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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주군 정책동아리 'WIB'] 아일랜드 방문기 <1> 느낌표 그리고 쉼표2016-07-04

[완주군 정책동아리 'WIB'] 아일랜드 방문기 &lt1> 느낌표 그리고 쉼표

해보지 않으면 알 수 없고, 가보지 않으면 모른다! 낯선 땅에서 민낯을 드러내는 나의 모습과 낯선 사람들 속에서 보이는 세상은 신비롭고 감동적이다. 볼펜 한 자루까지도 그렇다.

리무진 버스와 인천공항. 말만 들어도 가슴이 설레는 여행의 상징이다. 적어도 우리 세대는 그렇다.
직장인이 되고 결혼을 하고 아이를 키우다 보면 여행이라는 로맨틱한 경험과는 거리가 멀어질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공항 면세점의 향수냄새에 취해 있다 비행기에 오를 때면 말할 수 없는 산뜻함을 느낀다. 아! 드디어 쉼표구나.


낮부터 뜨거웠던 6월의 열기는 새벽이 되니 전혀 다른 모습이다. 졸린 눈을 비비며 리무진에 올라 인천공항에서의 티켓팅까지 낯선 곳으로의 발걸음은 늘 이렇게 행복을 준다. 사랑하는 사람과의 여행이 의미를 가지듯 동료들과의 여행도 또 다른 의미로 다가온다.


골반 뼈가 저리고 종아리에 쥐가 날 때쯤 Dublin의 새하얀 공항이 눈에 들어온다. 드디어, 지도의 서쪽 끝에 온 것이다. 트랩을 내리며 밀려오는 두려움과 이제부터 서로를 믿을 수밖에 없는 동료들의 눈빛에서 만감이 교차한다. 


나는 아일랜드에 대해 뭘 알고 있을까? 아내에게 들었던 아일랜드 식탁과 언제든 다시보고 싶은 영화 ‘원스’와 최근 너무도 재미있게 보는 미국드라마 ‘왕좌의 게임’ 촬영지. 이정도의 상식만으로 더블린 공항에서 입국심사를 하는 내 모습이 조금은 부끄러웠다.

예전에 지도를 펼쳐놓고 가본 나라와 가고 싶은 나라를 골라본 적이 있다. 신기하게도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나 일말의 호기심조차 일지 않았던 나라가 바로 아일랜드였다. 분명 지도에는 있지만 영국의 기세에 가려 눈이 있어도 보지 못했다.

 

 

 

아일랜드 섬은 아일랜드와 영국령인 북아일랜드로 나뉘고, 뉴질랜드와 비슷한 토양을 가지고 있다. 어딜 가든 성 페트릭의 날을 상징하는 녹색이 많다. 보기만 해도 식이섬유가 섭취되는 기분이다. 심지어 네잎클로버가 국화(國花)다. 고대 켈트족이 클로버를 몸에 지니고 있으면 나쁜 기운이 도망간다고 여겨 부적으로 사용했다는 이야기가 있다. 프랑스 정치가 클레망소는 “행운은 눈먼 장님이 아니다. 대게는 부지런한 사람을 찾아간다”는 말을 남겼다고 한다.

 

사실 아일랜드는 캐나다, 뉴질랜드에 이어 새로운 어학연수코스로 떠오르고 있어 더블린 시내 번화가에서는 우리 유학생을 쉽게 만날 수 있다. 기관방문을 도와준 동시통역가는 유학생들을 만나는 게 싫단다. 영국이나 캐나다로 가지 못하고 아일랜드로 유학을 왔다는 이유로 불만이 많고 공부를 등한시하며 무기력하게 지내는 아이들이 늘고 있다는 이야기를 해준다. 안타까울 뿐이다.

 

트리니티 대학에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책 ‘켈스의 서’가 있어 매년 50만 명이 방문을 한다. 아일랜드의 문화를 상징하는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이다. 서기 800년경 라틴어로 작성된 복음서인데 책의 내용보다 화려한 장식으로 더욱 유명하다. 세밀한 텍스트와 복잡하고 화려한 문양을 만들어내기 위해 수도사들은 얼마나 고통스러웠을까? 자연스레 우리의 8만대장경과 견주어본다. 이 대학의 구 도서관은 영화 해리포터에 등장하면서 유명해졌고, 2013년 CNN이 뽑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서관 2위에 올랐다고 한다. 65m의 길쭉한 도서관에 20만권이 소장되어 있는데, 길다고 해서 이름이 Long Room이다. 멋지고 아름답지만 단 한 권도 내가 읽을 수 있는 책은 없었다.


90년대 후반 아이들의 동심을 휘어잡은 프로그램은 단연 텔레토비다. 그 배경이 되는 곳이 모허절벽. 죽기 전에 꼭 가봐야 하는 유럽의 비경에 속하는 곳이다. 200미터가 넘는 절벽에 서면 텔레토비는 온데간데없고 살다 힘들고 지친 이들이 모든 것을 내려놓은 것 같은 슬픔이 밀려온다. 보는 것만으로 힘든 절벽이다. 침대 머리맡에 놓고 온 강신주 작가의 책이 스친다. “매달린 절벽에서 손을 뗄 수 있는가?”

 

아일랜드는 자연 그대로를 느끼기에 충분한 나라다. 그럼에도 유럽인들은 기라성 같은 작가들을 먼저 말한다. 동화 ‘거인의 정원’, ‘행복한 왕자’와 같이 아름다운 책을 썼지만 결혼 후 16세 연하의 남자와 사랑에 빠져 인간으로서 무너져 버린 비운의 작가 오스카 와일드가 이곳 사람이다.

 

‘걸리버 여행기’의 작가 조나단 스위프트, 20세기 대표소설이자 세계에서 가장 많은 논문이 쓰인 소설 ‘율리시즈’의 작가 제임스 조이스와 ‘우물쭈물하다가 내 이럴 줄 알았다’는 묘비명으로 유명한 극작가 조지 버나드 쇼가 배출된 문학의 강국 아일랜드. 가만히 생각해보면 아일랜드는 거인의 나라다. 우리의 할머니들이 호랑이 이야기를 들려주듯 거인의 이야기를 들려준 것은 아닐까? 모허절벽과 거인이 자연스러운 이야기를 만들어 내듯, 북아일랜드에는 거인의 둑길이라는 자이언트 코즈웨이가 있다.

 

육각형의 돌들이 제주도의 주상절리와는 차원이 다른 곳이다. 모허절벽과 자이언트 코즈웨이는 인간이 걸어서 다니기 어려운 지형이다. 자연스럽게 거인을 상상할 수 있지 않았을까? 스코틀랜드에 사는 여자거인을 만나기 위해 북아일랜드의 남자거인이 돌을 놓았다는 전설이 그럴싸하다. 신기하다. 아일랜드는 하루하루가 지날수록 다시 읽고 싶은 책이 한 권 한권 늘어나는 곳이다.

 

/박제순 (완주군청 행정지원과)

※ 이 글은 완주군청 정책동아리 평가에서 최우수상을 받은 '음악방송 WIB' 회원들이 아일랜드를 탐방하고 돌아온 이야기로 박제순 주무관이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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