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흡을 주고 받아야 해요. 처음부터 가봅시다. 자, 감정을 밀고 가세요!”

지난 7월28일 목요일 삼례 향토문화예술관. 더위마저 숨죽이게 하는 쩌렁쩌렁 울리는 목소리를 따라 들어가 보니 배우로 보이는 남녀가 대사를 주고받고 있다. 이들 옆에는 극단 ‘오락’의 정상식 대표가 매의 눈으로 이들을 바라보고 있다.

이곳은 (재)완주문화재단에서 공모해 군민들의 참여로 제작되는 뮤지컬 ‘청춘의 꿈’ 연습 현장. 힘 있는 대사와 살아있는 표정으로 전문 연기자인줄 알았던 이들도 알고 봤더니 모두 연기 경험이 없는 초보 배우들이다. ‘어릴 적 꿈이 연기자’, ‘무대 경험을 쌓기 위해’, ‘발레 선생님의 추천으로’ 등 다양한 이유로 모이게 된 이들은 이제는 이렇게 불린다. 바로 ‘제 1기 군민 배우’.

이날 처음 연습현장에 참가한 김다영(23)씨는 “무용을 전공하는데 연기를 같이 배우면 감정 표정 등이 풍부해질 거라 생각했다. 더 배우고 싶어서 참가하게 됐다”고 말했다.

발레로 만난 스승과 제자가 함께 참여하는 이들도 있었다.

강요요(30·삼례)씨는 “예전에 공고가 떴을 때 신청기간을 놓쳐 조금 늦게 합류했다. 삼례에서 아이들 발레 교습을 하는데 저도 그렇지만 아이들에게도 더 많은 경험을 해보게 해주고 싶어 참여하게 됐다”며 “제자와 함께 무대에 설 생각을 하니 더 긴장이 된다”고 웃었다.

(위) 군민배우들이 대본 리딩을 하고 있다.  (아래) 다른 배우들의 연습을 지켜보고 있다.

어릴 적 꿈이 배우였던 사람이 한둘일까? 하지만 그 꿈을 이룬 사람은 많지 않다. 배우를 꿈꿨던 아이에서 직장인으로의 삶을 살고 있는 주현숙(42·봉동)씨도 그 중 한명이다. 그는 다시 한번 어릴 적 꿈을 이루기 위해 매주 연습 시간이 되면 직장을 마치자마자 연습실을 찾는다.

현숙씨는 “덥다는 생각도 들지 않는다. 재미있어서 스스로 오게 된다. 어릴 때 하고 싶었지만 지금 기회가 온 것 같다. 완주군에 이런 기회가 있어 고맙다”고 웃었다.

얼라이브 아트 프로젝트의 대표이자 군민배우 1기로 활동하고 있는 배우 백중현(34·삼례)씨에게도 이번 뮤지컬은 새로운 도전이다. 그는 “무용연출을 하고 있는데 연극연출을 배워보자는 생각으로 참여하게 됐다”며 “우리는 모두 아마추어들이지만 열정만큼은 프로 못지 않다. 다들 즐겁게 하고 있기 때문에 더위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웃었다.

아마추어지만 프로의 열정보다 어쩌면 더 뜨거울 이들. 극단 오락 정상식 대표는 “프로를 배제하고 모두 연기 경험이 처음인 아마추어들을 모집했다. 배우 스스로가 즐기면서 무대에 서면 관객들에게 그 에너지가 전달 될 수 있다. 그래서 우리는 늘 즐겁게 연습하고 무대를 준비하고 있다”며 “1기의 무대를 성공시켜 앞으로 2기, 3기를 계속해서 배출해 진중하고 섬세한 극을 만들어 보고 싶다”고 말했다.

한편 뮤지컬 ‘청춘의 꿈’은 해방 이후 시대를 배경으로 일제식민시절 독립운동을 하던 친구들의 우정과 사랑을 이야기하는 작품이다. 누구나 쉽게 따라할 수 있는 대중음악을 편곡해 춤과 연기, 노래가 어우러지는 뮤지컬 형식으로 오는 11월 공연 목표를 계획하고 있다.

15세 이상 성별에 관계없이 연기, 무용에 관심 있거나 소질이 있는 완주군민이라면 누구나 군민배우로 참여 할 수 있다. 관심있는 사람은 010-9448-1966.

뮤지컬 '청춘의 꿈' 아마추어 배우들이 연습을 마치고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군민배우에 관심있는 사람은 010-9448-196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