가는 길을 멈추고 음료수를 건네주는 분들도 있었다. 밥을 해먹기 힘들 정도로 지쳐 찾아간 식당에서는 방을 내어주신 아주머니도 계셨다.

 

섬진강 길을 많은 사람들이 걷고, 자전거 타고, 차를 끌고 하며 지나갔지만 우리처럼 아빠와 아들이 손수레를 끌고 걷는 경우는 없었나 보다. 아마도 여행 현수막이 없었으면 집 없이 떠도는 불쌍한 아빠와 아들로 보였을지도 모르겠다.

 

 

구레구역장님과 한컷. 

TV와 컴퓨터가 없어 심심할텐데 영준이는 가져간 책을 정독했다. 읽고 있는 책은 먼나라이웃나라 프랑스, 이탈리아, 일본편. 책 세 권을 정독하고 나더니 장래희망이 역사 선생님으로 바뀌었다.

 

 

임실, 순창, 남원, 곡성, 구례, 광양 등 6개 지역의 섬진강을 따라 걸으며 즐겁기도 했고, 고되기도 했고, 절망스럽기도 했고, 행복하기도 했고, 뿌듯하기도 했다.

5일이라는 길지 않은 시간 우리는 왜 이렇게 힘든 일을 사서하며 섬진강을 따라 걸었을까

 

여행을 마치고 나서 나는 아들에게 묻지 않았다. 여행이 어땠는지, 무엇을 느꼈는지, 네가 본 것은 무엇인지. 묻고 확인하지 않아도 이 아이는 모든 것을 보고 자세히 관찰하고 느끼고 있었다.

어리게만 보였던 아들이 믿음직스럽게 보였다. 영준이를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벅찬 감동이 생겨났다. 우리가 아들을 참 잘 키웠구나, 아니 우리 아들이 잘 자라주고 있구나.

 

우리는 세상의 주목을 받기 위해, 무언가를 보여주기 위해, 아이가 많은 것을 깨닫기를 바라며 여행을 하는 것이 아니다. 시간이 많아서, 삶이 여유로워서는 더더욱 아니다.

 

하지만 나는 귀농을 통해 완주라는 새로운 곳에 왔고, 또 새로운 삶을 꾸려가고 있으며, 이제는 또 다른 삶을 찾아가고 있다. 세상의 많은 것에 치여서 목적이 없는 삶을 살기보다는 내 가족과 함께 느끼고 고민하며 좀 더 의미 있는 삶을 살아가고 싶다. 이번 여행은 그런 우리의 삶 일부분이다. 앞으로도 우리는 아빠와 아들, 아니면 우리 가족이 함께 삶의 자유를 만끽할 수 있는 일을 찾아 나설 것이다.

 

곶감 농부, 자연 농부, 그리고 이제는 여행하는 농부 박용민.

역사학자, 영화감독, 화가를 꿈꾸는 소년 박영준.

 

우리는 앞으로도 계속해서 미래를 꿈꾸며 여행을 할 것이다.

다음은 어디가 될까?

 

 

섬진강 종착점에 도착. 다시 힘이 솟는 듯, 아들과 함께 해냈다는 기쁨에 가슴이 벅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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