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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숲> 법 대신 순리를 앞세우는 사람들2016-07-04

<더불어숲> 법 대신 순리를 앞세우는 사람들

학교를 다니느라 다른 지역에서 오랫동안 지내도 봤지만, 대전 아래쪽으로는 친척 하나 살고 있지 않는데다가, 여행으로라도 전라북도에 와본 적은 손에 꼽을 정도이니, 아무런 연고도 없는 완주군에서 일을 하게 된 건 정말이지 내 생에 생각조차 하지 못했던 일이었다.



그런데 아는 사람 하나 없는 이 곳, 완주에서 지낸지도 어느 새 1년 반이 훌쩍 지났다. 생각해보면 1년 반이라는 짧지 않은 시간을 완주에서 보내긴 했지만, 대부분의 시간을 군청에서 보내서인지 사실 완주에서의 생활이나 만난 사람들에 대해 할 얘기가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작년 한 해 동안 찾아가는 법률서비스라는 이름으로 각 읍·면을 직접 찾아가 상담을 해주기도 하고, 직접 군청으로 찾아오신 분들도 제법 있다 보니 생각보다 많은 완주사람들을 만났었다.



억울한 일을 당한 마을 주민을 도와주기 위해 또는 마을에 생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앞장서시는 이장님, 자기가 담당하는 가족의 문제를 해결해주기 위해 자기일이 아님에도 자기 일처럼 나서시는 사회복지사분, 옆집과의 분쟁으로 답답해 하시면서도 법보다는 순리대로 해보는 데까지 해보겠다고 하시면서 들어줘서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가시는 어르신을 비롯하여 알량한 법률 지식으로 단편적인 해결책만을 말해드렸을 뿐 실질적인 도움이 되 드리질 못해 죄송한 마음뿐인 나에게 감사하다는 인사를 수없이 하고 가시는 할머님까지(다른 분을 통해 들은 얘기지만 몇 번을 나한테 감사하다고 하시는 것만으로는 부족하셨는지 군수님께도 내 칭찬을 몇 번이나 하셨다는 얘기도 들었을 정도였다).



나를 이용해서 누군가에게 위압감을 조성하여 자신의 목적을 달성하시려는 분도 없진 않았지만, 내 일이라고 해도 그러질 못할 것 같다고 느낄 정도로 남을 돕는 분들이나 조그만 한 것에 감사함을 전하는 분의 모습에서 완주 사람들의 따스한 마음을 느낄 수 있었고, 자그마한 것에도 법부터 들이대면서 해결하려는 도시 사람들과는 달리 법도 법이지만 그래도 해보는 데까지는 대화로 풀어나가시겠다는 분의 모습에서 세상사는 이치도 배울 수도 있었다.



사실 완주사람들을 알게 되었다고하기엔 너무 짧은 시간이고, 만나게 된 동기도 법률상담이라는 한정된 통로이다 보니 내가 완주에서 느낀 것만으로 여기 사람이나 여기 분위기를 판단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래도 나만 놓고 본다면, 아무 연고도 없는 낯선 동네에의 생활이 따스한 마음의 사람들로 인해 한결 편안해졌고, 그냥 여기서 좀 더 살아도 되겠다는 생각이 드는 곳이다.


 


/변호사(완주군청 기획감사실)


 


※ 박서현 변호사는 2015년 1월부터 완주군청 기획감사실에서 근무하고 있다. 군청 법률민원 해결은 물론이고 지역주민들에게 다양한 법률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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